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夜月/당唐 유방평劉
更深月色半人家 밤 깊어 달빛 비스듬히 집을 비추는데
北斗闌干南斗斜 북두성은 누워있고 남극성은 비껴있네
今夜偏知春氣暖 따뜻한 봄기운을 오늘밤에 잘 알겠네
蟲聲新透綠窗紗 푸른 창으로 벌레 소리 들리기 시작하니
예로부터 혼자 사는 사람이 계절 변화에 민감하다고 하는데 이번에 날짜별로 시를 읽어보니 정말로 시인들이 계절의 변화를 섬세하게 감지하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시가 그런 시이다.
이 시를 통해 비로소 벌레들의 울음으로 봄을 알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밤이 깊어 새벽이 가까운 시간이다. 훤한 달빛에 눈을 뜨니 달이 기울어 집을 비스듬히 비춘다. 창문으로 내다보니 북두성은 멀리 가로로 누워 있고 남극성은 황혼 무렵의 해처럼 비껴 있다. 어디선가 풀벌레가 운다. 아! 이제 봄이 정말 왔는가 보다.
북두칠성은 북극성 주위를 도는데 새벽에 국자 아가리를 위로 하여 가로로 누워 있다. 난간(欄干)이란 말은 ‘가로로 걸쳐 있다.’는 말이다. 이 말만으로 그런 뜻을 짐작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 한문은 모르는 글자를 보고 합리적으로 그 뜻을 추정하는 학문이 아니고 그런 말을 누가 언제 어떤 맥락에서 쓰기 시작했는가를 살피는 것이 왕도이다. 한문에서 사서삼경이나 노자와 장자, 두보와 이백, 한유와 유종원, 사기와 한서 등 기본서를 익혀야 한다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 책들이 일종의 용례 사전이자 문법서인 것이다. 이 방법 말고 다른 지름길은 한문에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송명의 시를 공부하면서 한당의 시를 모르면 안 되고 한당의 시를 알려면 당연히 선진 시대의 시를 알아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 한시를 이해하자면 자연 중국의 한시를 이해해야만 하는데 특히 당시 사람들이 많이 본 책에 수록된 중요한 시들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후대의 시를 연구하는 사람은 자료가 많아 좋겠지만 반면 알아야 할 지식이 더 많아지는 부담을 감당해야 한다.
‘난간’은 조조의 아들 조식이 “달이 지자 삼성은 빗겨 있고, 북두성은 가로놓였네.[月沒參橫, 北斗闌干.]” 라고 쓴 데서부터 ‘가로로 놓이다’는 의미로 쓰였고 나중에는 이 말로 북두성을 대용하게도 된 것이다. ‘난(闌)’이나 ‘간(干)’에 가로막다는 뜻이 있는데 그 뜻이 가로로 걸쳐 있다는 뜻으로 된 것이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그리고 앞 구에 반(半)는 달이 기울어 있어 집의 반 정도만 달빛이 비친다는 말이나 결국 비스듬하게 비친다는 의미이다.
남극노인성은 북반구에서 2월에 남쪽의 지표면에서 좀 올라온 좌측 지점에서 관찰되기 때문에 저렇게 말한 것이다. ‘사(斜)’라는 글자는 해가 지기 직전에 떠 있는 위치를 말할 때 흔히 사용된다. 남극성을 노인성이나 수성(壽星)이라고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한라산 정상이나 서귀포에서만 관찰된다고 한다. 유방평이 은거한 곳이 낙양 남쪽 여수(汝水)와 영수(潁水) 주변이니 위도가 거의 비슷하다. 위도가 비슷하면 같은 별이 관측되는지는 잘 아는 분의 견해를 들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사창(紗窓)은 오늘날의 방충망과 비슷한 것인데 상류층에서 주로 사용하던 것이다. 주로 여성이나 귀족의 시에 이 시어가 많이 나오는 이유이다. ‘녹(綠)’ 자는 그 비단의 색이 푸르다는 뜻이 아니라 그 비단 창문에 바깥은 신록이 비치기 때문으로 보인다.
몇 년 전 이 노인성과 관련하여 국립박물관에서 전시를 한 적이 있고 직접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국립국악원에서도 농사를 주관하는 별에 제사를 하는 영성제와 관련한 음악을 연주한 적이 있다. 노인성과 관련하여 제현 행사를 보지는 못했는데 고려와 조선 시대에 제사를 지냈으며 조선시대에는 영성과 함께 소사(小祀)로 분류되어 국가에서 관장하였다.
제목을 달밤으로 과감하게 한 것은 이 시의 제목이 어떤 곳에는 ‘월야(月夜)’라고도 되어 있기 때문이다.
유방평(劉方平)은 낙양 사람으로 생몰년은 미상이나 현종과 대종 연간에 활동하였다. 처음에 벼슬하였다가 대부분 은거해 살았는데 시와 그림에 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당시》에는 보유편까지 합쳐 27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으며, 장언원의 《역대명화기》에도 그가 산수와 수석(樹石)에 능하였다고 하였다. 《당시삼백수》에는 이 시와 함께 <춘원(春怨)>을 실어 놓았다.
365일 한시 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