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일언一字一言12-노怒

怒1

무엇인가에 대해 노엽거나 언짢게 여겨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불쾌한 감정을 우리말로는 화, 혹은 성이라고 하는데, 한자에서는 怒(성낼 노)가 이에 해당한다. 이 글자는 마음을 나타내는 心의 위에 종이라는 의미를 가진 奴가 결합하여 성내다, 화내다, 꾸짖다, 나무라다 등의 뜻을 가지는 形聲字이다. 아래에 있는 心은 뜻을 형성하는 데에 핵심적인 구실을 하고, 위에 있는 奴는 글자의 소리를 담당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일반적으로는 남자 종을 奴라 하고, 여자 종을 婢라고 하는데, 이것은 고대사회에서는 모두 죄인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周나라 때부터 있었던 사회제도의 하나로 죄인의 가족 중 남자는 관노(辠隶)가 되고, 여자는 집안의 잡일을 하는 몸종(舂藁) 같은 것이 되었다고 한다. 奴에서 왼쪽 변에 있는 女는 여자 종을 지칭하고, 又는 양손이 서로 교차하는 모양을 형상화한 것으로 원래는 오른 손의 모양이었다. 이러한 구실을 하는 두 개의 글자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奴는 여성, 혹은 여자 종의 양 손을 나타내는데, 고대사회에서는 주로 여성이 일상생활의 고된 노동을 감당했기 때문이다.

집안의 잡일이나 고된 일을 해야 하는 종은 주인에게 속해 있는 존재로 그 지배를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이었다. 그들은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신분적 차이로 인해 기꺼운 마음으로 봉사를 하면서 자유를 잃어버린 사람이었다. 신분사회에서 종은 압박, 약탈을 당하고, 힘든 노동을 하면서 신체의 자유를 포기한 존재였다. 이러한 의미를 가지는 奴와 마음을 나타내는 心이 합쳐져서는 마음속에 지배, 노역, 압박, 약탈 등의 감정이 엉켜 있어서 다른 사람에게 억압당하는 불만으로 인해 불편하면서도 한(恨)이나 원망을 가지는 감정이 생기면서 마음이 급해지고, 호흡이 빨라지며, 마음속이 꽉막힌 수도관 같은 느낌을 가지게 된다. 이것이 바로 화, 혹은 성이다.

anger

무엇인가에 의해 위협을 당하거나 해를 입었다고 생각하여 생긴 불편한 감정인 화(怒)는 이것을 제대로 억제하거나 통제하지 못하면 잘못되거나 이상한 행동을 유발할 수밖에 없으므로 매우 조심할 필요가 있다. 불안과 초조, 심리적·언어적 공격성, 심장박동과 심폐운동의 증가, 폭력성, 부정적 시각 등의 특징을 가지는 마음속의 화(怒)가 제어되지 못하면 사람들은 위협적이거나 위압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험한 말과 폭력적인 행동, 극단적인 범죄 등을 저지르기 쉽게 됨으로써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야기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보고 듣는 것 중, 운전자의 난폭 혹은 보복 운전, 이성간의 이별 통보에 격분하여 저지르는 데이트 폭력, 학교 폭력, 버스 기사 폭행, 유아나 여성 등 약자에게 행하는 묻지마 폭력, 동물 학대 등은 모두 한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 일어나는 분노범죄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분노범죄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데다가 그 방법 또한 잔혹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분노에 휩싸여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므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어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화를 내게 되면 개개인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잘못된 판단을 하기 쉬운 상태로 되고, 결국에는 실패의 길로 나아 갈 확률을 높이게 된다. 이렇게 되면 개인적 삶의 행복도는 계속 낮아지고 모든 국민은 불행해질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따뜻하고, 부드럽고, 도탑고, 넉넉함(溫柔敦厚)을 늘 되새김질함으로써 화를 가라앉히고,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힘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