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눠唐諾-부, 명예, 권력에 관한 단순한 사색我有關聲譽、權勢和財富的簡單思索: 체호프의 웃음소리契訶夫的笑聲

체호프의 웃음소리契訶夫的笑聲

시간을 좁혀 명예를 산 자의 세계에 국한시키면 어떨까?

한나 아렌트의 분노는 백 년 전 안톤 체호프의 소설 속에서 한바탕 웃음소리로 변한다. 그 소설의 이름은 「발견」이며 1886년 체호프가 26세에 쓴 작품이다. 5등 문관이자 기술자인 바흐로무친의 이야기를 다루었는데, 그는 52세에 마치 “뱀에게 물린 것처럼” 불현듯 자신이 본래 화가로서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으며 따로 시인이 될 수도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그는 한나절 내내 깊은 생각과 상상에 빠져 있다가 황혼녘에 바로 잠이 든다.

수천 편에 달하는 체호프의 소설은 대부분 핵심을 바로 찌른다. 한 번에 한 가지 문제만 처리하는 것 같은 이 스타일은 르네 데카르트나 롤랑 바르트를 연상시킨다(혼란하고 부푼 인생을 철저히 분해하면 한 조각 한 조각이 각기 한 편의 소설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체호프는 보통 분명하고 자주 일어나곤 하는 의외의 사건을 서두로 제시해 촉발제로 삼으며 그 뒤에 전개되는 이야기는 평범한 인간 생활의 우연한 갈림길, 엉뚱한 생각, 물보라, 나아가 한바탕 꿈일 뿐이다. 그 희극성은 무해하고, 매일 반복되는 인간의 진짜 삶을 대체하지는 못해서 마음 놓고 깔깔 웃어도 무방하다. 또 그래서 그의 소설은 우리가 말하지 못하고 남들도 알아채지 못하는 생각의 자유로운 흐름처럼, 또 우리 마음속의 웃음소리처럼 자유롭다.

바흐로무친은 그날 오후, 어떤 집에서 열린 무도회에서 그가 20년 혹은 25년 전에 사랑했던 여자와 우연히 만났다. 그런데 그 과거의 미녀(“그녀는 자신의 미소 띤 얼굴로 막 꺼져가는 촛불도 다시 되살릴 수 있었다.”)는 지금 마르고, 허약하고, 또 수다스러운 노파가 돼 있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어떤 흉악한 의지도 대자연처럼 이렇게 사람을 망가뜨려놓지는 못한다. 만약 애초에 그 미인이 훗날 자기가 이토록 초라하게 변할 줄 알았다면 경악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바흐로무친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무심코 종이에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놀랍게도 자기가 한때 사랑한 적이 있는, 이제는 기억 속에만 남은 그 아름다운 여자의 얼굴을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것을, 그리고 잠시 후에는 또 지금 그녀의 늙은 얼굴을 그려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때부터 바흐로무친은 (하인의 시중을 받으며 꿩고기 한 마리를 다 먹고 값비싼 프랑스 부르고뉴 적포도주 두 잔을 마신 그 만찬 후에) 온몸이 노곤해지도록 깊은 생각에 빠져 자기가 화가나 시인이 됐으면 어땠을지 꿈을 꾸듯 상상한다. 우선은 남들과는 달리 자유로운 삶을 살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관직과 훈장의 구속도 받지 않았을 것이다. …… 오직 비범한 인물만 그들의 활동을 평가할 수 있다.” 그러고 나서 영예와 명망이 떠오른다. “내가 관청에서 하는 일이 아무리 뛰어나도, 또 내가 아무리 높은 직위까지 올라가도 내 명망은 그 개미굴을 벗어나지 못한다. …… 그들은 다르다. …… 시인이나 화가는 평화롭게 잠들 수도 있고 곤드레만드레 취할 수도 있다. 어쨌든 그들 자신도 알지 못한다. 어느 도시나 산골에서 누가 자신들의 시를 읊거나 그림을 감상할지. …… 누구든 그들의 이름을 모르면 남에게 교양 없고 무지하다는 소리를 듣겠지……”

결국 바흐로무친이 침대에 누운 순간, 그 짧은 상상이 모이고 완성됨과 함께 어떤 온전하고 구체적인 화면이 연속해서 펼쳐진다. 마치 한편의 다큐멘터리처럼. 그 화면 속 남자는 화가이거나 시인이며 어둠 속에서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재능 있는 사람은 흔히 마차가 없어서 원하든 원치 않든 걸을 수밖에 없다. 그는, 걷고 있는 그 가엾은 사람은 퇴색한 홍갈색 외투를 입었고 부츠는 못 신었을 것이다. 아파트 문가의 문지기가, 그 우악스러운 짐승이 그를 본체만체하며 문을 열어준다. 거기에서, 사회 인사들 중에서 시인이나 화가의 이름은 존중을 받긴 하지만 그런 존중은 그에게 전혀 좋을 게 없다. 문지기는 그것 때문에 공손하지는 않고 하인들도 그것 때문에 부드럽지는 않으며 가족은 더더욱 너그럽지 않다. 그의 이름은 존중을 받지만 그 자신은 냉대를 당한다. 지금 그는 허기지고 기진맥진한 채 겨우 어둡고 답답한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뭐라도 먹고 싶고 뭐라도 마시고 싶지만 아아, 꿩고기도 부르고뉴 포도주도 없다. 그는 너무 졸려서 눈꺼풀이 감기고 머리도 가슴께로 축 늘어진다. 하지만 그의 침대는 차갑고 딱딱하며 여관 냄새가 난다. 그는 손수 물을 따르고, 손수 옷을 벗고서 맨발로 얼음 같은 바닥 위를 서성인다. 그러다가 바들바들 떨면서 잠에 빠져든다. 그는 자신에게 시가가 없다는 것을, 마차가 없다는 것을 안다. 책상 중간 서랍에 한나의 훈장과 스타니슬랍스키의 훈장도 없고, 그 아래 서랍에 수표책도 없다.

바흐로무친은 잠들기 직전, 말했다. “빌어먹을! 다행이야, 내가 젊었을 때 내 재능을 발견하지 못한 게……”라고.

안톤 체호프와 막심 고리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