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宋] 송백인宋伯仁 늦봄 시냇가를 거닐며晩春溪行, 회문回文

늦봄 시냇가를 거닐며晚春溪行, 회문回文/ [宋] 송백인宋伯仁

푸른 산 몇 리에
시내 하나 걸쳐 있고

펄펄 나는 꽃비 곁에
제비 가볍게 춤을 춘다

갈아놓은 논에는
봄비 새로 넉넉하고

갠 하늘 새벽빛에
버들 바람 산뜻하다
靑山數里一溪橫, 片片花邊舞燕輕. 耕遍水田新雨足, 晴天曉色柳風淸.

당시(唐詩)에 비해 송시(宋詩)는 담백하다. 당시는 대개 인간 존재의 고독한 슬픔을 바탕에 깔고 있다. 당시에서는 거대한 천지와 마주한 유한한 인간의 비애가 읽힌다. 하지만 송시는 평범한 일상 주위의 자잘한 사물과 사건을 묘사한다. 일상 속에 깃든 진리를 확인하고 긍정하며 생생하고 밝은 이미지를 보여준다. 당시가 비애를 발효한 짜릿한 독주라면 송시는 일상을 우려낸 담담한 작설차다.

낙화(落花)를 읊은 당시는 대부분 비애를 품고 있다. 이 시는 오히려 조각조각 펄펄 휘날려 떨어지는 꽃잎 곁에서 가볍게 춤추는 제비를 포착함으로써 낙화가 슬픈 일이 아니라 기쁜 일임을 은연중 드러낸다. 꽃이 지면 제비가 오고, 제비가 오면 갈아놓은 논에 모심기를 한다. 봄은 꽃을 슬퍼하고 인생무상을 한탄하는 계절이 아니라 새벽녘 맑게 갠 하늘 아래에서 논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계절이다. 송시는 이런 일상을 주시한다. 진리는 멀리 있지 않다. 일상으로부터 출발하지 않는 진리는 모두 공허하다.

또 흥미로운 점은 이 시의 제목에 붙여 놓은 ‘회문(回文)’이라는 어휘다. ‘회문(回文)’은 ‘회문시(回文詩)’다. 거꾸로 읽어도 시가 된다는 뜻이다. 고립어인 한자로 빚는 독특한 시 형식이다. ‘회문시’도 다양한 방식이 있으나 이 시는 뒤에서부터 거꾸로 읽는 가장 단순한 방식을 쓰고 있다. 아래 시가 그것이다.

산뜻한 바람 버들 빛에
새벽하늘 맑게 개고

넉넉하게 봄비 내린 논
두루두루 갈아놓네

가벼운 제비 춤추는 곁
꽃비 펄펄 날리고

가로 걸친 시내 일리에
드문드문 산 푸르네
淸風柳色曉天晴, 足雨新田水遍耕. 輕燕舞邊花片片, 橫溪一里數山靑.(그림출처: 90設計) (2018.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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