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공이산(愚公移山)과 용두사미(龍頭蛇尾)

2015년 9월 3일 중국의 수도 베이징의 텐안먼 광장에서는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 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대회中国人民抗日战争暨世界反法西斯战争胜利70周年大会”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중국의 주석 시진핑(習近平)이 연설을 했는데, 여기서 중국의 고전을 이용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내 보였다.

원래 중국의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풍부한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연설문에 자주 중국의 고전을 인용해왔는데, 이 점에서는 시진핑 역시 전임자들 못지않은 면모를 보여주었다.

이 대회에서 시진핑이 인용한 것은 『시경·대아·탕诗经·大雅·荡』의 한 구절인 “미불유초, 선극유종(靡不有初, 鲜克有终)”이라는 말이었다. 우선 원문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荡荡上帝,넓으나 넓은 저 하늘의 상제님은,
下民之辟。이 세상 백성의 임금이거늘
疾威上帝,엄위하신 상제님이 내리신
其命多辟。그 명이 이리도 사악이 많음이여
天生烝民,하늘이 중생을 낳으시고
其命匪谌。그 명은 미덥지 않으시니
靡不有初,처음에 좋지 않음이 없었건만
鲜克有终。그 끝을 좋게 맺지 않으시는도다.(신석초 역, 『시경』 번역을 따랐음)

이 말은 무슨 일이든 처음에는 누구나 노력하지만 그것을 끝까지 관철해내는 사람은 적다는 것으로, 어떤 일을 할 때 시작도 중요하지만 끝까지 노력하여 결과를 보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는 의미로 쓰인다.

필자는 이 말을 듣고 문득 마오쩌둥(毛澤東)의 유명한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우화가 생각났다. 일찍이 마오쩌둥은 혁명의 간고함을 어리석은 늙은이가 산을 옮기는 것에 비유한 적이 있는데, 혁명의 완수를 위해서는 오랜 기간 포기하지 않고 대를 이어서라도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연 중국 혁명의 전통은 마오쩌둥의 세대 이후에 덩샤오핑(鄧小平)과 쟝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를 거쳐 시진핑의 시대로 이어졌다. 매 시기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시진핑 시대의 중국은 또 다른 시험대 위에 올라 있다. 개혁 개방 이후 가파른 곡선을 이루었던 경제 성장률도 어느 한계에 도달해 새로운 조정 국면에 들어섰고, 엄청나게 벌어져 있는 빈부격차의 문제는 중국 사회를 한방에 날려버릴 수도 있는 시한폭탄으로 잠재해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또 한 번의 굴기를 위해 과거를 돌아보고 새로운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할 시점이 된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시진핑이 제시한 것은 ‘우공이산’의 정신으로 시작한 중국 혁명의 과정이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누구나 처음 시작할 때는 끝까지 분투노력할 것을 다짐하지만, 세상사가 어찌 그리 만만하겠는가. 시간이 흐르면 처음에 다잡았던 마음도 풀어져 말 그대로 초심을 잃게 마련이다. 시진핑의 이 말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끝까지 용맹정진할 것을 중국인들에게 일깨우고자 한 것이 아니겠는가.


by 와호장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