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위詠鵝/당唐 낙빈왕駱賓王
鵝鵝鵝 거위야 거위야 거위야
曲項向天歌 굽은 목으로 하늘 향해 노래하네
白毛浮綠水 흰 깃털은 초록 물 위에 떠 있고
紅掌撥清波 붉은 손바닥은 맑은 물결 퉁기네
《당재자전(唐才子傳)》이나 《당시기사(唐詩紀事)》등에 따르면 이 시는 낙빈왕이 7세 때 지은 시라 한다. 동시 같은 분위기에서 그 말을 어느 정도 믿게 된다.
첫 구가 묘미가 있다. 거위를 부르는 말로 우선 번역하였으나 거위가 노래하는 소리를 묘사한 것으로도 이해된다. 더욱 묘미가 있는 것은 이 시의 운자가 정지상의 <송인(送人)>과 같은 가(歌) 운목(韻目)에 속하는데, 아(鵝) 자도 이 운자를 맞췄다는 것이다.
거위의 특징이 구부러진 긴 목인데 2구에서 바로 그 특징을 포착했다는 것이 어린 낙빈왕의 사물 포착력을 보여 준다, 어린 정지상(鄭知常) 역시 새 을(乙) 자로 오리를 묘사한 적이 있다.
물갈퀴로 물을 저어 가는 모습을 금슬을 연주한다는 의미의 ‘발(撥)’ 자를 썼다는 것이 특히 천진하다.
이 시는 중국에서는 아동들에게 널리 학습시키는 시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동화는 많이 읽히지만 동시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듯한데 좋은 한시를 번역해서라도 널리 읽혀서 사물에 대한 감수성을 높여 줄 필요가 있다.
낙빈왕(駱賓王, 약 619~687)은 절강성 의오(義烏) 사람이다. 왕발(王勃), 양형(楊炯), 노조린(盧照鄰)과 함께 초당4걸로 불리는 시인이다. 그는 칙천무후 때 상소를 올렸으나 받아들여지지는 않고 폄적만 당해 불만을 품고 조정을 떠났는데, 나중에 서경업(徐敬業)의 반란군에 참여하여 칙천무후를 단죄하는 글을 썼다. 칙천무후가 그 글을 보고는 ‘이런 사람을 등용하지 않은 것은 재상의 잘못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나중에 항주 영은사(靈隱寺)에서 지낸 적이 있다.
365일 한시 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