露坐한데에 앉아서/명明 임광林光
當湖來暑月 마주한 호수 여름이 오니
坐我小池邊 작은 연못가에 앉아 보네
欲酌樽無酒 한잔 하자니 단지에 술이 없고
閑吟思滿天 시를 읊으니 생각이 하늘 가득
曉荷初貼水 새벽 연꽃 갓 수면으로 나왔고
豇豆正垂煙 광저기 안개 속에 늘어져 있네
者樹精應在 학자수는 정령이 있는 법이라
林梢奏一蟬 가지 끝에 매미 한 마리 우네
임광(林光, 1439~1519)은 광동성 동완(東莞) 출신으로 명나라 초기의 학자이다. 진헌장(陳獻章)에게 배웠으며 담약수(湛若水)와 함께 당시 이름이 났고 국자감 박사를 지냈다. 《명유학안(明儒學案)》에 진헌장을 서술한 <백사학안(白沙學案)>에 임광의 어록과 학문 성향이 실려 있는데 그는 정좌(靜坐)하여 선단(善端)을 기르는 것을 중요시하였다. 학문을 하는 목적은 도를 듣기 위해서이니 책에서 찾지 못하면 스스로 깨달아야지 밖에서 찾으면 안 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시문이나 저술은 이런 마음을 기르는데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하였으니 성리학으로 일관하였다 말할 수 있다.
이 시는 여름이 시작될 무렵 집 밖에 나와 앉아 여러 생각에 젖어 쓴 즉흥시이다. 그런데 도치가 심하고 특이한 물명이 나온다. 강두(豇豆)는 꼬투리가 길게 생긴 콩을 말한다. 우리말로 광정기이다. 새벽에 연무 속에 이 콩이 늘어져 있었는가 보다.
‘자수(者樹)’가 무얼 말하는지 알 수 없다. 원본을 보려 해도 찾을 수가 없다. 우선 학자수로 추정해 보았다. 회화나무를 학자수라고 하는 것은 이 나무가 선비들의 무덤에 심기도 하고 이 나무에 꽃이 피는 7월에 과거를 치기도 하여 이런 별명이 있기 때문이다. 시인이 이 나무에서 매미가 우는 것은 정령이 있기 때문이라 하였다. 매미는 청렴함을 상징하기 때문에 선비의 혼이 깃든 나무에 매미가 우는 것으로 본 것이 아닐까 한다.
이 시인은 작문이 수양에 방해가 된다고 말했다는데 <고시문망(古詩文網)>에 보면 정작 본인은 1,418편이 넘는 시를 남기고 있다.
이 시는 무슨 말을 하는지 분명치 않아 다른 시는 어떤가 보니 다른 시는 이와 같지는 않다. 이 시는 ‘자수(者樹)’ 등 의문이 남아 나중에 보충을 기약한다. 대방가의 가르침을 기다린다.
365일 한시 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