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자는 나무를 나타내는 木과 베틀의 모양을 나타내는 幾(기미 기)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會意字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자의 뜻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먼저 幾를 살펴보아야 한다.
幾는 실을 가리키는 것에서 출발하여 작다, 혹은 가는 실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幺와 人과 戈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戌이 결합한 형태로 되어 있다. 幺는 糸의 절반을 가리키고, 糸는 絲의 절반을 가리킨다. 이 세 글자는 모두 실을 지칭하는데, 누에의 고치에서 풀어낸 것이다. 누에의 고치에서 뽑아낸 실은 워낙 가늘고, 작아서 이것을 겹쳐야만 옷감을 짜는 실로 쓸 수 있었는데, 이것이 바로 糸이었고, 糸을 다시 두 겹 이상으로 겹친 것이 絲가 되었다. 그러므로 幺는 실의 원래 모습, 아주 작고 가는 것을 가리키는 글자가 된다. 그래서 이 글자는 작다, 혹은 모든 것이 처음으로 생겨나는 모양 등을 가리키게 되었다. 幾에서 幺가 둘 있는 것은 베틀을 이용하여 실로 천을 짤 때 날줄과 씨줄이 있어야 하기 때문으로 이해하면 된다.
戌의 원래 뜻은 병사가 창을 들고 경계를 하면서 지킨다는 뜻을 가지는데, 여기서는 어떤 모양, 즉 베를 짜는 틀의 모양을 지칭한 것이라고 보며 된다. 사람이 베틀에 앉아서 잉아 같은 도구를 이용하여 천을 짜는 것은 병사가 창을 들고 경계하는 것처럼 한순간도 방심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이런 뜻을 가지게 된것이라고 볼 수 있다. 幾가 이렇게 하여 만들어 글자이기 때문에 원래의 뜻은 베틀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위험, 기미, 얼마나 등의 뜻을 가지게 된 것은 베틀을 이용하여 천을 짜는 일이 그만큼 섬세해야 하고 작은 변화라도 빨리 알아차려야 하기 때문에 이런 것으로 확장된 것이다.
이제 幾로 돌아가 보자. 베틀을 나타내는 幾의 왼쪽에 木이 결합한 형태인 機는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하지만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거나 촉발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이나 동기를 제공함으로써 그것이 작동하거나 완성되도록 만드는 기반이 되는 것을 가리키게 되었다. 예를 들면 화살은 목표물에 꽃혀서 상처를 입히거나 죽여야 하는 무기인데, 그 자체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기 때문에 활이라는 틀에 의해서 발사되어야만 하는 가능태의 존재이다. 이러한 가능태를 움직이게 하여 완성된 것으로 만들어주는 근본이 되는 것(主發)이 바로 機인 것이다. 이 글자의 뜻에 대해 일반적으로는 베틀 정도로 알고 있지만 사물현상의 발생과 변화의 원인과 이유, 존재의 내부에 있는 욕망 등이 함께 포함되어 있음을 간파할 필요가 있다.
이 글자와 관련을 가지는 것 중에 型도 함께 샆펴볼 필요가 있다. 型은 이와는 다른 각도에서 보아야 하는 글자다. 이 글자는 形과 土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形聲字로 무엇인가를 일정한 틀에 가두어서 본떠 만들어내는 것을 가리킨다. 刑은 나무로 만들어서 사람을 가두는 도구로 쓰는 우리의 모양을 가리키는 井과 한쪽 날을 쓰는 칼인 刀가 합쳐진 글자다. 그렇기 때문에 刑은 대상이 되는 사물현상이나 존재에 대해 강제력을 가해 일정한 모양으로 만들거나 보이게끔 하는 것을 가리킨다. 사람에게 쓰이면 죄를 지은 사람에게 내리는 것으로 우리에 가두는 罰이 된다. 주체자의 뜻에 맞도록 하기 위해 어떤 사물현상에 대해 모양을 변형시키거나 가둠으로써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바로 刑, 혹은 型이 되는데, 이룬다는 의미와 함께 무엇인가를 찍어내거나 만들어낸다는 뜻을 함께 가진다.
인류의 문명이 발달하지 못했던 과거에는 이러한 모형, 혹은 틀을 이용하여 무엇인가를 만들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이 흙이었다. 흙은 변형이 쉬울 뿐 아니라 불 같은 것에 타지 않기 때문에 이것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흙을 이용하여 만든 틀을 型이라 하고, 나무를 이용하여 만든 틀을 模라 하고, 대나무나 쇠를 이용하여 만든 것을 笵이라 했다. 이러한 틀의 기본은 물에 있다고 생각하여 이것을 활용한 모범, 혹은 틀을 法이라고 했다. 그래서 法은 물처럼 모든 존재에게 평등하고 공평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되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型은 무엇인가가 표본으로 삼는 모델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결국 機와 型은 어떤 사물현상이나 사회의 기반, 혹은 기초가 되는 시스템이라고 보면 된다. 이것이 제대로 되어 있으면 그것이 무엇이든 제대로 된 구실을 할 수 있는 사물이나 사회가 되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