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보내며送春 첫째 수其一/ [宋] 오석주吳錫疇
하늘 한켠 맑은 노을
붉게 깔릴 때
작은 누각 다시 올라
앞개울 보네
종적 없이 봄이 갔다
말하지 말라
가지 끝 연초록 곁에
모두 남았네
紅襯晴霞一角天, 小樓重上眺前川. 莫言春去無蹤跡, 盡在枝頭嫩綠邊.(2018.04.25.)
『주역(周易)』의 ‘역(易)’에는 세 가지 뜻이 들어있다. 첫째, ‘변역(變易)’이다. 삼라만상과 인간만사는 잠시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뜻이다. 둘째, ‘불역(不易)’이다. 천변만화의 움직임 속에 불변의 진리와 법칙이 숨어 있다는 뜻이다. 셋째, ‘간이(簡易)’다. 만물과 만사의 변화 속에 담긴 불변의 이치가 너무나 간단하고 알기 쉽다는 뜻이다. 이 세 가지 의미는 나누어 말하면 셋이지만 합쳐서 말하면 기실 한 가지다. 『중용』에서는 그것을 ‘성(誠)’이란 한 글자로 개괄했다. 변화란 ‘쉼 없는 성실함(誠)’의 과정이다. 그것의 결과가 항상(恒常)의 진리다.
「항괘(恒卦)」 「단사(彖辭)」는 이렇다. “하늘과 땅의 도(道)는 항상성을 영구히 지속하며 멈추지 않는다.(天地之道, 恒久而不已.)” 이러한 진리는 어떻게 인식할 수 있는가? 「항괘」 「단사」에는 다음 구절이 이어진다. “해와 달은 하늘을 얻어 영구히 만물을 비출 수 있으며, 사계절은 변화하여 영구히 세월을 이루고, 성인은 올바른 도를 영구히 실천하여 천하를 교화하고 완성한다. 이런 항상의 현상을 관찰하면 천지 만물의 실정을 알 수 있다.(日月得天而能久照, 四時變化而能久成, 聖人久於其道而天下化成, 觀其所恒, 而天地萬物之情可見矣.)” 이런 관찰을 『대학』에서는 ‘격물(格物)’이라 했다.
노을이 물드는 해질녘은 낮과 밤, 음과 양이 바뀌는 시각이다. 변화의 진리를 깨치기 좋은 때다. 꽃이 지고 신록이 물드는 계절도 마찬가지다. 굼벵이가 허물을 벗고 날개 달린 매미가 되는 것처럼 계절도 화려한 꽃껍질을 벗고 성숙한 형상으로 모습을 바꾼다. 꽃이 졌다고 봄이 떠나간 것이 아니다. 봄은 허물을 벗고 저렇듯 싱싱한 신록으로 온 산천을 물들이고 있다.(사진출처: 昵图网)
한시, 계절의 노래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