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매화의 노래寒梅詞 /당唐 이구령李九齡
霜梅先拆嶺頭枝 고갯마루 서리 앉은 매화 먼저 꽃을 피우니
萬卉千花凍不知 천만 화훼는 얼어 아무 것도 모를 때이네
留得和羮滋味在 매실로 남아 국에 간을 맞추면 맛이 나니
任他風雪苦相欺 눈보라가 모질게 능멸해도 개의치 않네
이구령(李九齡)은 낙양 사람으로 당송 교체기의 혼란한 시대를 살아 자신의 뜻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 사람인데 <<전당시>>에 23편의 시가 실려 있다. 잘 알려진 시인은 아닌 듯하다.
이 시는 지금까지 소개한 시들과는 다르다. 앞의 시들이 편안히 기대어 감상할 시라면 이 시는 절로 옷깃을 여미게 하고 손을 씻게 만든다.이 시의 눈알은 화갱(和羹)이다. ‘국에 간을 맞추는 것’을 의미하는 이 말은 <<서경(書經)>> <열명(說命)>에 나오는 말로 임금이 좋은 정사를 펼치기 위해 국에 간이 필요하듯 어진 신하의 보좌가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 간으로 쓰이는 것이 소금과 매실이다.
이 시에 나오는 고갯마루에 선 매화나무는 남들이 모두 겨울 추위에 잠들어 있을 때 홀로 꽃을 피운다. 그 매화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나중에 결국 매실로 남아 훌륭한 탕을 끓이는데 없어서는 안 될 매실 간장이 될 것이다. 그러니 이까짓 추위의 능멸은 얼마라도 견딜 수 있어!!
임타(任他)는 「대나무와 바위(竹石)」에서 설명한 임이(任爾)와 같은 말이고 상기(相欺)의 상(相)은 그저께 「남릉(南陵)에서 떠나기 전날 밤 주연에서」에서 설명하였다. 끝 구의 기(欺)는 통상 ‘속이다’라는 뜻으로 많이 쓰이지만 여기서는 기릉(欺凌)이라 해서 ‘능멸하다’, ‘업신여기다’의 의미이다. 상매(霜梅)도 사전에는 매화의 한 품종으로 나오나 여기서는 서리를 맞은 매화라는 말이다. 다른 의미의 상매는 간장에 오래 절여 두면 마치 곶감에 분이 난 것처럼 서리가 앉아 그런 이름이 붙은 것이다.
첫 두 구는 서로 역접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도치된 형태의 구문으로 ‘모든 초목들이 모두 잠들어 있을 때에 매화만 홀로 먼저 꽃을 피운다.’는 의미이다.
고귀한 뜻을 품고 어려운 시기를 헤쳐 나가는 선각자에게 바치거나 힘든 시기를 견디고 있는 사람들에게 선사할 만한 뜻이 좋은 시이다.
365일 한시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