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일언一字一言14-학學

xue

우리말에서 ‘새로운 지식이나 교양을 얻음, 새로운 기술을 배움, 남의 행동을 본받아 따름, 경험하여 알게 됨’ 등의 뜻을 가지는 ‘배우다’에 해당하는 한자는 學이다. 이 글자는 두 개 이상의 글자가 모여서 그 뜻이 합쳐져서 새로운 의미를 가지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會意字이다. 갑골문에 나타난 이 글자의 모양을 보면 윗부분은 양손이 아래를 향하여 무엇인가를 잡고있는 모양으로 되어있어서 사람이 손으로 무엇인가를 하는 것을 표시하기 위한 글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글자는 臼(절구 구)자와 宀(집 면)자, 爻(효 효)자, 子(아들 자)가 결합하여 만들어졌다. 臼는 곡식을 빻는 절구의 모양을 본뜬 것인데, 땅을 파서 구덩이를 만들고 그 안에 곡식이 들어 있는 것을 나타낸다. 그러나 이 글자의 본래 근거는 사람의 치아에 있다. 사람이 태어나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6개월 정도가 되면 이가 입의 가운데에 아래 위로 솟아나기 시작하는데, 이것을 통해 음식을 씹으면서 배움과 깨달음을 얻어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착안하여 아주 오랜 옛날에는 땅을 파서 구덩이를 만든 다음 곡식을 넣어서 빻는 절구로 사용하다가 점차 나무나 돌을 파서 절구로 사용하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자는 사람이 손이나 이빨 등을 통해 무엇인가를 얻어 깨우침과 각성을 얻어낸다는 의미를 기본적으로 가지게 된다.

다음으로 재미있는 글자는 爻이다. 이것은 팔괘(八卦)를 이루는 기호의 단위이다. 고대 사회에서 만들어진 팔괘는 하나의 획은 길고, 하나의 획은 짧은데, 이 두 개를 서로 엇갈리게 결합하여 만든 것을 爻라고 하면서 사물현상의 무궁한 지식, 변화, 변동 등을 표시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자에서 쓰인 爻는 외부로부터 받아들이는 정보의 근원이 된다. 그런 점에서 쌓아 놓은 책의 모양을 본뜬 것으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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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자의 가운데에 있는 冖는 한 칸으로 된 집의 모양을 옆에서 본 모습이다. 즉, 무엇인가에 대해 배우는 공간으로서의 집을 나타낸다. 집은 비바람과 추위, 더위 등을 피하는 생활공간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사람이 한 곳에 들어 앉아서 무엇인가에 대해 배우는 것을 나타내기도 했다. 옛날의 글자에서 배운다는 의미를 가지는 學은 여기까지의 모양이었는데, 周나라 초기에 출현한 金文에서 부터 아래에 아이를 나타내는 子가 들어가면서 지금의 모양으로 되었다. 子는 아이가 두 팔을 벌리고 있는 모양을 본뜬 글자로 새로운 생명이 시작하여 자라는 모양을 나타낸다. 외부로부터 많은 것들을 받아들여 알아가는 과정을 겪는 사람이나 사물현상을 지칭한다.

배운다는 것은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 현상이 발생하거나 태어나서부터 소멸하거나 죽기 전까지는 잠시도 쉴 수 없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한 글자가 바로 學이라고 할 수 있다. 배움을 멈추게 되면 그 존재는 발전을 멈추게 될 것이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러한 배움이 절실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필요한 존재는 하나의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자급에 속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도 그렇지만 사회도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때문에 잠시라도 배움을 멈추면 퇴보할 수밖에 없는데, 그럴 경우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과 피해를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권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나라를 운영하는 통치 그룹에 속하는 사람은 겸손과 반성을 제2의 천성으로 하면서 발전적인 정보를 받아들여 배운다는 자세로 정치를 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들이 무엇인가에 대해 게을리하거나 판단을 잘못하는 순간 나라 전체가 헤어날 수 없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