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화의-맹호연孟浩然 업 스님의 산방에서 묵으며 정공을 기다렸으나 오지 않아宿業師山房期丁公不至

업 스님의 산방에서 묵으며 정공을 기다렸으나 오지 않아宿業師山房期丁公不至/맹호연孟浩然

夕陽度西嶺, 석양이 서산으로 넘어가니
群壑倏已暝. 산골짜기 갑자기 어두워진다.
松月生夜凉, 소나무 걸친 달, 밤의 찬 기운 더해주고
風泉滿清聽. 바람 부는 샘물에 맑은 소리 가득하다.
樵人歸欲盡, 나무꾼 모두 다 돌아가려는데
煙鳥棲初定. 저녁안개 속에 새들이 깃들기 시작한다.
之子期宿來, 친구가 이곳에 오기로 기약했으니
孤琴候蘿徑. 홀로 거문고 안고 새삼 덮인 길에서 기다리리라.

[해제]

이 시는 맹호연의 고향 친구 정봉(丁鳳)과 업 선사의 산방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지만, 아직 오지 않아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쓴 시다. 맹호연 시 가운데 <질병이 나아 용천정사를 지나며 역, 업 두 스님에게 드리노라(疾愈過龍泉精舍呈易業二公)>가 있는 것으로 보아 제목의 업 선사는 양양(襄陽) 용천정사의 스님이다. 그리고 제목의 정공은 개원(開元) 연간의 향공진사(鄕貢進士) 정봉(丁鳳)을 말한다. 정봉을 읊은 시로는 <진사시험에 응시하러 가는 정대봉을 전송하며(送丁大鳳進士擧)>가 있다. 시인은 산방에서 먼저 와 기다리지만 해가 저물면서 나무꾼도 다 귀가하고 새들이 깃들기 시작해도 약속한 친구는 오지 않는다. 그래도 시인은 초초해하거나 약속을 안 지킨 친구를 원망하지도 않으며 거문고 줄을 골라놓은 다음, 집 앞 길까지 나와 기다리고 있다. 넉넉한 시인의 심성을 보여주는 시다.

오언고시 상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