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샤오뤼鄭小驢-필립스 면도기飛利浦牌剃須刀 16 완결

필립스 면도기 16

12

샤오자는 알감자가 류 뚱보와 잘 지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 광경을 그는 정오에 무심코 발견했다. 계단에서 둘이 다정한 모습으로 웃고 떠들며 나란히 올라가는 것을 본 것이다. 샤오자는 몸을 돌려 길을 내주며 하나는 작고 하나는 큰 둘의 조합을 의아해하며 바라보았다. 이 세상은 그가 상상하는 것보다 좀 더 복잡했다. 머리를 만지면서 그는 그것이 정말 사실인지 좀처럼 믿지 못했다.

방과 후, 그는 알감자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너, 왜 류 뚱보 같은 자식한테 붙은 거야?”

알감자는 눈썹을 찌푸리고는 성가시다는 듯 그를 보았다.

“왜 쓸데없이 참견이야? 어제 우리가 싸울 때는 제일 신나서 소리 지르지 않았어?”

알감자의 눈빛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 샤오자는 달려들어 세게 한방 날려주고 싶었다. 그 감자와 똑같이 생긴 자식이 갈수록 눈에 거슬렸다.

“류 뚱보한테 붙었다고 네가 뭐라도 된 줄 알면 큰 착각이야!”

그는 불만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지금 나를 협박하는 거야?”

알감자가 샤오자의 코를 가리키며 따졌다. 그의 눈이 유리구슬처럼 반짝였다. 하룻밤 사이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그의 낯선 분위기에 샤오자는 무서운 변화를 실감했다.

“너는 배신자야!”

샤오자는 화가 나서 말했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감자는 잠시 이해를 못했다. 샤오자는 고개도 안 돌리고 그 자리를 떴다.

봄날 정오에 샤오자는 자신의 그림자를 밟으며 묵묵히 홀로 걸었다. 볕이 좋은데도 길에는 사람이 드물었다. 아무리 빨리 걸어도 그는 어쨌든 그림자보다는 반 박자 느렸다. 어릴 적, 어머니의 손을 잡고 정오의 햇빛 속을 걸을 때면 그는 자기 그림자를 쫓는 게 가장 즐거웠다. 그때는 나중에 크면 틀림없이 자기 그림자를 따라잡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는 차츰 걸음을 늦췄고 갑자기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때는 집에 사람이 없어서 그의 그림자 말고는 아무도 그의 존재를 눈치 챌 리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 미군에게 투항한 이라크 정부군이 떠올랐다. 그는 그들이 수치스러웠다. 설마 수치심을 느끼면 안 되는 걸까? 어느 날 밤 부모의 은밀한 신음소리를 들은 것부터 첫 번째 몽정, 어머니가 시장에서 푼돈을 아끼려고 장사치와 악다구니를 쓰며 싸웠던 일, 형이 남과 싸워 머리에서 철철 피가 났던 사건, 자오야쓰에게 연애편지를 썼다가 거절당한 일 그리고 영원히 낡은 집에 살아야 하는 것과 사담 후세인의 군대가 속절없이 패한 것까지 수치스러운 일들이 차례로 떠오르는 바람에 그는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뛰었다. 세계가 어서 멸망했으면 싶었다.

단지 입구에 들어서자 수위 장씨가 알은 체를 했다.

“어이구, 샤오자가 오늘 점심에는 웬일로 집에 왔냐?”

샤오자는 그를 무시하고 성큼성큼 계단을 올라가 재빨리 열쇠를 꺼내 구멍에 넣었다. 철컥, 하고 문이 열렸다. 샤오자의 눈에 먼저 띈 것은 거실의 켜져 있는 텔레비전이었다. 마침 국제 뉴스가 방영되고 있었다. 맹렬한 폭음 속에서 완전무장한 미군 병사가 훌륭한 장비를 갖춘 장갑차를 타고서 막 바그다드를 향해 쳐들어가고 있었다. 그 다음에는 아버지의 침실에서 간간이 인기척이 들렸다. 침실 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그는 수치심을 가득 안고 한 여자를 보았다. 그녀는 산발을 한 채 크고 새하얀 한 쌍의 유방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녀의 원한 서린 눈이 방구석의 아버지를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똑같이 벌거벗은 몸으로 구석에 웅크린 채 아버지는 온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그의 수치스러운 눈빛은 마구 흔들리며 여자의 손에 들린 식칼에 고정되어 있었다. 샤오자는 살며시 문을 닫고 욕실에 들어갔다. 거울 속 두 뺨에 두 줄기 눈물이 매달려 있었다. 그 얼굴은 차츰 흐릿해졌다. 그는 턱을 어루만졌다. 거기에는 청춘의 첫 번째 토착민들이 살고 있었고 한창 왕성하게 번식하는 중이었다.

그는 면도기를 집어 들고 스위치를 눌렀다. 입술 옆에서 윙윙, 진동음이 전해졌다.

사진출처 Raphael Schaller

飞利浦牌剃须刀 16 (完)

12

小加做梦也没想到,小土豆竟然和刘大胖子和好了,这是小加中午无意中发现的。在楼梯间,他看见两人有说有笑地走了上来,肩并着肩,一片火热的样子。小加侧身让他们的道,奇怪地望着这一高一矮的组合。这个世界比他想象中的复杂点,他摸了摸脑袋,依旧不敢相信这是真的。

课后,他捅了捅小土豆的腰,“你怎么和刘大胖子这种人勾搭上了?” 小土豆皱了皱眉头,厌烦地瞅了他一眼说,”管这么多闲事干啥呢?昨天我们打架的时候,你不是比谁都叫得欢吗?” 小土豆的眼神充满了鄙夷。小加很想跳起来狠狠揍他一顿。他看那个长得像土豆的家伙越来越不順眼。

“别以为攀上了刘大胖子,你就了不起了!” 他怏怏地说

“你是在威胁我么?” 小土豆指着他的鼻子质问道,他的眼神带着玻璃球似的反光。仿佛一夜之间,小土豆已经不再是以前的小土豆。他陌生的气质让小加体验到了变化的可怕。

“你是个叛徒!” 小加愤怒地说道。这句莫名其妙的话,小土豆一时难以理解。小加头也不回地走了。

春日的正午,小加踩着自己的影子默默独行。街道上的人很少,即便是难得的阳光明媚的春天。任凭他怎么加快速度,他总比影子慢半拍。小的时候,妈妈牵着他的手在正午的阳光下走时,他最大的乐趣莫过于追赶自己的影子了。那时的他,以为长大的那天,一定能踩到自己的影子。他逐渐放慢脚步,突然很想回家。中午家里没人,除了自己的影子,谁也不会感受到他的存在。他心里想的是那些向美军投降的政府军。他为他们感到耻辱。难道不应该感到耻辱吗?从他某夜听见父母做爱的声音、第一次梦遗、母亲买菜时为了省两角钱与菜贩大声争执、哥哥和人打架头破血流、给赵雅思写情书被拒、永远住着破旧的房子、萨达姆军队的不堪一击……这些耻辱的细节,忽明忽暗,想起时,他脸红心跳。恨不得世界马上毁灭。

进小区门口时,门卫老张打着招呼说,”哟,小加今天中午怎么也回来了!” 小加没搭理他,怏步走上楼梯,麻利地掏出钥匙插入锁孔,门”哐当”一下就开了。小加首先看见的是客厅里开着的电视。正在播放国际新闻:在猛烈的轰炸声中,戴着头盔全副武装的美军士兵坐在装备精良的装甲车上,正朝巴格达长驱直入。然后听见父亲的卧房里传来阵阵响动声。卧室的门大咧咧地开着,他满怀耻辱地看见一个女人。披头散发,一对白花花的大奶子毫无遮掩地裸露着,她怨恨的双眼直勾勾地瞪着墻角里的父亲;蜷缩在角落里同样赤裸的父亲。浑身颤抖着,那令人耻辱的目光哆哆嗦嗦地望着女人手中的菜刀。他轻轻将门拉上。走进洗手间。镜子里的脸颊上挂着两行泪水—那是一张渐渐模糊的脸。他摸了摸下巴,这儿寄居着青春期的第一批土著居民,它们在旺盛地繁衍着。

他一把抓起剃须刀,摁下开关,嘴唇边传来一阵嗡嗡的颤抖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