제4권 정원옥은 주막에서 대신하여 돈을 보상하고,
십일낭은 운강에서 협객을 자유롭게 논하다.
程元玉店肆代償錢 十一娘雲岡縱譚俠
또 삼환(三鬟)여자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반장군(潘將軍)이 옥으로 만든 염주를 잃어버렸는데 찾을 길이 없었다. 이것은 삼환 여자와 그 친구들이 장난친 것으로 염주를 가져다가 자은사(慈恩寺) 탑원에 있는 탑 꼭대기에 걸어둔 것이었다. 후에 반씨 집안에서 (염주에) 많은 현상금을 걸어놓자 삼환여자의 외삼촌인 왕초(王超)가 이 일을 물으니 그녀는 (염주를) 가져다 돌려줄 것을 허락하였다. 이때 자은사의 문은 막 열린 참이었는데 탑꼭대기로 가는 작은 문은 여전히 닫혀 있었다. 그 순간 그녀는 마치 나는 새와 같은 기세로 탑 꼭대기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손짓하며 왕초에게 신호를 하고는 염주를 가지고 내려왔다. 마침내 왕초 혼자 가서 상금을 탔는데 다음날 여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러면 수레 속의 여자 이야기는 또 무엇인가? 오군(吳郡)에 한 과거 응시생이 있어 서울로 시험을 보러 갔는데 웬 두 소년이 나타나서 그를 집으로 데리고 가 묵어가도록 하였다. 이 때 마침 문으로 수레 한 대가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는데 수레 속에서 한 여자가 나와 무예시범을 보여달라 청하였다. 그 응시생은 단지 벽을 타고 몇 걸음 걸을 수 있을 뿐이었다. 여자는 앉아 있는 소년을 불러 각기 묘기를 보여주도록 하였다. 한 소년은 벽 위에서 걸어다니고 또 한 소년은 서까래를 잡고 기어오르는데 가볍고 민첩하기가 마치 하늘을 나는 새와 같았다. 응시생은 놀라 탄복하며 작별인사를 하고는 떠났다. 수일 후 전날의 소년 둘이 말을 빌리러 왔기에 응시생은 할 수 없이 그들에게 말을 빌려 주었다. 다음날 궁중에서는 물건을 도둑맞았는데 물건을 실었던 말만 찾았다. 그 말의 주인을 추적하여 응시생을 잡아 내시성에서 심문을 하였다. 그는 작은 문으로 끌려 들어간 후 옥졸이 뒤에서 밀어 몇 장 아래의 깊은 구덩이로 떨어졌다. 고개를 들어보니 지붕과는 일곱여덟장 정도의 거리였다. 지붕에는 구멍이 하나 있는데 겨우 한자 정도 터져 있었다. 응시생이 고초를 겪고 있는데 갑자기 한 물체가 마치 새가 날 듯 응시생 곁으로 내려왔다. 자세히 보니 전날의 그 여자였다. 비단으로 팔 끝을 거듭 묶고는 한 끝을 자신의 몸에 묶었다. 여자는 뛰어오르며 날아서 궁성을 빠져나와 궁성문과의 거리가 수십리에 이르자 응시생을 내려놓고는 그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당신은 우선 고향으로 돌아가세요. 여기에 있으면 안됩니다.”
응시생은 걸식과 기숙을 계속하다 결국 오군으로 돌아왔다.
여기에 두 여자들은 모두 약간 도적의 냄새가 나니 앞에서 소개한 원수를 갚고 치욕을 씻거나 사람들의 위급함이나 어려움을 구제해 준, 신선이 되려는 정도(正道)를 걸은 몇몇의 인물들만은 못하다 하겠다. 그러나 세상에 이러한 사람들이 있음을 알리려 했던 것이니, 낱낱이 기록할만한 것이며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제 다시 한 협녀가 곤경에 빠진 사람 하나를 구하는 이야기를 하겠다. 많은 검협들에 관한 이야기를 할 터인데 이는 사람들이 아직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내용이 참으로 상세하다 하겠다. 아래의 시가 이를 증명해준다.
염주를 훔친 것은 장난거리밖에 안되고,
차중여인 같은 이는 사람에게 피해를 주었지.
위십일낭의 이야기를 들어본다면,
올바르고 곧은 것이 참된 것임을 알게 될 것이네
휘주부(徽州府)에 한 상인이 있었는데 성은 정(程)이요, 이름은 덕유(德瑜)라고 하였고 별명은 원옥(元玉)이라 하였다. 천성이 과묵하고 단정하여 주로 사천(四川), 섬서(陝西) 일대로 가서 물건을 팔았는데 많은 돈을 벌었다. 하루는 물건값을 다 거두어 집에 돌아가려고 데려온 하인과 짐을 정리하고 꾸리니 행낭이 돈으로 가득하였다. 자신이 직접 말을 몰고, 노복 역시 말을 타고 길을 재촉하기 시작하였다. 문계(文階) 일대에 다다를 즈음 한 무리의 길손을 만나 함께 주막에 가서 술과 밥을 샀다. 막 밥을 먹고 있을 때 한 여인이 나귀를 타고 주막 앞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왔다. 정원옥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한 삼십정도의 매우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그러나 옷 입은 모양은 칼잡이 같이 당당해 보였다. 주막의 길손들은 모두 귓속말로 속닥거리며 눈으로는 그녀를 보며 입으로는 그녀에 대해 터무니없는 말을 하고 있었는데 단지 정원옥만이 단정히 앉아 눈도 돌리지 않았다. 그 여인은 이러한 것들을 눈에 새겨 두고는 밥을 다 먹고는 갑자기 양 소매를 들고 흔들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돈 갖고 오는 것을 깜박했네. 밥도 거의 다 먹었는데 어쩌면 좋지.” 그 주막에서 앞서 그녀를 보았던 사람들은 모두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원래 상습적으로 그러는 거 아냐.”라고 하였고, 또 어떤 이는 “아마도 정말로 잊은 걸거야.” 혹은 “꼴을 보아하니 무림의 사람같은데 본분에 맞지 않게 속임수로 밥을 먹기도 하나보지.”라고 수군거렸다. 주막의 젊은 일꾼은 그녀가 돈이 없다고 하는 것을 듣자 그녀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주인도 화를 내며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지. 내 밥을 먹고 돈을 안내면 무사할 것 같아.”라고 하니 여인이 “돈을 안가지고 왔으니 다음에 갚겠어요.”라고 하였다. 주인이 “누가 널 안다고……” 운운하니 다툼이 좀처럼 끝날 것 같지 않았다. 때마침 정원옥이 나서며 말하였다.
“낭자의 모습을 보아하니 단지 몇 냥의 돈이 없어 그러는 것 같지는 않소. 필경 잊고 안 가져 왔을 텐데 뭘 그리 독촉하시오.”
허리춤에서 한 꾸러미의 돈을 꺼내며 말했다.
“얼마나 부족한지 모두 내가 지불하겠소.”
주인은 그제야 손을 놓으며 계산을 하고는 돈을 챙겨갔다. 여인은 정원옥의 앞으로 다가와서는 거듭 인사를 하며 말하였다.
“선생님께서는 덕망이 높은 분이십니다. 청컨대 존함을 알 수 있을까요? 이후에 몇 배로 늘려 빚을 갚겠습니다.”
“사소한 일이니 신경 쓰지 마십시오. 돈을 갚을 필요도 없으니 제 이름도 묻지 마십시오.”
“그런 말씀 마세요. 선생께서 앞으로 사소한 곤경에라도 빠질 수 있으니 제가 그때 힘을 써서 선생에게 보답코자 한다면 반드시 존함을 알아야 하니 숨기지 말아 주세요. 소첩의 이름이 알고 싶으시다면 위십일낭(韋十一娘)이라 기억해주세요.”
정원옥은 그녀가 말하는 것을 듣고 의문이 좀 생겼으나 그 까닭을 알 수 없어 단지 그녀에게 이름을 알려주었다. 그 여인은 “저는 성 서쪽으로 가서 친척 한 사람을 만나고 곧 동쪽으로 돌아올 거에요.”라고 말하고는 나귀를 타고 채찍을 한 번 후리고는 나는 듯이 사라졌다.
정원옥은 하인과 주막을 나와 말을 타고 달리면서 의아해하였다. 방금 전의 말을 깊이 생각하니 대단히 이상했다.
‘부인의 말이 어떻게 믿을만 하겠어? 하물며 그가 한 끼 밥값도 준비할 수 없었는데 곤경에 빠지게 되더라도 어떻게 도와줄 수 있겠어?’
몇 리 가다가 도중에 머리에 털모자를 쓰고 가죽 부대를 지고 먼지투성이인 사람을 보았는데 먼 길 가는데 익숙한 사람 같았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자주 부딪쳤다. 정원옥이 말 위에서 그에게 물었다.
“앞에 묵을 수 있는 곳이 있습니까”
“여기에서 60리를 가면 양송진(楊松鎭)이 있는데 객상들이 머무는 곳으로 이 근처에는 숙소가 전혀 없습니다.”
정원옥도 양송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물었다.
“오늘은 늦었는데 거기에 도착할 수 있을까요?”
그 사람은 고개를 들어 해 그림자를 보고 말했다.
“나는 도착할 수 있지만 당신은 할 수 없지요.”
“매우 우습군요. 우리들은 말을 타고 가는데도 도착할 수 없고 당신은 걸어가는데도 도착할 수 있다고 하니 무슨 말이요?”
그 사람이 웃으며 말했다.
“이 사이에 작은 길이 있어서 가로질러 20리를 가면 바로 물굽이이고 다시 20리를 가면 양송진이지요. 만약 당신들이 도로로 간다면 구불구불하니 20여 리나 차이가 나서 도착할 수 없다는 거지요.”
“샛길이 빠르다면 번거롭지만 동행해 알려주시면 양송진에 도착하여 술 한 잔 사겠습니다.”
그 사람이 흔쾌히 앞으로 나섰다.
“그러면 모두 저를 따라 오세요.”
정원옥은 거리가 가깝다는 말에 솔깃했고, 또 그 사람이 먼 길 다니는 사람처럼 보여서 아무 의심하지도 않고 전에 부인이 말한 곤경이란 것을 잊어버렸다. 하인과 함께 말을 채찍질하며 그 사람을 따라서 전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