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얼시劉二囍-서점의 온도書店的溫度 12

12 톈유天佑, 서점의 어린 자원봉사자书店义工

자기소개서

존경하는 1200북숍 담당자 분께

저는 톈유(天佑)라고 해요.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에서 왔고 지금은 광저우시 둥산(東山)실험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다가 집에서 휴학을 하고 있어요. 저는 책 읽기를 좋아하고 다른 사람과 사귀는 것도 좋아해요. 그래서 1200북숍에서 일을 도와드리며 책과 함께하고 싶고,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어요.

저는 전에 아주 훌륭한 서점에서 여름방학 자원봉사를 한 적이 있어서 어느 정도 업무 경험도 있어요. 제 경험으로 여러분을 도우면서 즐거움도 드리고 함께 지식을 쌓고 싶답니다.

잘 부탁드려요!

리톈유 올림

  1. 3. 6

오늘 아침, 아룽(阿蓉)이 내게 문자를 보냈다.

“톈유가 일어나서 오늘이 당신의 날이래.”

나는 의아해서 그게 무슨 소리냐고 답장을 보냈다.

“당신 이름은 류얼시이고 오늘은 6월 2일이잖아. 그러니까 역시 류얼시(六二囍. 6과 2와 기쁠 희 자는 중국어 발음으로 각기 ‘류’, ‘얼’, ‘시’이다)지. 그래서 당신의 날을 축하한대.”

이런 맹랑한 녀석 같으니.

톈유는 서점의 어린 자원봉사자다. 매주 화요일마다 와서 하루 종일 일한다. 이 귀엽고 똘똘한 꼬마는 금세 인터넷 스타가 돼서 매주 그 애를 보러 일부러 서점에 오는 여성 팬들까지 있다. 어제는 어린이날이라 꽤 여러 명이 선물을 갖고 서점에 들렀지만 안타깝게도 그 애를 보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친선 축구경기에 나가려고 그 애가 휴가를 냈기 때문이다.

처음 서점에 출근했을 때 톈유는 여덟 살이었는데 지금은 아홉 살이다. 서점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한 지 벌써 반년이 다 되었다. 정식으로 일하기 전, 그 애는 진지하게 한 통의 구직 편지와 자기소개서를 써서 보냈다.

물론 그 구직 편지가 아니었어도 그 애는 문제없이 우리 서점에서 일했을 것이다. 그것은 반년 전 내가 그 애 엄마에게 약속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설 연휴였고 나는 특별히 몇몇 고마운 친구들에게 새해 메시지를 보냈는데 톈유의 엄마 아룽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내게 긴 답장을 보냈다.

“얼시, 먼 곳에서 축복을 해줘서 고마워. 당신과 당신 가족도 새해 복 많이 받기를! 나는 광저우에서 당신과 당신의 서점을 알게 된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 비록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멀리 해외에 있는 친구들도 인터넷 카페를 통해 광저우에 내가 좋아하는 1200북숍이라는 서점이 있다는 것을 다 알고 있어. 듣자하니 조만간 베이징로에 새 분점을 연다면서? 많이 기대하고 행운을 빌게!

내 새해 계획은 톈유를 휴학시키는 거야. 정말 그렇게 한다면 걔를 일주일에 하루씩 서점에 자원봉사자로 보내고 싶어. 책도 나르고, 정리도 하고, 청소도 하게 해줘. 네게 폐를 끼치는 게 아니었으면 좋겠어.

우리 가족은 당신을 너무 좋아하고 톈유 이 녀석도 나중에 크면 얼시 당신처럼 다채로운 인생과 넉넉한 마음을 가졌으면 해.“

나는 당연히 그녀의 청을 수락했다. 아룽은 과거에 삐딱한 아가씨였고 사랑을 위해 앞뒤 안 가리고 멀리 오스트레일리아로 시집을 가 멜버른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다가 3년 전, 연로한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세 식구가 중국에 돌아와 광저우에서 일하며 생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룽의 삐딱한 기질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녀는 우선 텐유가 배우는 국어 교과서가 여전히 공허한 설교 투성이여서 자기가 배우던 때와 거의 똑같고 가르치는 방식도 차이가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비판과 징벌 위주의 교육 모델도 옛날 그대로였다. 그렇게 경직되고 부패한 교육제도 아래에서 이미 일학년 때부터 톈유는 숙제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래서 아룽이 어쩔 수 없이 대신 해주는 일이 잦았는데 그게 선생님에게 딱 걸려 그만 학교 교무실로 불려가야 했다. 그때 그녀는 그 학교와 손을 끊기로 결심했다. 톈유의 휴학 처리를 마치면서 아룽은 이번에는 삐딱한 엄마가 되었고 톈유는 명문 초등학교 3학년 학생에서 학교 밖 아이가 되었다.

그 후로 매주 화요일 아침 9시면 톈유는 1200북숍 톈허북로점에 나타났다. 새로운 환경에서 그 애는 무척 즐거워했다. 첫날 근무를 마치고 나서는 그날의 가장 큰 수확이 두 명의 청각장애인 직원에게 수화를 배운 것이라고 말했다.

“누나들과 얘기를 할 수 있게 됐어요.”

두 번째 날에는 금전출납기 사용법을 배웠다. 그 애는 서점에 오자마자 작은 걸상을 가져와 금전출납기 앞에 섰다. 그 이유는 자기가 이미 독학으로 중학교 대수학을 배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애는 자신의 재정 관리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책가방에서 중학교 수학 관련서와 연습장을 꺼내 내게 보여주었다. 연습장 안에는 막 풀어낸 계산 과정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누가 황소자리 아니랄까봐 계산에 밝군.’

하지만 그 애는 자신의 실무 능력을 너무 높게 평가했다. 손님이 셴닝치(咸檸七. 소금에 절인 레몬 조각을 세븐업 사이다에 넣어 만든 음료) 한 잔을 주문했을 때 그만 얼어버렸다. 글씨를 못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돈을 거슬러줄 때는 또 말을 더듬었다. 직원이 자기 대신 돈을 계산해준 뒤, 그 애는 조금 겸연쩍은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계산할 줄 알거든요. 그냥 좀 피곤해서 그랬어요.”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으냐고 내가 물었을 때 그 애는 과학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 애의 책가방 속에는 또 영어로 된 화학실험 교재 한 권과, 그 애가 어디를 가든 꼭 갖고 다니는 노트 한 권이 있었다. 표지에 ‘과학 노트’라고 적힌 그 노트 안에는 그 애의 갖가지 실험 순서도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작문 노트도 있었는데 그것은 아룽이 준 숙제였다. 아래 문제를 보니 이 꼬마 과학자는 시도 때도 없이 우주적인 문제를 사유해야 할 듯했다.

“시간과 공간은 네게 무엇을 의미하니?”

아마도 공간은 차가운 겨울밤에 뭇 별이 반짝이는 광활한 하늘인지도 모르고, 성조기로 감싸인 채 금빛 꼬리를 내뿜는 로켓이 늠름한 우주비행사를 기다리며 외롭게 돌고 있는 위성 궤도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꼬마 과학자가 주로 하는 일은 서점 안에 마구 놓인 책과 다른 상품을 제자리에 놓는 것이었다. 그것은 내가 준 임무였고 처음에는 그 애가 딴전만 피우고 임무를 소홀히 하지는 않을까 염려했다. 하지만 그 애는 몇 주 만에 완벽하게 자기 일을 파악했다.

“두 곳이 제일 잘 어질러져요. 들어오자마자 오른쪽 책꽂이하고요 또 저기예요.”

그 애가 가리킨 곳은 팬시상품이 놓인 진열대였다. 서점을 한바퀴 돌고 나면 직원을 도와 서빙을 하기도 했다. 허리에 무전기를 차고 조심조심 음료수를 날라 손님들을 즐겁게 했다. 그리고 손님이 없을 때는 컴퓨터 앞에 앉아 모니터에 뜬 글자들을 하나하나 소리 내어 읽거나, 지치지도 않고 감시카메라 영상을 보았다.

“타이완 책이 있는 저쪽에 앉은 사람은 아무것도 안 살 것 같아요.”

휴학은 오히려 그 애의 호기심을 증가시켰다. 거기에는 과학 지식뿐만 아니라 아직 안 해본 일과 안 본 책, 직원에게 남자친구가 있는지 없는지도 포함되었다. 점심시간에도 그 애는 한가할 틈이 없었다. 컴퓨터로 《세상을 구하는 사나이 빌 나이》라는 과학 동영상을 보며 거기 나오는 과학 실험의 순서와 결과를 자기 과학 노트에 쓰고 그려넣었다.

다 보고 나서는 쪼르르 나와 다른 직원들에게 달려와 설명을 했다.

“이거랑 저거랑 섞으면 기체가 발생해요. 엄마 화장품 가방에다 그 기체를 모았어요.”
“네가 화장품 가방을 사용한 걸 엄마는 아니?”
“모르죠.”

박수를 쳐줄 청중이 생겨난 뒤로 그 애는 자물쇠가 달린 노트 두 권을 직접 만들고 서점 직원들에게 자기가 필기한 것을 자랑했다. 그리고 서점을 한 바퀴 돈 뒤에는 따라온 점원에게 물을 권했다. 그 애는 그렇게 외톨이에서 한 조직의 막내가 되었다.

그 사이, 톈유는 컵도 깨보았고 꾀를 부려 말을 안 듣기도 했으며 책을 보다가 시간을 까먹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어떻게 손님이나 점원과 의사소통을 하는지, 어떻게 머리를 써서 일을 완수하는지 배웠다. 또 어떻게 일로 돈을 벌어 자기가 원하는 물건을 사는지도 배웠다. 예를 들어 그 애는 서점에서 󰡔테오도르 그레이의 괴짜과학󰡕이라는 책에 꽂혔는데 가격이 거의 60위안이다. 그래서 그 애는 요즘 매일 토마토볶음밥만 시켜, 엄마가 준 점심값에서 5위안을 남겼고 그 돈을 착실히 모아 결국 책을 사는 데 성공했다.

우리 서점은 바람을 피하는 작은 항구처럼 그 애 내면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창조력을 보호해주고 그 애가 수업시간에 배우지 못한 지식을 배우게 해주었다. 하지만 이곳은 그 애가 잠시 거쳐 가는 정거장일 뿐이다. 아룽은 여름방학이 끝나면 그 애를 사립초등학교에 보낼 궁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톈유는 곧 서점을 떠날 것이다. 심지어 머지않은 장래에 중국을 떠나 오스트레일리아로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어디를 가든 서점에서의 경험은 장차 그 애의 인생에서 아름다운 한 페이지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 애는 자기가 자라서 멜버른에 우리 1200북숍 24시간 서점의 지점을 차리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서점의 씨앗이 벌써 그의 마음속에 싹을 틔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