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일언一字一言27-덕德

會意字이기도 하고, 形聲字이기도 한 ‘德’은 사람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와 구실을 하는 글자이다. 그래서 그런지 글자의 재료가 되는 구성요소 역시 각각 상당히 무거운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한자 중에서 德만큼 좋은 뜻을 가진 글자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우리 인생에 없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이 부족하면 아예 실패하거나 성공하지 못한 삶을 살았다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德의 가장 기본적인 뜻은 오르다, 위로 올라가다(昇, 登上)인데, 지금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되면서 도덕성과 인품 등을 갖춘 현자를 지칭하는 것으로도 되었다.

德은 彳(천천히 걸을 척)과 直(곧을 직)과 心(마음 심)이 결합하여 이루어졌다. 글자의 왼쪽에는 彳이 있는데, 이것은 ‘걷다’, ‘길’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글자의 맨 위에 있는 丿은 사람의 넓적다리(股)를 나타내고, 중간 丿은 정강이(脛)를, 맨 아래 丨은 발(足)을 나타내면서 이 세 가지가 연결되어있는 상태를 형상화한 것이다. 정강이를 들어 올리게 되면 위에 있는 허벅지와 아래에 있는 발이 따라서 움직이게 되는 현상에 착안하여 천천히 걷는다, 작은 걸음이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는데, 본래의 뜻은 사람의 하체를 구성하는 세 요소가 움직여서 높은 곳으로 오르다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서 이 글자는 점차 길(사람이 다니는 길, 인격수양의 길 등), 도리 등의 뜻까지 나타내게 되었다.

글자 오른쪽의 心 위에 있는 것은 直이 변형된 것이다. 直은 갑골문에서부터 등장한다. 본래의 뜻은 굽지 않은 것(不彎曲)인데, 확장된 의미로 바르고 곧음, 곧게 펴다 등으로 되었다. 갑골문에는 目과 丨이 합쳐져서 눈은 곧게, 바르게 보아야 함, 재료를 눈으로 정확하게 측정하여 왜곡되지 않도록 함 등으로 되어 올바르게 행동하고 똑바로 본다는 뜻이 되었다. 金文에 이르러서는 丨(뚫을 곤)에 점을 하나 더했는데, 그 뒤에는 이것을 계승하여 一로 만들었다. 目의 위에 있는 十이 그것이다. 글자의 왼쪽 아래에는 𠃊(숨을 은)을 추가했다가 德으로 되면서 一로 바뀌었다. 여기서 𠃊은 도망칠 곳이 없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서 直은 구부러진 것을 바르게 한다(矯正枉曲)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됨으로써 이 글자만으로도 벌써 德과 통하는 의미를 확보한 상태가 되었다.

오른쪽 아래에 있는 心은 사람의 심장을 형상화한 것으로 마음을 나타낸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사회는 눈으로 보는 것이 정직함을 넘어 마음의 정직함도 요구하게 되어 心이 추가되었다고 할 수 있다. 고대 사람들은 심장이 생각을 담당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德의 근원이 여기에 있다고 믿었다. 또한 눈은 영혼의 창이기 때문에 심장과 눈은 내부와 외부의 관계라고 생각했다. 그런 뜻에서 글자의 아래에 心을 더해 目과 연결함으로써 마음으로도 올바른 생각을 해야 하고, 눈으로도 바른 것을 보아야 함을 강조하고자 했다.

德은 길을 나타내는 彳과 바르게 보는 눈을 의미하는 直, 마음을 나타내는 心이 결합하여 사람이라면 누구나 갈고 닦으면서 지켜야 할 예법에 어그러지지 않는 언행을 하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점차 인격을 높여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게 되었다. 또한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무엇인가를 배워서 자기 것으로 하는 것도 강조했는데, 이것 역시 德에 포함된다. 결국, 德은 자신의 안에서 무엇인가를 얻어 올바른 언행을 하는 것, 다른 사람에게서 무엇인가를 얻어 올바른 언행을 하는 훌륭하고 높은 인격을 나타내게 되었다. 끊임없이 德을 쌓아나가면 자신의 인격이나 삶의 수준을 높여갈 수 있으므로 이 글자는 오름, 상승 등의 뜻을 기본으로 한다. 전통사회에서 德은 따뜻함(溫), 어짐(良), 공손함(恭), 검소함(儉), 사양함(讓) 등을 자기를 닦는(修身)의 五德으로 삼았다. 德은 아름다운 것으로 고상한 도덕성을 가진 사람만이 존중받을 수 있다고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