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대소설예술기법 31 백묘법白描法

백묘법白描法

【정의】

‘백화白畵’라고도 부르는 ‘백묘법’은 순전히 묵선으로만 윤곽선을 그리되 채색을 덧입히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것을 소설 평점에 최초로 운용한 이는 진성탄金聖嘆으로, 장주포張竹坡 역시 이 개념에 대한 해석을 한 바 있다. 장주포는 백묘란 최소의 필묵으로 사물의 동태와 풍모를 그려냄으로써 사물의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라 했다.

【실례】

《금병매》 제4회에서 시먼칭西門慶과 판진롄潘金蓮이 서로 희롱하는 대목은 형용사도 몇 개 없고, 정태적인 심리 분석도 없으며, 얼굴 표정에 대한 세부 묘사도 없이 순수하게 백묘 수법을 운용해 묘사한 것이다. 다만 판진롄이 다섯 차례 고개를 숙이고, 일곱 차례 웃는 모습을 담담히 그려냈으되, 음탕한 여인의 모습을 “모발이 모두 움직이고”, “엄연히 종이 위에 살아 움직이게 해 그 소리가 들리고 그 모습이 보이는 듯” 만들었다. 이것은 장주포가 《금병매》 제4회 회수총평에서 지적한 것과 똑같다. “다섯 차례 고개를 숙이되 오묘한 것은 한 차례 고개를 돌리는 데 있다. 일곱 차례 웃음 가운데 오묘한 것은 웃음을 띠는 데 있다. 웃으면서 미소를 띠고, 웃으면서 작은 소리로 말하고, 작은 소리로 웃되 웃으면서 그를 마다하지 않고, 발끝으로 차면서 웃고, 웃으며 말하는 것이 종이 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판진롄의 형상이 “종이 위에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것”은 “일부러 꾸미거나 조작을 한 게” 아니라 “다섯 번 고개를 숙이고, 일곱 번 웃는” ‘백묘’를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여기서 고개를 숙이고 웃는 것은 ‘형形’과 ‘신神’이 통일된 것이고, 판진롄의 마음을 투시하는 하나의 거울인 셈이다.

【예문】

시먼칭은 건너편에 앉아 줄곧 게슴츠레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다 물었다.

“아주머니 성이 뭐라셨지요? 깜빡 잊었네요.”

부인은 고개를 숙이고 웃음을 띤 채 대답했다.

“우武 씨 성이에요.”

시먼칭은 일부러 못 들은 체 하며 말했다.

“두堵 성이시라고요?”

부인은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리며 웃으면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귀가 먹으셨나 봐”

시먼칭이 말했다.

“피, 잊어먹었다니까. 우 씨 성이라면, 우리 칭허 현淸河縣에는 우 씨 성 가진 이가 오히려 많지 않지만 현청 앞에서 떡을 파는 우 대랑武大郞이라고도 부르는 세 치 짜리 우 가가 있긴 한데, 설마 아주머니네는 아니겠지?”

부인은 이 말을 듣고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고개를 숙이고 미소를 띤 채 말했다.

“제 남편이랍니다.”

시먼칭이 듣고는 한동안 소리를 내지 못하고 멍한 얼굴로 있다가 짐짓 자기도 모르게 불만스럽다는 듯 말

을 내뱉었다. 부인은 웃으면서 그를 흘겨보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기는 뭐 웬수진 일도 없으면서 무슨 불만을 늘어놓누!”

시먼칭이 말했다.

“내가 임자를 대신해서 불만을 토로한 걸세.”

각설하고 시먼칭이 입에서 아주머니가 어쩌구 아주머니가 저쩌구 하면서 주절대는 동안, 이 부인네는 고개를 숙이고 치맛단을 말아쥐고, 또 한편으로는 옷소매를 물어뜯으며 옷소매가 헤지는 소리를 냈다. 그를 흘깃거리며 쳐다보니 시먼칭은 덥다는 핑계로 녹색 겹옷을 벗으며 말했다.

“번거롭지만 아주머니가 내 대신 그쪽에 좀 걸어주시구랴.”

이 부인네는 잠자코 옷소매를 물어뜯으며 다시 몸을 돌려 그의 옷을 받지 않으며 작은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자기는 손모가지가 부러졌나 공연히 사람을 부려먹네.”

시먼칭이 웃으며 말했다.

“아주머니가 안 해준다면 내 스스로 할 수밖에.”

그러고는 손을 뻗어 탁자 위에서 침상으로 옮겨가다가 일부러 탁자 위를 쓸어 젓가락 하나를 떨어뜨렸다. 그런데 일이 되려는지 젓가락이 판진롄의 치마 밑에 떨어졌다. 시먼칭은 부인에게 술을 따라주니 부인은 웃으면서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젓가락으로 안주를 집어먹으려니 한 짝이 보이지 않았다. 진롄은 고개를 숙이고 발끝으로 차면서 웃으며 말했다.

“이거 임자 거 아녜요?”

시먼칭은 그 소리를 듣고 진롄 쪽으로 가면서 말했다.

“이게 여기 있었구나.”

허리를 숙여 젓가락은 집지 않고 비단으로 수를 놓은 신발을 한번 꼬집었다. 부인은 웃으며 말했다.

“뭐 하는 짓이야! 소리를 질러버릴 테야.”

시먼칭은 황급히 두 무릎을 꿇고 말했다.

“아주머니 저 좀 살려주시구랴.”

이렇게 말하면서 그녀의 속바지를 쓰다듬었다. 부인은 손사레를 치며 말했다.

“이런 쓰레기 같은 인간 같으니라구. 따귀를 한 대 올려붙일까 보다.”

시먼칭은 웃으며 말했다.

“당신한테 맞아 죽는다면 그 또한 좋은 일이지.”

그리고는 불문곡직 왕 노파의 침상으로 안고 가서 옷을 벗고 동침했다.

……(숭정본 《금병매》 제4회)

西門慶坐在對面, 一徑把那雙涎瞪瞪的眼睛看着他, 便又問道: “却才到忘了問娘子尊姓” 婦人便低着頭帶笑的回道: “姓武.” 西門慶故做不聽得, 說道: “姓堵” 那婦人却把頭又別轉着, 笑着低聲說道: “你耳朵又不聾.” 西門慶笑道: “呸, 忘了! 正是姓武. 只是俺淸河縣姓武的却少, 只有縣前一個賣飮餅的三寸丁姓武, 叫做武大郎, 敢是娘子一族么” 婦人聽得此言, 便把臉通紅了, 一面低着頭微笑道: “便是奴的丈夫.” 西門慶聽了, 半日不做聲, 呆了臉, 假意失聲道屈. 婦人一面笑着, 又斜瞅了他一眼, 低聲說道: “你又沒冤枉事, 怎的叫屈” 西門慶道: “我替娘子叫屈哩” 却說西門慶口里娘子長娘子短, 只顧白嘈. 這婦人一面低着頭弄裙子兒, 又一回咬着衫袖口兒, 咬得袖口兒格格駁駁的響, 要便斜溜他一眼兒. 只見這西門慶推害熱, 脫了上面綠紗褶子道: “央煩娘子替我搭在干娘護炕上.” 這婦人只顧咬着袖兒別轉着, 不接他的, 低聲笑道: “自手又不折, 怎的支使人” 西門慶笑着道: “娘子不與小人安放, 小人偏要自己安放.” 一面伸手隔桌子搭到床炕上去, 却故意把桌上一拂, 拂落一只箸來. 却也是姻緣湊着, 那只箸兒剛落在金蓮裙下. 西門慶一面斟酒勸那婦人, 婦人笑着不理他. 他却又待拿起箸子起來, 讓他吃菜兒. 尋來尋去不見了一只. 這金蓮一面低着頭, 把脚尖兒踢着, 笑道: “這不是你的箸兒” 西門慶聽說, 走過金蓮這邊來道: “原來在此.” 蹲下身去, 且不拾箸, 便去他繡花鞋頭上只一捏. 那婦人笑將起來, 說道: “怎這的羅唕! 我要叫了起來哩” 西門慶便雙膝跪下說道: “娘子可憐小人則個” 一面說着, 一面便摸他褲子. 婦人叉開手道: “你這歪廝纏人, 我却要大耳刮子打的呢” 西門慶笑道: “娘子打死了小人, 也得個好處.” 于是不由分說, 抱到王婆床炕上, 脫衣解帶, 共枕同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