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唐] 두보 절구絶句 둘째 수

절구絶句 둘째 수/ [唐] 두보

강물 벽옥빛에
새 더욱 희고

산은 푸르러
꽃빛 불 타네

올봄도 어느덧
또 지나가나니

어느 날 이 몸
돌아갈 해일까
江碧鳥愈白, 山靑花欲燃. 今春看又過, 何日是歸年.(2018.05.06.)

벽옥빛 강물 위를 나는 물새는 하얀 색깔이 더욱 돋보이고, 푸른 산에 피어난 진달래는 붉은 빛이 더욱 두드러진다. 이런 묘사법을 전문 용어로 ‘친탁(襯托)’이라고 한다. 배경 묘사를 통해 주요 대상의 특성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방법이다. 수묵화 기법에도 ‘홍운탁월법(烘雲托月法)’이 있다. 달을 그릴 때 배경이 되는 구름을 그려서 달의 형상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여기에서 더 발전한 ‘반친(反襯)’ 기법은 반대되는 배경을 그려서 묘사 대상을 강조한다.

이 시 기구(起句)와 승구(承句)는 배경과 묘사대상의 색깔이 조화롭게 어울렸으므로 전체적으로 대비의 수법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드넓은 벽옥빛 강물에 작은 점 같은 하얀 새가 드러난 모습, 온통 푸르게 덮인 신록 속에 붉은 색 꽃이 드문드문 피어 있는 형상은 대비 보다는 ‘친탁’에 더 어울리는 풍경이다. 특히 청색 계열과 홍색 계열은 보색 관계에 있으므로 그 색감이 훨씬 선명하게 느껴진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친탁’ 기법이 운용된 기구와 승구가 전구(轉句)와 결구(結句)의 배경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산뜻하고 화려한 새봄이 돌아왔음에도 시인 또는 화자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므로 이는 전형적인 ‘반친’ 기법이다. 꽃 피는 봄을 맞은 기쁨은 객지를 떠도는 슬픔을 강화한다. 이 때문에 마지막 구절 “어느 날 이 몸/ 돌아갈 해일까”는 객지를 떠도는 슬픔을 넘어 결국 이 세상을 떠나는 궁극적 이별까지 예감하게 한다. 김영랑은 이럴 봄날을 “찬란한 슬픔의 봄”이라고 읊었다.(사진출처: 橡树摄影 宁夏长庆俱乐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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