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잡기印象雜記 – 3 Q


“너를 마지막으로 나의 청춘은 끝이 났다~ 우리의 사랑은 모두 끝났다~”로 시작하는 조용필의 노래 [큐(Q)]는 나의 노래방 ‘17번’ 중 하나이다(주: ‘18번’이라고 할 수는 없으되 ‘18번’에 버금가는 노래라는 뜻으로 ‘17번’이라는 말을 사용)

Q(큐) 얘기를 좀 해보려고, 정확히 말하면 ‘중국어 발음표기 Q 얘기’를 좀 해보려고, [시경]의 ‘흥(興)’ 기법이 이런 거 아니겠냐고 독단적으로 추정하여, 조용필의 [큐]로 말을 시작했다.

신문기사에서 다음과 같은 표기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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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랜드대학교 행성 천문학자 예콴지(葉泉志) 박사’ (기자를 까려는 의도는 전혀 없으니까 오해 말기 바람), 메릴랜드대학교에서 연구하는 중국인 박사인 듯한데, 그 이름을 ‘예콴지(葉泉志)’라고 표기했다. 왜 그랬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영어 원문에서 ‘Ye Quanzhi’라고 표기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통용되는 로마자표기법으로 중국이름 ‘葉泉志’는 ‘Ye Quanzhi’라고 표기하는 것이 맞다. 여기서 ‘Q’를 ‘ㅋ’ 음가로 읽은 것이다.

중국어 발음표기에서의 ‘Q/q’는 한글에서 ‘ㅊ’과 매우 비슷하다. 그냥 ‘ㅊ’으로 읽어도 무방하다(qi: 치, qiao: 챠오, qian: 치엔). 중국어발음 ‘Q’를 읽는 것 때문에, 사회 전체적으로는 아니고, 업계에서 화제가 된 적이 전에도 있었다. 중국영화 [귀주 이야기] 때문이다. [귀주 이야기]라는 제목을 본 순간 ‘중국 귀주성 이야기인가?’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의 중국어 원제목은 [秋菊打官司]이고, 영어 개봉 제목이 [The story of Qiu Ju]이다. 한국에서 이 영화를 개봉할 때 영어 제목을 옮기면서 주인공 이름 ‘Qiu Ju’를 ‘귀주’로 읽은 것이다. 중국어 원제목 [秋菊打官司]를 보면 ‘秋菊’이 주인공 이름이고, ‘打官司’는 ‘소송을 걸다’이다. 그러니까 원제목은 [추국이 소송을 걸다]이다. 가을국화처럼 어여쁘다는 뜻에서 ‘추국(秋菊)’이라고 했을 것이다. 중국어 발음으로 비슷하게 읽자면 ‘치우쥐’이다. ‘치우쥐’가 ‘귀주’로 변한 것이다.

qiuju

중국어발음 읽을 줄 모른다고 기자를 까려는 게 아니다. 다만, 중국자료조차 영어권 자료를 우선으로 참고하다 보니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겠는가?

‘葉泉志’라는 이름을 한글 발음으로도 좀 읽어보고, ‘Ye Quanzhi’라는 중국어발음표기를 어떻게 읽는지 중국어 배운 사람에게도 좀 물어봤으면 어땠을까? [The story of Qiu Ju]라는 제목을 [귀주 이야기]로 옮기기 전에 [秋菊打官司]라는 원제목을 한번이라도 보고, 무슨 뜻이냐고 중국어 아는 사람에게 한번이라도 좀 물어봤으면 어땠을까?

(좀 다른 이야기지만, 한국식 한자 읽기 관례에 따르면, 성으로 쓰이는 ‘葉’은 ‘섭’으로 읽어야 하며, 따라서 ‘葉泉志’를 한국 발음으로 읽으면 ‘섭천지’가 된다. 다만 나는 여러 갈래로 갈라진 한자 발음을 하나로 통일하는 게 어떠냐는 좀 과격한 입장이다. 반대하는 분은 이런저런 이유를 내세우겠지만, 그 모든 걸 감안하더라도 나는 하나로 통일하자는 입장이다.)

[대안]
葉泉志 : 섭천지
[秋菊打官司] : [추국 이야기] 또는 [추국의 소송]

* 인명, 지명 등 중국 고유명사 또한 (중국발음으로 표기해야 한다고 젊은 시절에는 강력히 주장했다가) 어설프게 중국발음으로 표기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한국 한자음으로 표기하자는 입장으로 나는 최종적으로 돌아섰다. 너무 제각각이라 질려버렸다. 무엇보다 정보화시대에 검색의 편의 및 통일을 위해서다. 아니, ‘북경’으로도 찾아야 하고, ‘베이징’으로도 찾아야 하고, ‘뻬이징’으로도 찾아야 하고… 이게 말이 되나?

**메릴랜드대학교 葉泉志 박사의 이름을 한글로 표기해보라고 중어중문전공 교수들에게 설문조사해보면? 예추안즈, 예취안즈, 예취앤즈, 예취엔즈, 예추안지, 예취안지, 예취앤지, 예취엔지… 한 사람이 8명 이상으로 분신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