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唐] 잠삼岑參 한준에게寄韓樽

한준에게寄韓樽 / [唐] 잠삼岑參

그대 평소에
병이 많았는데

헤어진 후 아직
편지도 못 받았네

북방은 혹독하게
추운 땅이거늘

몸은 지금
어떠신가
夫子素多疾, 別來未得書. 北庭苦寒地, 體內今何如.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청록파 시인 박목월의 「나그네」는 본래 조지훈의 「완화삼」에 대한 답시다. 조지훈이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 리//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노을이여”라고 읊은 시를 「완화삼—목월에게」라는 제목을 달아 편지로 보내자, 박목월은 「나그네—지훈에게」라는 시를 지어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라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답시를 통해 우리나라 현대시사를 수놓은 명시가 탄생한 사례다.

시인들끼리 서로 시로 안부를 묻고 소식을 주고 받는 풍속은 옛날부터 그랬다. 이 시처럼 직접 건강과 근황을 물을 뿐 아니라 상대가 한시를 부쳐오면 그 시의 운자(韻字)를 빌려 화운(和韻)하거나 차운(次韻)하는 방식으로 마음을 주고받기도 했다. 중국이나 한국 전통 문인의 각종 문집에는 수많은 화운시와 차운시가 실려 있다.

요즘은 손으로 쓴 편지가 거의 사라지고 문자 메시지, 각종 SNS 톡 대화, 이메일이 대세다. 자신의 친필로 시를 써서 안부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풍속은 다시 오기 어려울 듯하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사회 문화의 풍속이 바뀌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인류가 유지해오던 아름다운 전통까지 사라지고 있으므로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 없다.

이 시의 수신자 한준(韓樽)은 잠삼의 시에 두 세 차례 등장하는 인물이지만 자세한 경력은 알려져 있지 않다. 대체로 잠삼보다 나이 많은 지인으로 짐작된다. 아마 한준은 평소에 잔병치레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변새에서 돌아온 잠삼은 그의 건강을 물으며 평소 각별했던 마음을 한 수의 시에 담아 전해주고 있다. “군자의 사귐은 담담하기가 물과 같다(君子之交淡如水)”는 말처럼 서로 간의 마음이 맑은 샘물처럼 은근하게 마음을 적신다.(사진출처: 百度圖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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