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덕강에 정박하여 묵으며 宿建德江/당唐 맹호연孟浩然
移舟泊煙渚 안개 낀 모래섬에 배 정박하니
日暮客愁新 날 저물어 객의 향수 일어나네
野曠天低樹 들 트여 하늘이 나무보다 낮고
江清月近人 강 맑아 달이 사람에게 가깝네
맹호연(689~740)은 양양(襄陽) 사람으로 한 때 녹문산(鹿門山)에 은거하였다. 나이 40에 장안으로 와서 과거에 응시하였다가 낙방하였다. 실의에 빠져 한동안 오월(吳越) 지방, 즉 지금의 강소성과 절강성 일대를 떠돌아다닌 적이 있다. 이 시는 바로 그렇게 떠돌던 730년, 42세 무렵에 지금의 항주 서남에 흐르는 건덕강의 모래섬에 배를 정박하고 지은 시이다.
날이 저물기 시작할 무렵 떠돌이 시인이 물안개 피어나는 강 안의 섬에 배를 정박하면서 시가 시작된다. 황혼 무렵 사방으로 트인 강 안의 섬. 정박한 배 안에 기대앉으니 시인의 마음에 절로 고적감이 밀려온다. 시에서는 이를 객수(客愁)가 새롭다고 표현하였다.
하늘이 나무보다 낮다고 한 ‘저低)’ 자와 달이 사람에 가깝다고 한 ‘근(近)’ 자는 참으로 맹호연의 공력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하늘이 낮게 보이는 것은 들이 광활하여 가리는 것이 없기 때문이고 달이 시인의 눈에 가까워진 것은 강물이 맑아 선명하기 때문이다.
광활한 들은 고독감을 일으키고 맑은 강물에 비친 달은 그런 시인을 위로해 준다. 아름다운 풍광 묘사 속에 새로이 자각되는 객수도 담겨 있다.
가을 강의 모래섬에 배를 정박하는 여정과 광활한 들판에 낮게 물드는 황혼, 일렁이는 강물에 비친 밝은 달빛은 모두 문자로 그린 산수화이다. 여기에 과거에 낙방하고 정처 없이 떠도는 시인의 심사까지 더해져 서정이 더욱 풍부하다.
명나라 호응린(胡應麟)은 이 시를 신품(神品)이라 하였고, 청나라 시윤장(施潤章)은 ‘달을 말한 것이 묘하다.’ 하였다. 뒤의 두 구는 확실히 신묘한 데가 있다.
365일 한시 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