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속시삼우束柴三友는 소나무, 대나무, 매화 세 가지 나무를 묶어 만든 것으로, 세한삼우歲寒三友라고도 하며, 엄동설한에도 홀로 자연의 정신을 지키는 것을 의미한다. 차호의 몸통은 소나무, 대나무, 매화 세 나무를 하나로 묶은 형태로 만들었다. 소나무 껍질과 솔잎, 매화 가지와 꽃, 대나무 마디와 잎이 정교하게 새겨져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복잡하지만 정돈된 짜임새를 느낄 수 있다.
차호의 손잡이는 구불구불한 소나무 가지와 같고, 주둥이는 옆으로 뻗은 매화 가지를 닮았으며, 뚜껑 손잡이는 대나무 마디로 정교하게 만들었다. 더욱 절묘한 것은 나무 몸체의 작은 구멍 안에 두 마리 작은 다람쥐를 만들어 넣었는데 차호 전체 모습과 조화를 이루어 더할 나위 없는 명품이 되었다는 점이다. 차호 바닥에는 진명원陳鳴遠 세 글자가 해서체로 새겨져 있다.
이 차호를 감상할 때는 소나무의 단단함, 대나무의 허허로움, 매화의 굳은 지조를 보아야 하는데 이는 또한 문인의 품격을 의미한다. 이 차호는 그 구상이 고상하고 기예가 뛰어나며 문화적 품격 또한 매우 높아 확실히 훌륭한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다
진명원은 대대로 자사호를 만드는 집안 출신으로, 그의 아버지 진자휴陳子畦 역시 자사 명인이다. 진명원은 아버지의 기술을 물려받아 더욱 뛰어나게 발전시켰으며, 그의 창의성과 기예, 명성은 아버지를 훨씬 뛰어넘었다. 그는 명대 자사호의 정수를 계승하고 청대 차호 양식을 개척하였다. 차호의 풍격으로 보자면 그는 여전히 명대의 자사호 제작 방식을 많이 유지하였다. 예컨대 차호 바닥에 해서체로 저관을 새기는 방식 같은 것이 그러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뚜껑 안쪽에 인장을 사용하는 것은 청대 차호 제작의 특징으로, 이는 명, 청대 이름난 차호를 감상할 때 기준이 될 수 있다. 이 주전자는 현재 홍콩 중문대학 문물관香港中文大學文物館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