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춘에 전원에서 짓노라春中田園作/왕유王維
屋上春鳩鳴, 지붕 위에 봄 비둘기 울고
村邊杏花白. 마을 가에 살구꽃 하얗게 피었노라.
持斧伐遠揚, 도끼 잡고 웃자란 뽕나무가지 자르고
荷鋤覘泉脈. 호미 메고 수맥을 찾는다.
歸燕識故巢, 돌아온 제비 옛 둥지 알아보고
舊人看新曆. 옛 사람은 새 달력 살펴본다.
臨觴忽不御, 술잔 앞에 두고도 문득 마시지 못하고
惆悵遠行客. 먼 길 떠난 길손 슬퍼하노라.
[해제]
이 시는 봄의 서막을 읊은 송가다. 시인은 지붕 위의 비둘기, 마을 어귀의 살구꽃, 일 년 농사를 윤택하게 해줄 샘물줄기, 강남 갔다가 돌아오는 제비와 옛 제비집, 일 년 농사의 지침서 역할을 해주는 새 달력 및 농민의 활동을 빌어 봄날의 정경을 표현했다. 이처럼 싱그러운 봄날을 맞이하여 분주해지려하는데, 마지막 두 구에서는 갑자기 분위기가 다운된다. 객지의 전원에서 봄을 맞이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인의 고향을 떠올렸을 것이다. 시인은 오랫동안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객지를 떠도는 자신을 생각하니, 슬픔에 겨워 술잔도 들지 못하고 있다.
오언고시 상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