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각박안경기初刻拍案驚奇 제15권 1

제15권 위조봉은 악독한 마음으로 귀중한 재산을 차압하고
진수재는 교묘한 계책으로 원래의 집을 되찾다
衛朝奉狠心盤貴產 陳秀才巧計賺原房

세상을 살다보면 쉽게 탐욕에 사로잡혀
관리도 두려워 않고 하늘도 개의치 않는구나
만날 재계하고 참회할 필요 무엇 있나
남에게 조금 양보하는 게 최우선이라네

이 시는 세상 사람들의 탐욕스런 마음이 생겨나는 데는 비록 십만 명의 금강(金剛)이라도 이루 다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엄연히 법과 형벌이 눈앞에 버티고 있더라도 막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열자(列子)》에 ‘사람은 보이지 않고 돈만 보인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탐욕스런 마음이 한번 생겨나면 온 신경이 그것에만 쏠리게 되어 정당하고 안 하고는 전혀 따지지 않게 된다는 것을 말한다.

이야기를 하자면 항주(杭州)에 가수재(賈秀才)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름은 실(實)이고 대단한 부자였다. 그는 머리가 매우 총명하고 호방하며, 의를 중히 여겨 의리 있는 친구들과 사귀기를 매우 좋아하였다. 만일 친구들 중에 누가 장가를 들지 못했는데 집이 가난하여 결혼할 돈이 없다면, 그는 즉시 돈을 내서 결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또 누가 빚을 지고 갚지 못하면, 그가 대신 배상을 해주었다. 또 무슨 불공평한 일이 있으면, 그는 기어코 그 양심 없는 사람과 맞섰다. 만약 어떤 사람이 자신의 힘을 믿고 날뛰면, 그는 기묘한 계책을 세워 그를 제압했는데, 이런 갖가지 통쾌한 일들은 일일이 다 열거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이제 우선 그가 친구를 도와 집을 되찾게 한다는 이야기를 해본다.

전당(錢塘) 사람 중에 이(李)씨 성을 가진 사람이 있었는데, 과거 공부를 하기는 했어도 아직 수재(秀才)가 되지는 못하였다. 집안이 매우 가난했지만 지극한 효심으로 부모를 섬겼다. 가수재와는 사이가 매우 좋아 가수재는 늘 그를 도와주었다. 하루는 가수재가 술을 마시자고 이생(李生)을 청해왔는데, 그는 마음속에 뭔가 즐겁지 못한 일이 있는 듯했다. 가수재는 의아해하며 술을 몇 잔 마시다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이형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나? 술을 앞에 두고 즐거워하질 않으니 말이야. 왜 나에게 말하지 않는 건가? 혹시 내가 조금이라도 걱정을 덜어줄 수 있을지도 모르잖나.”

이생은 한탄을 했다.

“내게 좀 언짢은 일이 있는데 다른 사람 앞에서는 말하기가 뭣하지만, 가형이 물으니 사실대로 말하겠네. 예전에 내게 서호(西湖) 옆 소경사(昭慶寺) 왼편으로 작은 집이 하나 있었는데, 값은 대충 3백여 냥 정도 됐네. 그런데 그 절의 중 혜공(慧空)한테 은 50냥을 빚졌다가 빚이 3년이 쌓여 이자까지 합쳐서 백 냥이나 되었네. 그 중놈은 지독히 돈을 탐내고 무지하게 약삭빠른 사람이라 온종일 빚 독촉을 하는 거야. 난 별 다른 수가 없어서 그 집을 3백 냥에 그에게 저당 잡히려고 했어. 그런데 그 화상은 내가 다른 방도가 없는 걸 알고 일부러 그 집을 잡아주려 하지 않고 돈으로 갚으라는 거야. 난 할 수 없이 싼값으로 집을 저당 잡히고 몇 사람을 중개인으로 삼아 처분하고 은 서른 냥을 받았지. 집을 넘겨주자마자 그 중은 그 집으로 이사를 해버렸고, 나는 노모와 성 안으로 이사를 해서 셋방살이를 하고 있어. 지금은 주인집에 몇 년 동안 집세를 내지 못해 그 집에서는 날마다 나한테 와서 방을 빼라고 하고, 그 통에 늙으신 어머니까지도 걱정을 하시다가 병이 나버렸네. 이런 일들 때문에 마음이 괴로운 걸세.”

“그랬구만. 왜 좀 더 일찍 말하지 않았나? 그 집에 빚진 집세가 얼마나 되나?”

“매년 넉 냥인데 올해까지 해서 삼 년 동안 집세를 빚졌네.”

“그런 일이라면 전혀 어렵지 않네. 오늘밤은 그냥 즐겁게 놀고 내일 아침에 처리하기로 하세.”

이렇게 그 날은 술을 마시다 헤어졌다.

다음날 가수재는 아침 일찍 일어나 창고로 가서 큰 저울을 꺼내어 142냥을 달아 하인 한 명을 데리고 곧바로 이생이 사는 곳으로 갔다. 이생은 방금 일어난 터라 세수도 미처 하지 못하고 급히 아내에게 차를 끓이게 하였다. 그러나 불 땔 장작조차 없는 형편이어서 한참이나 부산을 떨었지만 차 한 잔조차 끓일 수가 없었다. 가수재는 그들 부부의 마음을 이해하고는 서둘러 하인을 시켜 이생에게 한 마디만 하면 된다고 밖으로 나오도록 하였다. 이생이 나와서 말했다.

“가형 무슨 할 말이라도 있소? 이렇게 누추한 곳까지 찾아오시다니.”

가수재는 하인에게 작은 상자 하나를 가져오라고 하여 은 두 봉지를 꺼내며 이생에게 말했다.

“이 봉지 안에 있는 은 열두 냥은 이곳 주인에게 갚게. 그리고 이 봉지 안에 있는 130냥은 노형이 가지고가서 혜공 장로에게 주고 원래 집을 되찾으시게. 그래서 집주인한테 시달리지 않게 되고 자당의 걱정도 덜고 노형 역시 편안히 살 곳이 생긴다면, 그게 나의 바램이네.”

“노형 무슨 말을 하는 건가! 나는 능력이 없어서 홀어머니조차 스스로 보살펴드리지 못하니 가난은 마땅히 스스로 감내해야 하네. 몇 번 도움을 받은 것으로도 이미 과합네. 그런데 또 내가 의지할 집이 없다고 노형이 이렇게 큰돈을 써서 집을 찾아준다면 내가 그곳에 살게 되더라도 결코 편안하지가 못할 것이네. 노형의 은혜를 입어 집세 열두 냥은 감히 받겠네만, 집을 찾을 돈은 절대로 받을 수 없네.”

“아니네. 우리 두 사람이 사이가 좋은 건 오로지 의리를 중히 여기기 때문인데 어찌 재물 따위에 신경을 쓰나? 그냥 받아서 옛 재산을 되찾으시게. 더 이상 사양하지 말게나.”

가수재는 이렇게 말하고는 돈을 탁자 위에 놓고는 문밖으로 나갔다. 이생이 황급히 나와 외쳤다.

“가형 돌아오시게, 내가 감사 인사라도 드려야하지 않겠나.”

가수재는 돌아보지 않고 그냥 가버렸다.

이생은 속으로 생각해 보았다.

‘세상에 이런 우정은 참으로 드물다. 만약 내가 돈을 받지 않는다면 그는 틀림없이 기분 나빠할 것이니, 일단은 가지고 가서 집을 되찾아야겠다. 후에 성공하면 반드시 후하게 보답하리라.’

그리고는 곧장 은을 챙겨가지고 모친과 상의한 후 집을 찾으러 갔다. 소경사 왼편에 있는 옛날 집 문 앞에 이르러 안으로 들어갔다.

“혜공 장로 계시오?”

장로가 그 소리를 듣고 어느 시주가 온 줄로 알고 황급히 영접하러 나왔다. 그런데 이생임을 보고는 공손하던 태도가 갑자기 냉랭하게 바뀌더니, 대충 인사를 하고 자리를 청하였지만 차 한 잔도 내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생이 집을 찾으려 한다는 말을 하자 혜공은 얼굴 색이 조금 바뀌었다.

“처음에 집을 팔 때 나중에 다시 찾겠다는 말씀은 하신 적 없잖소? 설사 되찾는다 해도 원가는 130냥이지만 지금 우리가 건물을 많이 증축하고 또 단장하는 데 재료를 많이 썼으니 값도 그만큼 올랐습니다. 지금은 나리께서 그만큼 셈을 더해주셔야 다시 찾으실 수 있습니다.”

이것은 혜공이 이생이 돈을 낼 수 없음을 잘 알고 일부러 거짓말을 한 것이지 실제로는 무슨 증축을 한 적이 있었는가? 사람이 곤궁하면 도량도 작아진다는 말이 있듯이, 이생은 그 말을 듣고 그것이 진짜인 줄로만 알고 궁리해 보았다.

‘가형에게 다시 가서 돈을 더 달라고 해서 찾아야 한단 말인가? 나는 애당초 그의 돈을 받아서 집을 찾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이제 이런 핑계거리가 생겼으니, 그저 중이 돈을 너무 많이 달라고 하며 집을 내주지 않으려 한다고 말하고 가형에게 돈을 돌려드리면 오히려 내 마음도 편할 것이다.’

그리고는 중과 헤어져 가수재의 집으로 가서 중이 했던 말을 자세히 이야기해주었다. 그러자 가수재는 노발대발하였다.

“이 맨대가리 중놈이 그따위로 나오다니 참을 수 없다! 불가에서는 삼라만상이 모두 공이라 하거늘, 도리어 양심을 저버리고 스스로를 속이면서 남의 재물을 탐하다니. 처음에는 그렇게 사놓고 지금 와서는 또 이렇게 팔겠다고? 대체 무슨 이유로 공연히 값을 올리는 거야? 돈은 얼마 안 된다지만 그 괘씸함은 용서할 수 없어. 내 손에 걸려든 이상 계책을 세워 그놈을 요절을 내주겠다. 내가 찾겠다는데도 그놈이 안 된다고 하지는 못하겠지.”

하고는 이생에게 식사를 하게하고 헤어졌다.

가수재는 곧바로 시동 둘을 데리고 소경사 왼편으로 갔다. 혜공 집의 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 안으로 들어가 한 동자승에게 물으니 이렇게 대답했다.

“사부님은 손님과 낮술을 몇 잔 자시고 이층에서 낮잠을 주무시고 계십니다.”

가수재는 두 시동에게 아래쪽에 있게 하고 계단이 있는 곳으로 가서 살그머니 올라가는데, 드르렁드르렁하는 코고는 소리가 들려 눈을 들어보니 혜공이 옷을 벗은 채 곯아떨어져 있는 것이었다. 이층에는 사방에 창문이 나있는데 모두 잠겨 있었다. 가수재가 뒤쪽 창문으로 가서 열어보니 맞은편 건물에 한 젊은 부인이 앉아서 뜨개질을 하고 있었는데 보아하니 부잣집인 것 같았다. 가수재는 고개를 숙이고 생각해 보다가

“그래 바로 이거야.”

하고는 곧 앞으로 다가가서 혜공의 모자와 옷을 입고 몰래 뒷 창문을 열고 빙그레 웃으며 맞은편 집에 있는 부인에게 수작을 걸었다. 그러자 그 부인은 화가 나서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가수재는 다시 옷을 벗어 원래 있던 자리에 놓고는 슬그머니 아래로 내려와 돌아갔다.

한편 혜공은 한참 자고 있는데 아래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십여 명의 장정들이 욕을 해대며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었다.

“이 도둑놈의 중대가리! 감히 이따위로 버릇없이 굴어! 버젓이 우리 집 내실을 마주보면서 피할 생각도 안 한다니까. 우리가 그 동안 말을 안 했더니 오늘은 간뎅이가 부어 가지고 우리 주인마님까지 희롱했으니, 관가로 끌고 가서 죽도록 패 놔야지 더 이상 여기 살게 놔둘 수 없어.”

혜공은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사람들은 벌써 위로 올라와 집기들을 닥치는 대로 박살을 내고 혜공의 옷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혜공은

“소승이 언제 감히 나으리 댁을 한 번 보기라도 했겠습니까?”

하고 말해보았지만, 사람들은 변명은 듣지도 않고 다짜고짜로 때리고 욕을 해댔다.

“도둑놈의 맨대가리야! 당장 이사해. 그러지 않으면 한 번 볼 때마다 한 번씩 패줄 테다. 더 이상 여기에 발 들여놓을 생각도 하지 마.”

그리고는 혜공의 목덜미를 잡아 문밖으로 내동댕이쳤다. 혜공은 그 집이 부잣집인 것을 알기 때문에 감히 한 마디도 못하고 재빨리 절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가수재는 이 소식을 듣고 계책이 맞아떨어진 것을 알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며칠이 지나 이생과 만나서 그에게 그런 사실을 말해 주자 이생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가수재는 즉시 은 130냥을 가지고 이생과 함께 혜공을 찾아가 집을 되사겠다고 말했다.

처음에 혜공은 이생이 말하는 것도 별로 겁날 게 없고 그의 겉모습도 별 볼일 없는지라 계속 같은 말만 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가수재가 부자이고 하인들을 데리고 온데다가 마침 학가(郝家) 사람들에게 혼쭐이 난 터라 속으로 ‘여기에 남아있으면 학가의 내실과 마주보고 있어 틀림없이 언제고 와서 트집을 잡을 테니 편히 살 수가 없을 거야. 그냥 그에게 다시 팔면 그런 골치는 덜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고는 한마디로 승낙을 하고 원래 가격인 은 130냥을 받고 집을 다시 팔아 이생이 관리하도록 하였다. 혜공이 남에게서 이익을 취하려다가 도리어 자신이 변을 당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이것이 바로 지나친 욕심에 대한 대가인 것이다. 후에 가수재는 과거에 합격하여 관직이 내각학사(內閣學士)에 이르렀고, 이생도 과거에 합격하여 벼슬을 하여 두 사람의 우정은 죽을 때까지 변치 않았다.

도량이 크면 복 또한 크고
계략이 깊으면 화 또한 깊도다
혜공은 공연히 자신을 속이는데
가실(賈實)은 진실로 어진 마음 가졌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