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릉에서 떠나기 전날 밤 주연에서夜宴南陵留別/당唐 이가우李嘉祐
雪滿前庭月色閒 앞 뜰 가득 쌓인 눈 달빛도 고즈넉한데
主人留客未能還 주인이 나를 만류하여 돌아가지 못하네
預愁明日相思處 내일 그대 그리우면 어떻게 하나요
匹馬千山與萬山 필마로 천산 만산을 지나갈 그 때에요
요즘은 누군가와 이별하는 의식이 그리 대단하지 않다. 고작해야 군대에 가거나 멀리 해외로 유학을 가거나 할 때에 이별의 느낌을 체감할까.
통신이 발달하지 않아서 그런지 한시에는 누군가와 이별하면서 주고받은 작품이 매우 많다. 편지에도 편지를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에 따라 그 표현이 다르듯이 이별을 할 때 보내는 사람 입장에서는 송별(送別)이라 하고 떠나는 사람 입장에서는 유별(留別)이라 한다. 그러므로 留別이란 말을 그냥 ‘작별하며’나 ‘이별하며’로 번역하면 원문을 생각하는 사람 입장에선 무슨 말인지 잘 알기 어렵다.
이가우(李嘉祐)란 인물은 다소 생소하지만 이백이나 유장경 같은 인물과 교유도 한 중당 시절의 시인이다.
이 시의 매력은 떠나는 사람을 만류하는 주인을 곡진한 말로 위로하는 데에 있는 듯하다. 하룻밤만 더 자고 가라는 주인의 청에 못 이겨 머문 밤의 술자리, 눈도 수북이 쌓이고 달빛도 교교하다. 시인은 나도 당신 집에 더 머물며 고담을 나누고 싶지만 갈 길이 바빠 가야만 합니다. 그러나 나는 앞으로 천산 만산 먼 길을 가야 하는데 내일이면 벌써 당신이 그리울 것입니다. 그러면 어떡하지요?
이런 천연스런 말에 주인과의 술자리는 더욱 정겨웠을 것이라 짐작된다.
이 시는 3구가 특별히 좋다. 당신이 그리우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걱정하는 예수(預愁)라는 말도 좋고 상사처(想思處)의 ‘처(處)’가 4구로 연결되는 부분도 좋다. 내일이면 벌써 당신이 그리워지겠지만 천산 만산 지나는 동안 내내 그리울 것이라는 말이 자연스레 환기된다.
가끔 인터넷에 보면 想思를 ‘서로 그리워하다’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꽤 보인다. 想思의 相은 상대방, 즉 대상을 말하는 것이지 ‘서로’가 아니다. 서로로 번역해서 우연히 말이 되는 곳이 있지만 대체로는 내가 상대방을 그리워하는 것을 상사라 한다. 유사한 문맥에 쓰인 상(相) 자는 대개 그러하다.
주의 : 첨부 사진은 이 시의 내용과 무관함. 제백석이 그린 물고기가 고향의 텅구(퉁가리)처럼 보인다.
365일 한시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