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장뢰張耒 저물어가는 12월臘月書事

저물어가는 12월臘月書事/송宋 장뢰張耒

荊棘連昌路 연창궁 길에 가시덤불 우거지고
珠璣久化塵 보옥도 세월 속에 가루가 됐네 
青山飛白鳥 푸른 산에는 흰 새가 날아가고
野水渡行人 들판의 내에는 행인이 지나가네
寂寂繁華盡 화려한 꽃 지고 나면 적적해지고 
悠悠草木春 초목에 봄이 오면 다시 살아나네
人間有興廢 인간 세상에는 흥망이 있는 법
何事獨傷神 무엇하러 굳이 상심한단 말인가

장뢰(張耒, 1054~ 1114)는 북송의 문인으로 소식의 제자 중에 뛰어난 사람 4인을 말하는 소문사학사(蘇門四學士 : 秦觀, 黃庭堅, 張耒, 晁補之) 중의 한 사람이다. 중국 낙양시 의양(宜陽)에는 당나라 때의 행궁 연창궁(連昌宮) 옛터가 있다. 지금도 오화사탑(五花寺塔)이 남아 있다. 이 시는 그 허물어진 연창궁을 통해 한 해가 저물어가는 12월의 감회를 서술하고 있다.

저자가 이 시를 만년에 지었다 하는데 백거이 시를 배워서 그런지 평이하고 통속적인 면이 있는 듯하다.

예전에는 설날이 한 번만 있어 1월 1일에 필요한 시가 1편이지만 지금은 신정과 구정 2개가 있어 2편의 새해에 대한 시가 필요하다. 그러나 예전 한시를 오늘의 달력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워 음력에 맞추어 시를 배치한 듯하다. 이 시는 다가오는 설을 염두에 두고 읽으면 잘 어울린다.

寂寂繁華盡과 悠悠草木春은 대구가 되는데 대개 율시에서는 이 부분에 대구를 써야 한다. 寂寂은 繁華가 盡한 결과로 생긴 적막한 상태이고 悠悠는 草木에 春이 돌아온 상황을 말한다. 꽃이 다 지고 나면 산하가 적막한 듯 하고 초목에 봄이 돌아오면 죽은 듯한 초목에 다시 싹이 돋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활기를 띠는 것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연창궁의 흥망을 보면 새삼 인생사에 허무를 느끼지만 그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한 해가 다 가는 즈음 힘든 일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하고 아쉬운 일은 내년에 또 날이 있다고 생각하자.

청산에는 새가 지나가고 시내에는 건너가는 사람이 있다. 세상은 늘 무심하고 태평하다. 너무 마음 끓일 것 없다.

시인은 이런 말을 하는 듯한데 정작 시에서 감지되는 느낌은 집착에서 오는 아픔과 관심에서 오는 허무가 진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인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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