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옷날에端午卽事/송宋 문천상文天祥
五月五日午 오월 오 일 단옷날에
贈我一枝艾 누가 쑥 한 가지를 주네
故人不可見 고인은 만날 수가 없고
新知萬里外 새 벗은 만 리 밖에 있네
丹心照夙昔 지난 날 충성을 다 했고
鬢髮日已改 이제 머리가 날로 세네
我欲從靈均 나 굴원을 따르려 하나
三湘隔遼海 소상강 요동에서 멀구나
문천상(文天祥, 1236~1283)은 남송 말기 원나라에 대항해 의병을 일으켰다가 원나라에 잡혀가 <정기가(正氣歌)>를 짓고 순국한 충신이다. 이 시는 1276년에 원나라 군에 잡혀 있다가 연해 지역으로 탈출한 상황에서 송나라 사람에게 무고를 당하여 자신의 마음을 밝히기 위해 쓴 시로 보인다.
단오는 양의 기운이 왕성한 날이다. 이런 양덕(陽德)은 광명정대한 것을 지향하므로 이 시의 주제인 단심(丹心)을 밝히기에 좋은 날이다. 누군가 단오 풍속으로 쑥 한 가지를 가져다 준 것이 시상을 촉발하였다. 자신이 모범으로 삼는 제갈량이나 악비(岳飛) 같은 충신은 고인이라 만나 볼 수가 없고 뜻을 함께 한 동지들도 뿔뿔이 흩어져 있다.
송나라에선 자신이 조국을 배반했다고 말하지만 나의 지난 행적을 돌아보면 일편단충(一片丹忠)으로 일관했다. 지금 머리가 희어지기 시작하는 지금까지 말이다. 나는 초나라 충신 굴원을 따라 가고 싶다. 그러나 굴원이 5월 5일에 투신한 멱라수가 흘러드는 소상강은 이곳 요동의 바다와는 거리가 너무도 멀다.
첫 구에서 오(午) 한 자로 단오를 나타냈다. ‘단심조숙석(丹心照夙昔)’, ‘단심이 지난날을 비춘다.’는 말은 자신의 지나온 길이 충절을 다 바친 삶이라 말한 것이다. 영균(靈均)은 굴원의 자이고, 요해(遼海)는 요하 지역의 바닷가를 말한다. 삼상(三湘)은 소상강 일대의 상(湘) 자가 들어가는 3지역을 합친 말이다.
오(午), 애(艾), 단심(丹心), 영균(靈均), 삼상(三湘) 등 단오와 관련이 있는 시어를 구사하며 다신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있다.
이 시도 보면 아(我)가 2, 7구에 중복되어 있다. 이는 한시에서 크게 꺼리는 것이다. 전에 요즘 한시를 쓰는 사람을 보면 평측과 한시의 여러 규칙을 까다롭게 따지는 것을 더러 보았다. 그런데 내가 올해 소개한 158편의 한시 중 이런 규칙을 어긴 작품이 수두룩하다. 예전의 대가들이나 저명인사들이 이런 규칙을 몰랐겠는가? 표현하고자 하는 뜻과 자연스러움이 소소한 규칙보다 우선하기 때문이다. 한시가 가슴 속의 뜻을 표현하는 것이지 단순히 형식에 맞추어 말 놀이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지금은 악비와 문천상이 다 충신인 줄 알지만 당대에는 오히려 의심을 받았다. 이순신도 그렇지 않은가? 지금 세상에 보면 국민을 속이고 나라를 해치는 무리들이 말끝마다 안보를 외치며 정작 특전사 출신 대통령을 빨갱이라 하고 좌파며 종북이라 한다. 이런 시국에 천불이 나고 복장이 터지는 사람은 이 문천상의 시를 가슴으로 이해할 것으로 생각한다. 현충일과 단오를 맞이하여 이 보다 더 좋은 시가 어디 있겠는가?
365일 한시 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