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방울

중국 고전을 읽을 때 종종 마주치는 해결하기 힘든 문제 중 하나는 고전 속에 등장하는 각종 ‘물건’과 그 ‘이름’의 실체이다. 더욱이 그것이 지금까지 전하지 않은 것이거나 혹은 상상력의 산물일 경우라면 게다가 구중궁궐이나 규방 아녀자의 은밀한 ‘물건’이라면 그 사정은 더욱 복잡해진다.

명대 말기 즉 우리 역사의 조선 중기인 임진왜란을 전후하여 세상에 등장한 《금병매사화金瓶梅詞話》에 보이는 ‘물건’ 가운데에는 이러한 미지의 것들이 상당수 등장한다. 지금은 전하지 않는 당시의 음식, 술, 차, 약, 향료에서 주인공 서문경이 사용하는 알 수 없는 도구에 이르기까지 그것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이들 물건 가운데 면령勉鈴, 은탁자銀托子, 유황권硫黃圈 등과 같은 음구의 실체는 지금까지 몇몇 호사가들의 연구대상이었만 아직까지 그 실체가 알려진 바 없다. 궁금하지만 드러내고 연구하기에도 불편하고 또 남아있는 자료도 매우 적은 남녀상열의 도구였기 때문이다.

勉鈴 혹은 緬鈴으로 쓰는 면령은 미얀마의 중국어 표기인 면전緬甸과 방울 령鈴자를 더한 것으로 이것이 미얀마에서 전래된 방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면령은 《금병매金瓶梅》 16회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보인다.

원래는 남쪽 오랑캐에게서 나는 것. 사람들을 거듭하여 서울 땅에 이르렀다. 몸체는 작고 안은 영롱하니 약간 힘만 빌어도 빙글 돌며 매미 소리를 내는구나. 아름다운 여인의 마음을 풀어주고 신장을 도와 위풍당당하게 해준단다. 금빛 얼굴 용감하게 선봉에 서니 그 이름 떨치길 면자령이라네.

原是番兵出產,逢人荐轉在京。身軀瘦小內玲瓏,得人輕借力,展轉作蟬鳴。解使佳人心顫,慣能助腎威風。號稱金面勇先鋒,戰降功第一,揚名勉子鈴.

면령 혹은 면자령으로 불리는 이 기구는 명대 말기 사조제謝肇淛가 쓴 운남雲南에 관한 저작인 《滇略》에 보이는 것으로 당시 강남 일대에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물건이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면령은 전하기를 붕새의 정액이라고 한다. 붕새는 성질이 매우 음독하여 한 번 나서면 모든 암컷들이 피한다고 한다. 남쪽 아낙네와 마주치면 갑자기 여인을 쪼면서 교합을 하려하는데 흙으로 사람을 만들어 풀옷, 붉은 옷을 입혀 그 위에 꽃을 꽂아두면 붕새는 쉬지 않고 분탕질을 하며 정액을 쏟아낸다. 이것을 겹겹의 금속으로 싸서 채집하면 그 크기가 콩알만 하다. 이것을 사타구니에 차면 부인의 기운을 얻을 때 움직인다. 비밀스러운 것으로 외부에는 팔지 않아 오랑캐를 죽여야만 비로소 얻을 수 있다. 운남 사람들이 금속으로 대청가시풀 모양의 가짜를 만드는데 싸여진 모습과 흔들면 움직이는 것이 같으나 다만 이것은 움직이며 스스로 소리를 내지 못하였다. 태극환이라고 한다……

緬鈴, 相傳鵬精也. 鵬性淫毐, 一出諸牝悉避去. 遇蠻婦輒啄而求合. 土人束草衣絳衣簪花其上,鵬嬲之不置, 精溢衣上, 跳躍不休. 采之裹以重金大僅如豆. 嵌之於勢, 以御婦人得氣愈動然. 秘不外售殺夷取之始得. 滇人偽者以金作蒺藜形, 裹而摇之亦躍, 但彼不摇自鳴耳. 一云名太極丸…..

공교롭게도 이 면령의 출현 시기가 《금병매》의 유행시기와 일치한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또한 이《전략》을 지은 사조제는《금병매》의 초창기 독자 가운데 한 명이다. 그러나 ‘전하는 바에 의하면 相傳’이라고 한 것으로 보아 직접 보지는 못한 모양이다. 이보다 약간 늦은 시기 명말청초의 역사학자 담천談遷《조림잡조棗林雜俎》에서는《전략》의 내용을 글자 몇 개만 바꿔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전략》에서 시작된 미얀마 방울의 이야기는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실체에 대한 명백한 증거는 없고 전하는 말에 근거한 그야말로 소문만 무성한 물건이었던 면령은 급기야는 짝퉁이 등장하여 시중에 유통된다. 실제를 볼 수 없는 면령이 실생활에 등장한 것이다. 비록 전하는 바와는 조금 다른 것이었지만 말이다. 이러한 면령의 쓰임새는 《금병매》에 이르러 더욱 구체적으로 기술되며 등장한다.

반금련이 물었다. “이게 무슨 물건인가요. 어찌 팔이 마비되는 것 같죠?” 서문경이 대답하였다. “이 물건은 면령이라고 하는데 남방의 미안마에서 나오는 거야. 좋은 것은 은자 4,5량의 가치가 있다고 먼저 화로에 넣고 할 때 사용하면 효과가 만점이지”

婦人問道:“是什麼東西,怎的把人半邊胳膊都麻了?”西門慶解答道:“這東西名喚做勉鈴,南方勉甸國出來的。好的也值四五兩銀子。先把它放入爐內,然后行事,妙不可言.”

실체를 알 수 없는 아마도 짝퉁 미얀마 방울은 시중에서 은자 4, 5냥(현 시세로 60~80만원 정도)의 고가로 팔리고 있다. 또 열을 가한 후 사용한다는 구체적인 사용법도 알 수 있다. 이전 기록에서는 단지 온기를 얻으면 움직인다고 기록된 면령이 화로에 가열된 후 사용되었다. 앞서 《滇略》에서 면령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기록한 사조제는 자신의 글을 다시 한 번 언급하며 시중의 면령에 대해 첨언하고 있다.

운남 땅에 면령이 있으니 크기가 용안 씨앗만 하다. 열을 가하면 스스로 움직인다. 미안마 남자들이 그곳에 끼워 놓고 다니는데 성교에 도움이 된다. 단지 미안마 사람을 죽이고서야 이를 얻을 수 있는데 모두 좋았다. 시장에 돌아다니는 본국의 것은 모두 가짜이다. 그 가운데 태극환이라고 이름 지어진 것은 관원들의 선물용으로 사용되니 공공연히 이를 보고 편지를 보낸다. 

滇中有緬鈴,大如龍眼核,得熱氣則自動不休。緬甸男子嵌之於勢,以佐房中之術。惟殺緬夷時活取之,皆良。其市之中國者,皆偽也。彼中名為太極丸。官屬饋遺,公然見之箋牘矣.

그저 전해 들은 면령이 이제는 실제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시장에 돌아다니는 면령은 모두 중국에서 만든 가짜이며 광범위하게 유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체 없는 ‘물건’이 비록 가짜이나 ‘실체’가 되고 구체적인 사용법이 등장하며 시중에서 매우 고가에 팔려 관리들에게 뇌물로 사용되고 있다는 증언은 가상과 현실이 서로 복제하는 과정 가운데 진실과 거짓의 구분이 상실되었음을 의미한다.

이후의 면령을 묘사한 명대의 기록을 좀 더 살펴보도록 하자. 시중에 등장한 면령의 구체적인 모습이 담겨있다.

면령은 얇기로는 비교할만한 것이 없다. 크기가 황두만 하고 안에는 새의 정액이 약간 들어있다. 겉은 얇은 동으로 72겹 싸여져 있는데 귀신의 솜씨가 아닌가 한다. 책상머리에 두면 쉬지 않고 빙글빙글 도는데 손에 쥐면 전신이 마비되는 듯하다. 소장할 때 조금이라도 조심하지 않으면 쉽게 부서지는데 조금이라도 부서지게 되면 다시 고쳐 사용할 수 없다. 새의 정액은 깊은 산 속 평평한 지대에서 나는데 괴이한 새들이 날아드는 곳에 정액이 남겨져 있다. 촉촉하게 빛나는 것이 구슬과 같으니 매우 얻기 힘들다.

“緬鈴薄極,無可比擬。大如小黃豆,內藏鳥液少少許,外裹薄銅七十二層,疑屬鬼神造。以置案頭,不住旋運。握之,令人渾身麻木。收藏稍不謹,輒破。有毫髮破壞,更不可修葺,便無用矣。鳥液出深山坳中,異鳥翔集所遺精液也,瑩潤若珠,最不易得.”

이전의 면령을 묘사한 기록과 유사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 면령이 시중에 출현했다. 이제는 짝퉁, 유사품의 개념도 이미 사라지고 있다. 귀신의 솜씨로 만든 신령한 물질로 만든 미얀마 방울만이 등장할 뿐이다.

이러한 신비의 미얀마 방울, 면령의 위세는 청대에 이르러도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18세기 조익趙翼이 지은 《첨폭잡기檐曝雜記》에 오면 아직도 시중에서 유행하고 있는 면령을 발견할 수 있다. 다만 진위여부는 아직까지도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미얀마 땅에 음탕한 새가 있는데 그 정액이 방중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돌에 뿌려져 있는 것을 얻어 구리로 싸면 방울과 같다. 이를 면령이라고 한다. 내가 고향에 돌아왔을 때 한 사람이 이를 가져다 팔고 있었는데 크기가 용안과 같고 네 귀퉁이에 이음새도 보이지 않았다. 그 진위를 알 수 없어 손에 쥐었는데 점차 온기를 얻으니 방울이 스스로 움직였다. ‘쓰쓰’ 소리를 내는 것이 책상 위에 두니 그 소리를 멈추었다. 내가 사용할 곳이 없어 곧 돌려주었다.

又緬地有淫鳥,其精可助房中術,有得其淋于石者,以銅裹之如鈴,謂之勉鈴。余歸田後,有人以一玲來售,大如龍眼,四周無縫,不知其真偽,而握入手,稍得暖之,則鈴自動,切切如有聲,置于几案則止,亦一奇也。余無所用,乃還之.

《금병매金瓶梅》에 등장하는 면령에 대해 중국의 현대 시인이자 문필가인 스즈춘(施蟄存)은 그의 문장 <勉鈴>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면령은 대략 만력 년간에 미안마에서 전래된 귀한 음기구이다.

勉鈴大約正是萬曆年間從緬甸傳來的一種貴重淫器.

스즈춘의 글에 따르면 팔을 마비시킨다는 것은 감각을 마비시키는 물건이고, 화로에 먼저 넣는다는 것은 가열시킨다는 것이며 신장(성기능)을 도와준다는 것은 남성에게 작용한다는 것으로 면령은 남자가 착용하는 성기구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추론은 명대 사조제의 《오잡조 五雜俎》에 거론된 사실에 기반한다. 《오잡조》에는 위에서 본 것과 같이 “면령을 남근에 착용하면 성행위에 도움을 준다. 嵌之于勢,以佐房中之術.”이라고 적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스즈춘은 《金瓶梅》의 저자가 면령을 실제로 알지 못했다고 결론짓고 있다.

면령에 대한 또 다른 견해도 있다 네덜란드의 중국학자 로버트 반 굴릭(Robert H van Gulik)은 《中國古代房內考》에서 면령이 속이 빈 작은 은구슬로 행위 전에 여성의 그곳에 삽입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는 청대 조익趙翼의 《첨폭잡기檐曝雜記》의 견해에 기반한 것이다. 한편 굴릭의《중국고대방내고》에는 다음과 같은 리처드 버튼의 말이 인용되어 있다.

북경 침략 때 후궁에 작은 구슬이 놓여 있는 것을 모양이 옛날 보병 화기의 탄환 크기였다. 얇은 은 조각으로 만들었는데 속은 마치 프랑스제 구슬과 같이 작은 구슬이 들어 있었다. 여자들이 이를 음부에 넣고 침대에서 위아래로 움직이면 즐거움이 무한할 것이다.

在北京遭劫時,后宮中放有一些小球,樣子比舊式步槍子彈稍大,用薄銀片制成,內有類似grelot的活動的小銅丸,女子把它們放入陰唇,在床上上下運動就會感到其樂無窮.

지금까지의 기록에 따르면 면령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면령은 손가락 한 마디에서 탁구공 정도의 방울의 형태로 되어 있고, 안에 겹층의 공 혹은 작은 방울이 들어 있으며, 온기나 열을 가하면 스스로 움직인다. 또한 만지면 몸이 저리거나 마비되는 현상이 있다. 그렇다면 미얀마에서 이 면령이 실제로 존재할까?

면령은 명대 운남에서 미얀마에 실존하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이후 이를 전하는 문헌과 면령이 등장하는 소설의 유행으로 중국 남방에 짝퉁 면령이 판매되기 시작하였다. 구체적인 사용법과 효과가 나열되었고 세세한 묘사가 등장한다. 단지 진위여부는 알 수 없다. 미얀마라는 이국적인 곳에서 비밀스럽게 만들어진 방울이 중국의 짝퉁이 되어 시중에 유포되고 종국에는 청대 황궁에서도 발견되었다는 이 이야기는 전설이 실제가 되는 중국의 많은 ‘물건’들의 역사를 대변하지 않을까?

지금까지 면령이나 기타 다른 음구들의 관한 연구는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사회주의 중국이라는 공간의 제약과 음습한 물건이라는 특수성 때문이었을 것으로 사료된다. 하지만 이러한 작은 ‘물건’들이 의외로 중요한 단서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당시의 시장의 모습, 경제상황, 외국과의 교역 또한 저자가 알려지지 않은《금병매》의 탄생시기 같은 것을 말이다. 서사연구의 미시적인 연구가 필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