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차호는 용량이 매우 커서 대략 250ml이다. 태토는 가는 저조청을 사용하였다. 자색 가운데 청색이 살짝 섞여 있다[1]. 호의 바닥에는 ‘흰 눈 가득 산중에 지조 높은 선비인양 누워 있다雪滿山中高士臥 맹신 만들다孟臣製’라고 새겨져 있다. 이 구절의 시는 명대 고계高啟의 작품 <영매구수詠梅九首>로 해당 구절이 있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瓊姿只合在瑤臺,誰向江南處處栽?
雪滿山中高士臥,月明林下美人來。
寒依疏影蕭蕭竹,春掩殘香漠漠苔。
自去何郎無好詠,東風愁寂幾回開。
옥 같은 맵시는 신선 사는 요대에 어울리거늘
누가 강남 땅 곳곳에 심어놓았나?
흰 눈 가득 산중에 지조 높은 선비인 양 누워 있고,
달 밝은 숲 아래 미인처럼 찾아왔네.
겨울엔 소슬한 대나무 성긴 그림자 기대고,
봄에는 이끼 덮은 꽃잎의 잔향 가득.
하손何遜이 간 후 읊을 이 없으니
봄바람에 쓸쓸히 몇 번이나 피었나!
차호의 몸통은 배梨 모양이며, 배부분이 불룩하고 둥글며 품격 있다. 뚜껑은 둥글게 솟아있고 기물의 몸통과 딱 들어맞는데, 절개식 뚜껑으로 하나의 몸통처럼 조화롭게 이어져 있다. 뚜껑 꼭지는 둥글고, 아래에는 뚜껑 지지대가 있어 선명한 구조를 보여준다. 세 번 굽은 주둥이는 위로 향해 있으며, 물대의 처음과 끝의 굵기에는 그 변화가 크지 않다. 출수 부분은 단공으로 되어 있어, 청대 중기 수공 제작법으로 만들어졌음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둥근 손잡이는 그 굵기가 균일하다. 바닥은 안쪽으로 오목하게 들어간 안굽包底圈 형태로 몸통와 하나로 되어 있는데, 기물 전체의 제작 방법은 매우 정밀하고, 주니와 자니 소품 차호 가운데 매우 드물게 보이는 형태이다. 배 모양의 조형은 소박하고 청아하며, 건륭 연간 이후 자주 보이는 차호 형태로, 차를 우려내고 마시는 데 자주 사용되며 특히 차인茶人들이 좋아하여 지금까지 줄곧 전해져 오고 있다. 이를 이식梨式 수평호水平壺라 부르며 푸젠閩南 지역에서는 한 사람이 하나씩 가지고 있으며 ‘손 안에 이식 수평호가 없으면 차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다手中無梨式,難以言茗事’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혜맹신이 만든 배梨 형태의 작은 차호는 일본까지 흘러가 큰 사랑을 받았다. 또한 유럽에 전해져 서양의 차호 제작 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으며, 영국의 앤 여왕은 은제 다기를 주문 제작할 때 혜맹신의 배 모양 소형 차호와 비슷하게 만들도록 하였다.
[1] 이 부분의 설명과 아래 부분의 설명은 서로 상충된다. 이 차호는 주니로 만든 소형 차호라고 보는 것이 옳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