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숭이 부부 15
토요일 점심에 샤오놘은 평소처럼 자명종 소리를 듣고 몸부림치며 깨어났다. 그녀는 그것이 아내의 덕이 아니냐면서, 자기는 본래 오후나 돼야 소생하는 생물종인데 오로지 남편을 위해 본능을 극복하고 미리 눈을 떴다고 했다. 보통 주말에는 레이례도 늦잠을 자며 휴일의 여유를 즐겼다.
샤오놘은 양치질을 하자마자 당근케이크를 만드는, 자질구레한 일을 시작했다. 계란을 깨면서 궁리를 했는데 계란 깨는 기계도 사실 가격이 몇 십 위안이나 했다.
“무슨 옷 입고 나갈 거야, 여보?”
레이례는 그녀가 전혀 치장할 채비를 안 하는 것을 보고 은근히 물었다.
“그냥 이렇게 가지 뭐.”
샤오놘은 눈을 가늘게 뜬 채 그릇 속 밀가루를 반죽하고 있었다.
그녀는 오래 전에 산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레이례는 심지어 옛날에 그녀가 땅콩소스를 잘못 먹고 실려가 응급처지를 받았을 때도 그 옷을 입고 있지 않았는지 의심이 들었다. 위에는 검은색 티셔츠를 입었었는데 가슴에 색이 바랜 미키마우스 무늬가 찍혀 있었다.
“네가 아무리 미모에 자신이 있어도 그런 꼴로 가면 안 돼! 너는 어쨌든 후배니까 우리 기수 여자애들보다는 더 젊고 예뻐야 하지 않겠어? 걔들은 오늘 틀림없이 잘 꾸미고 나올 테니까 너도 너무 신경을 안 쓰면 안 돼.”
레이례가 기억하는 샤오놘은 항상 치장하기를 좋아했다. 학교에 다닐 때는 생활비를 거의 전부 갖가지 옷과 장신구와 바꿨다. 한번은 부츠 한 켤레 때문에 한 달 내내 식당에서 가장 싼 메뉴를 먹었다.
“허영기가 심하네, 선배. 그래, 옷을 갈아입지 뭐. 우리 레이례 선배가 체면이 상하면 안 되니까 조금 있다 갈아입을게.”
레이례는 샤오놘의 옷장을 열어보고 조금 마음이 시큰해졌다. 비키니옷장 속에는 볼품없는 티셔츠 몇 벌과 쪼글쪼글한 바지 몇 벌밖에 없었다. 괜찮은 옷을 골라 샤오놘에게 입혀주고 싶었지만 정말 마땅한 것이 없었다.
“옷이 이게 다야?”
그는 부엌을 향해 소리쳤다.
“밖에도 안 나가는데 잠옷만 있으면 되지 뭐.”
“그러면 그 희한한 옷들은 왜 나한테 보여준 거야?”
“그냥 본 거지. 보는 건 돈이 안 들잖아.”
샤오놘은 팔에 밀가루를 묻힌 채로 자기가 얼마나 똑똑한지 자랑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한 벌에 수십 위안 하는 그 괴상한 옷들을 구경하고 큰 이득이라도 본 것처럼.
“마음에 들면 사. 비싸지도 않잖아. 우리가 너한테 옷 살 돈도 못 보태줄 형편도 아닌데.”
“신경 쓰지 마. 그럴 필요 없어.”
“그러면 뭘 입고 나갈 건데?”
“선배가 좀 찾아줘. 밑에 보면 네이키드 스킨 컬러 티셔츠가 있을 거야. 작년 생일에 엄마가 사준 거야. 꽤 비싼 거라고 하던데.”
“네이키드 스킨 컬러가 뭐야?”
“알몸 같은 살색이야. 아, 됐어. 모르면 조금 있다 내가 찾을게.”
샤오놘은 손을 닦고 보통은 연분홍색이라고 부를 만한 색깔의 짧은 셔츠 한 벌을 찾아냈다. 그녀가 그 셔츠를 입으니 웃는 얼굴이 무척 환해보였다. 레이례는 얼른 예쁘다고 말했고 그러고서 두 사람은 서로 말없이 마주보았다. 옛날에는 레이례도 그녀에게 잘하고, 행복하게 해주고, 함께 온갖 곳을 여행하겠다는 약속을 해주곤 했다. 그런데 지금 그의 아내에게는 고작 비키니옷장 하나밖에 없었고 또 그 안에는 입고 나갈 만한 변변한 옷 한 벌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