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주방언周邦彦 완사계 · 무성한 푸른 대숲 아래 오솔길 생기고浣紗溪 · 翠葆參差竹徑成

완사계 · 무성한 푸른 대숲 아래 오솔길 생기고浣紗溪 · 翠葆參差竹徑成 /송宋 주방언周邦彦

翠葆參差竹徑成 무성한 푸른 대숲 아래 오솔길 생기고
新荷跳雨淚珠傾 빗방울 튀는 연잎 눈물 방울 기우는데
曲闌斜轉小池亭 굽은 난간 비껴 도는 작은 연못의 정자

風約簾衣歸燕急 주렴에 바람 타니 돌아가는 제비 급하고
水搖扇影戲魚驚 부채 그림자 물결 비쳐 물고기 놀라는데
柳梢殘日弄微晴 저녁 햇살에 늘어진 버들가지 하늘하늘

주방언(周邦彦, 1057~1121)은 항주 사람으로 자가 미성(美成)이고 호는 청진거사(清真居士)로, 북송 시대의 저명한 사 작가이다. 이 작품은 없지만 《송사삼백수》에 23편의 작품이 실려 있을 정도다.

<완사계>는 7언 3구를 1단으로 하여 2단으로 대응되는 구조를 지닌 사패(詞牌)이다. 다만 운자는 3구만 제외하고 전구에 단다. 각 3구는 병렬로 되어 있으면서 각각 마지막 구에서 정리되는 구조이다. 이 사패로 사를 지은 사람이 수 없이 많다.
《역대시여(歷代詩餘)》 에는 124수가 실려 있는데 소동파의 작품 14수를 위시해 구양수(歐陽脩), 안기도(晏幾道), 신기질(辛棄疾) 등의 작품이 많으며 주방언의 작품은 6수가 실려 있다.

봄에 솟아난 죽순은 푸르고 무성하며 저마다 나름의 모양으로 자랐는데 이제 제법 대숲의 모양을 갖추어 그 아래 오솔길이 생겨났다. 새로 자란 연 잎에 비가 내리자 그 방울들이 튀면서 이리저리 움직이는데 마치 눈물 방울과 같고 연잎이 기우뚱 하면서 눈물이 흘러내리기도 한다. 각이 진 난간을 빙 돌아가며 둘러친 정자가 작은 연못가에 있다. 이 정자에서 무성한 대숲과 오솔길, 비오는 날의 연잎에 고이는 빗방울 등을 모두 잘 감상할 수 있다.

천을 붙여 만든 주렴에 바람이 불어오는데 돌아가는 제비는 비가 올 줄 감지하고 더욱 속력을 낸다. 물결이 흔들거리는 곳에 내가 들고 있는 부채 그림자가 비치자 놀고 있던 물고기들이 위협을 느끼고 깜짝 놀라 달아난다. 밑으로 늘어진 수양버들 가지 끝으로 저녁 햇살이 비쳐드는데 이제 갓 비가 그치고 맑아진 하늘을 마치 희롱이라도 하듯이 버들가지가 마냥 좋아서 하늘거리고 있다.

시의 내용이 이렇다. 각 사물에 대한 영물시를 모아 놓은 것 같다. 빗방울이 연잎에 떨어져 구르다가 떨어질락 말락 할 때의 모습을 눈물 방울에 비긴 것도 뛰어나고, 바람 불어 흔들리는 물결에 부채 그림자가 비치자 물고기들이 화들짝 놀라 달아나는 것도 재미있다. 그러나 마지막 구절은 이 시인의 상상을 뛰어넘는 역량을 보여준다. 저녁이 되어서야 수양버들 가지 끝에 햇살이 비치는데 비가 오고 난 뒤에 맑아졌지만 이제는 저녁이 되어 살짝 어두워 올 무렵 그 가지가 흔들리고 있는 것을 마치 버드나무 가지이기라도 한 듯이 표현하고 있다.

무성한 대숲과 연못의 연잎, 그리고 물고기, 이런 사물들의 생태와 움직임을 극히 구체적으로 정묘하게 그려내고 있다. 음악을 입힌다면 아마도 더욱 아름다울 것이다. 이 노래 가사는 바로 그 점을 의식하고 쓴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 가사 자체만 해도 시로 그린 한 폭의 여름철 실경 정물화이다. 당장이라도 연못가에 가서 이런 광경을 확인하고 싶어진다.

陈佩秋, 《竹径通幽》 출처 雅昌拍卖

365일 한시 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