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길의 안개비微雨夜行/당唐 백거이白居易
漠漠秋雲起 뭉게뭉게 가을 구름 일더니
稍稍夜寒生 차츰차츰 밤의 한기 생기네
但覺衣裳濕 옷만 축축이 젖어 들어올 뿐
無點亦無聲 빗방울도 안 듣고 소리도 없네
이 시는 백거이(白居易, 772~846)가 815년 44세로 장안에서 강주 사마(江州司馬)로 좌천되어 가던 도중에 지은 시이다.
지금 백거이가 맞으며 가는 미우(微雨)는 무엇으로 표현해야 좋을지 알 수 없다. 조선 시대 측우 기록인《풍운기(風雲記)》를 보면 강우량의 정도, 혹은 비의 강약에 따라 미우(微雨), 세우(細雨), 소우(小雨), 하우(下雨), 쇄우(灑雨), 취우(驟雨), 대우(大雨), 폭우(暴雨) 등의 8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말의 소우 이하 단계에는 그 강약이 가랑비, 이슬비, 는개, 안개비의 순서로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실려 있다. 가랑비의 경우는 본래 안개를 뜻하는 ‘가라’와 비가 합쳐진 말이지만 지금은 의미가 전성되어 안개비와 구분되어 쓰인다. 또 보슬비의 경우는 어느 이름과 가까운지 알 수 없다. 부슬비와 함께 상당히 주관적인 표현이기 때문이다.
시 내용으로 보면 백거이가 맞고 가는 비는 아주 약한 보슬비로 안개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떨어지는 빗방울도 느낄 수 없고 빗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비가 안 오는 것은 아니다. 의상, 즉 상의와 하의가 축축이 젖어 들어 오는 것이 분명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침윤지참(浸潤之譖)’과 ‘부수지소(膚受之愬)’, 즉 ‘물이 서서히 스며드는 듯한 은근한 참소와 피부에 다가오는 절실한 하소연’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면 현명하다고 할 수 있다는 말이 《논어》 <안연(顔淵)> 편에 있다. 현명함[明]을 묻는 공자의 제자 자장(子張)의 질문에 공자가 답한 말이다.
요즘 법무부 장관 조국 후보에 대한 여론의 변화를 보면 이 말이 참으로 와 닿는다. 조금씩 조금씩 문제를 만들고 그것도 일반 사람들이 피부에 와 닿는 자녀 교육 문제로 말이다. 이처럼 청렴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왜 그동안 지독한 부패와 드러나지 않은 비리에 대해서는 가만히 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지금 백거이도 좌천을 가는 길에 이런 심정일 것이다. 그 심정을 마침 소리도 없이 내리는 비에 의탁한 것으로 보인다. 나 역시 며칠간의 촘촘한 여정과 어제 기차를 타고 오느라 긴장과 피로가 보이지 않게 누적된 데다 VPN을 다시 깔고 하느라 이제야 겨우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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