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맛夏意/송宋 소순흠蘇舜欽
別院深深夏簟清 깊은 후원에 대자리도 서늘한데
石榴開遍透簾明 활짝 핀 석류꽃 발 너머 훤하네
樹陰滿地日當午 한 낮에 나무 그늘 후원을 덮고
夢覺流鶯時一聲 잠에서 깨니 이따금 꾀꼬리 소리
소순흠(蘇舜欽, 1008~1048)은 북송의 문인으로 시와 서법에 모두 당대 최고 수준이었다. 지금 소주(蘇州)에 가면 남문을 채 못가 작은 개울 옆에 창랑정(滄浪亭)이 있다. 이 정원은 졸정원(拙政園)이나 유원(留院)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나름대로의 특색이 있다. 대나무와 석가산이 인상적이었다. 벼슬에서 밀려나 이 창랑정을 지은 사람이 바로 소순흠이다.
이 시를 언제 지었는지 알 길이 없으나 이 창랑정에서 생활할 때 지은 시로 보인다. 중국의 정원에는 회랑을 많이 만들고 석가산을 조성하여 그 사이로 길을 꼬불꼬불 내며 사이사이로 물을 흐르게 하고 여러 종류의 화목(花木)을 심는데, 나무 그늘이 드리운 당의 탑상(榻床) 위에 대자리를 깔고 앉아 있으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시 제목에 ‘의(意)’를 쓴 것은 여름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나 기분을 표현한 말이다.
시원한 후원에서 대자리 위에서 독서를 하다가 깜박 한 숨 자고 개운한 머리로 일어나니 꾀꼬리 울음이 이따금 들려오는 여름철 특유의 한가하고 낭만적인 정취를 표현하였다. 진나라 처사 도연명이 북창 아래에 누워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즐기고 있으면 자신이 복희 시대 사람인가 생각이 들 정도라고 시에서 말한 일이 있다. 이 시 역시 여름철 낫 잠의 개운하면서도 한가한 맛을 주변 경물과 함께 정취 있게 그려내었다.
우리나라의 송암(松巖) 권호문(權好文, 1532~1587)은 <한거록(閑居錄)>에서 이 시를 인용하고는 만물이 무성한 여름철에 나무 그늘에서 낫잠을 자면서 감상할 만한 시로 이 시를 꼽았고, 시인 상촌 신흠(申欽, 1566~1628)은 <청창연담(晴窓軟談)>에 이 시를 소개하며 위응물의 혼백이 돌아온 것 같다고 하면서 이런 재주를 지닌 시인이 쓰이지 못하고 41세에 죽은 것을 탄식하였다.
365일 한시 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