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중국학@센터’ 1기 웹사이트에 연재했던 글 몇 편을 모아 『근대 중국의 글쓰기 문화 지형도』(한모임, 2004)라는 제목으로 낸 적이 있습니다. 대단한 학술적 성과도 아니고 그저 흩어지기 전에 묶어나 두자는 심산으로 자비를 들여 엮어 낸 책이었던지라, 전공하는 분들 몇 분에게 돌리는 데 그쳤고, 그 뒤로 제 자신의 공부가 ‘문학’에서 출발해 여기저기 다른 데를 따라다니느라 이 작은 책자가 세상에 나왔는지도 거의 잊고 있었습니다. 예전에 쓴 글들을 뒤적거리다가 지금 다시 들춰보니 어설픈 면이 많은 만큼 또한 젊은 시절의 관심사와 문제의식에 의미 있는 구석이 없지 않은 것 같아 오탈자 교열만 거쳐 여기에 다시 소개합니다. 아래는 책의 서문과 일러두기, 그리고 목차입니다.
책머리에
이 책은 ‘근대’가 막 형성되고 있던 19세기 중반~20세기 초반 중국의 ‘글쓰기 문화’의 다채로운 양상을 소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썼습니다. 구체적인 물건, 즉 ‘글’을 중심에 놓되 가급적 그 물건이 만들어지고 향유되는 과정 전반을 살펴보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될 것입니다. 또한 내용을 보다 풍부하게 해줄 그림-텍스트를 가능한대로 많이 찾아 넣으려고 했습니다.
그 동안 제가 비교적 꼼꼼히 살펴보았던 텍스트를 위주로 근대 중국의 글쓰기 문화의 두드러진 경향을 소개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여기 저기 ‘중국근현대문학사’에서 언급하고 있는 수많은 작가와 작품을 두루 다루지는 못했습니다. 또한, 이야기를 어떤 특정한 결론을 향해 밀고 나가려고 의도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근대’가 한참 형성되고 있던 착종된 시공 속에서 중국인들이 행했던 이런 저런 유형의 글쓰기를 그리고 그것을 통해 드러나는 그들의 다양한 사유와 고민, 전망을 되짚어 보고자 했습니다.
이 책은 2002년 초부터 2년 동안 웹사이트 <중국학@센터> (www.sinology.org) <열혈강의> 코너에 연재한 <근대 중국인의 글쓰기 ― 그 지형과 지층에 대한 탐색> 제1강부터 제10강까지의 내용을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지층’에 대한 탐색에는 이르지 못했기에 ‘지형’에 대한 탐색이라고만 제목에 남겨 두었습니다. 물론 지형에 대한 제대로 된 탐색에도 한참 미치지 못합니다만, 그렇더라도 중국과 그 근대에 대한 이해에 작은 보탬은 되기를 바랄 다름입니다.
2004년 3월
민 정 기
일러두기
1. 이 책에서 언급되는 대부분 고유명사는 신해혁명(1911) 이전에 활동・존재했던 인물/사물을 지칭하는 것으로, 현행 맞춤법과 관행에 따라 한국어 한자 독음으로 표기했다.
2. 한자어는 필요한 경우 처음 출현할 때에만 한자를 병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예) 양계초梁啓超
3. 서명과 신문․잡지명은 『 』 안에, 작품명과 편명은 「」 안에 두었으며, 필요한 경우 작품명을 우리말로 풀었다. 예) 『신민총보新民叢報』; 「스리랑카의 와불상(錫蘭島臥佛)」
차례
01 근대 중국의 글쓰기 문화, 그 지형을 탐색하기에 앞서
02 신문논설문의 탄생 : ‘온유돈후溫柔敦厚’를 거부한 울분의 언설
03 왕도王韜의 문언단편소설 : 새로운 세계와 옛 세계의 사이
04 황준헌黃遵憲의 「스리랑카의 와불상」 : 넓어진 시야, 확장된 ‘시’의 경계
05 ‘신학지시新學之詩’ : 붕괴하는 제국의 우울한 초상
06 ‘시계혁명’과 애국계몽가요 : 실패한 ‘시국詩國’ 재건의 꿈
07 양계초梁啓超의 「소설과 사회의 관계를 논함」 : 부강한 국민국가와 소설의 힘에 대한 상상
08 적보현狄葆賢의 「신료재新聊齋-당생唐生」」: ‘소설계혁명’의 뒤틀린 자화상
09 증박曾樸의 『얼해화孽海花』 : ‘동아병부東亞病夫’의 꿈과 좌절
10 포천소包天笑의 「삼베 천 한 가닥」 : 대중 소설의 진실 혹은 허위
[부록]
「낡은 악습의 섬(因循島)」, 「바다 밑의 기이한 세계(海底奇境)」, 「신료재新聊齋-당생唐生」, 『얼해화孽海花』 제9회, 「삼베 천 한 가닥(一縷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