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루에 올라 저녁에 바라보고 객을 초청하며江樓夕望招客/당唐 백거이白居易
海天東望夕茫茫 저물녘 동쪽 바다 바라보니 아득한데
山勢川形闊復長 산과 강의 형세 툭 트이고 유장하네
燈火萬家城四畔 성곽 사방에는 일만 가옥 등불이 타고
星河一道水中央 전당강 중앙엔 한 줄기 은하수 비치네
風吹古木晴天雨 고목에 부는 바람은 맑은 하늘 빗소리
月照平沙夏夜霜 모래톱 비치는 달빛은 여름밤의 서리
能就江樓消暑否 강루에 와서 더위를 식히지 않으려나
比君茅舍較清涼 그대의 띳집과 비교하면 더 시원하네
이 시는 823년 백거이가 52세 때 항주 자사로 있을 때 지었다. 이 당시 그는 서호(西湖)와 영은사(靈隱寺)를 두루 유람하는 등 주변 경관을 감상하기 좋아하였는데, 이 시는 어느 밤이 들 무렵, 항주성의 동루(東樓), 즉 망해루(望海樓)에 올라가 멀리 조망되는 경관을 바라보며 그 풍광과 감회를 서술한 작품이다.
저물녘 망해루에 오르니 그 이름처럼 멀리 바다가 조망되고 구불구불 용처럼 바다로 흘러가는 전당강(錢塘江) 주변으로 툭 트인 유장한 경치가 눈에 시원하게 들어온다. 당 개원 연간에 항주 호구는 8만4천에 달하였는데 그 1만 가구에서 켠 불빛이 성의 동서남북에서 환하게 빛나고 있고 하늘의 수많은 별들이 뜬 은하수가 전당강 밤물결 위에 비치고 있다.
고목에 바람이 불어오니 맑은 하늘에서 비가 내리는 소리가 나고, 강가 모래밭에 달빛이 비치니 마치 여름밤에 서리가 내린 듯 희게 반짝인다. 그대도 이 강루에 와서 여름 무더위를 날려 버리지 않겠는가? 그대 모옥과 비교하면 여기가 더 시원하다네.
누정은 멀리 조망하며 사람의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펴는 기능이 있는데 이 시에는 그러한 누정의 조망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항주 서호나 우리나라 평양에 누정이 많은 이유 역시 알 수 있다. 특히 항주성 1만 가구에서 켠 등불 야경과 전당강 물결에 비치어 일렁이는 은하수는 그러한 전망에 여름밤의 낭만을 더해준다.
이 시는 처음과 끝의 짜임도 좋고 가운데 2개의 대구도 극히 뛰어나다. 등불과 은하수가 만들어내는 항주성과 전당강의 야경도 좋거니와, 고목에 부는 바람을 빗소리로, 강변 모래톱에 비치는 달빛을 서리로 비유한 것은 각각 청각과 시각의 대비가 자연스러워 노련한 대구의 묘미를 보여준다. 여름의 더위를 식히는 주문과도 같은 마력이 있다고 극찬하고 싶어진다. 소식도 백거이의 만년 시가 극히 묘하다고 하면서 이 두 구를 예로 들고 있다.
이런 누각에 가보고 싶어지는 마음이 절로 일어나니 백거이가 초객(招客)이라는 말을 제목에 쓴 그 흥분된 호기에 충분히 공명이 되며, 아울러 낙천의 안력(眼力)과 필력(筆力)에 절로 탄복하게 된다. 어허! 취음선생(醉吟先生)의 시가 이 지경에 이르다니!
365일 한시 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