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일언一字一言15-선選

xuan

여럿 가운데서 하나를 구별하여 골라내는 것을 가리키는 표현인 ‘가리다’, 혹은 ‘고르다’의 뜻에 해당하는 한자에는 選이란 글자가 있다. 이 글자는 가다는 뜻을 가진 글자인 辵(쉬엄 쉬엄갈 착)을 의미부로 하고, 공순하고, 온순하다는 의미를 가지는 巽(부드러울 손, 선)을 소리나는 발음부로 하여 만들어진 형성자(形聲字)이다. 일부 인터넷 자료에는 회의자로 나와 있기도 하지만 형성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회의자는 구성요소 글자의 뜻이 합쳐져서 새로운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되어야 하는데, 이 글자는 하나는 뜻을 나타내고, 하나는 소리를 나타내는 구성방식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먼저 가다는 뜻을 가지는 辵을 보자. 이 글자는 목적지를 향해 갈 수 있는 큰길의 모양을 나타내는 彳과 발의 모양을 본뜬 것이면서 멈추다는 뜻을 가진 止가 합쳐진 것이다. 이 글자의 기본적인 뜻은 ‘가기도 하고, 쉬기도 하다’로 세 사람, 혹은 여러 사람이 함께 걷는 것이 된다. 즉, 한 사람의 지휘자가 여러 무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 된다. 그래서 천천히 가다. 쉬엄쉬엄가다 등의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공순하고, 온순하다는 뜻을 가지는 巽은 두 개의 巳와 共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회의자이다. 巳는 몸을 비틀면서 움직이는 갓낫아이의 모양을 본뜬 것으로 아이, 혹은 사람을 가리킨다. 巳를 두 개 겹쳐 놓은 것은 두 사람을 나타낸다. 共은 스무명, 혹은 많은 사람들이 손을 맞잡고 있는 상태를 가리키는 廿와 두 손으로 공순하게 받들어 올리는 모양을 나타내는 廾(두손으로 받들 공)이 합쳐진 글자다. “巳巳”과 “共”이 합쳐진 巽은 두 개, 혹은 두 사람이 하나로 합쳐진 것을 나타내게 되었다. 이러한 구성요소를 가지는 巽은 기본적으로는 제사를 지내는 사람이 신에게 공손하게 무엇인가를 행하거나 바치는 것을 나타내는 것으로 되었다.

이 글자에서 辵은 일정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가는 것을 의미하는데, 일정한 목적을 가지는 제사를 지내거나 맡겨진 일을 해내기 위해 움직이는 것을 나타낸다. 이 글자에서 巽이 비록 발음부를 구성하기는 하지만 그 뜻이 없어진 것은 아니므로 辵의 의미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쓰이게 되었다. 따라서 選은 어떤 일을 하도록 하기 위해 누군가를 뽑아 보내다는 뜻을 기본으로 한다.

elect

지금은 일정한 조직이나 국가 등에서 대표성과 권력을 가지지만 일을 하도록 파견하여 보내는 인물을 가려 뽑는 행위인 선거라는 개념을 가지는 용어를 이루는 핵심 글자로 되었다. 특히 현대사회처럼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강한 때에는 수많은 형태의 선거가 행해지고 있어서 이 글자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나게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이 막강한 권력을 가지면서 선거에 의해 가려 뽑히는 대표적인 자리라고 할 수 있다. 어마어마한 권력을 가지는 이들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일을 하도록 하기 위해 주인에 해당하는 국민이 가려 뽑아서 그 자리로 보낸 임시직, 혹은 일꾼에 불과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큰 잘못을 하거나 패륜적인 행위를 저지를 경우 뽑은 것을 언제든지 거두어들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