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청 시기 소설의 틈새시장 1

로버트 헤겔(Robert Hegel)*

문제의 제기

최근 중국과 일본, 북미 학자들의 연구는 명청 시기 중국의 인쇄 문화에 대한 연구에 새로운 길을 열어 주었다. 그들은 특정 분야의 책과 그것들의 유통에 관련된 특별한 서상(書商)들이나 지역 출판인들을 전문화하는 것과 같은 문제들을 탐구함으로써 출판의 복잡한 정황을 드러내주었다. 그들의 발견은 특정 유형의 책들이 다양한 사회계층으로 구성된 특정한 도서 구입자 집단을 위해 생산되었다는 점을 드러내었고, 이에 따라 판매 전략의 문제가 더욱 부각되었다. 이 책에 수록된 신시아 브로카우(Cynthia J. Brokaw), 조셉 맥더모트(Joseph McDermott), 앤 매클라렌(Ann E. McLaren), 그리고 다른 저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더 많은 정보와 새로운 관점들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나는 명대(1368-1644년) 후기와 청대(1644-1911년)의 소설 작품들의 틈새시장 공략에 대한 개략적인 상황을 제시하고자 하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연구가 덜 된 도서 분야이기도 하다. 출판된 장편소설과 단편소설집들에 대해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우리가 알고 있는 출판인 및 서상들에 대한 정보와 상호 연관시켜보면 인쇄된 백화 서사물들이 겨냥하고 있는 독자층에 대한 몇 가지 추론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이런 자료들은 이런 책들의 ‘표적 독자층(target public)이나 몇몇 잠재적인 구매자 계층들을 제시해준다. 만약 현재 남아있는 사료들이 명대 후기의 인쇄 활동 전반을 대표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믿어야만 한다면, 우리는 17세기 소설 구매자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부유한 독자들, 아마 과거 시험을 준비한 이들이 포함된다고 결론지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결론은 특히 진링(金陵: 지금의 난징[南京])과 같은 강남의 도시들에서 출판된 많은 명대 후기의 소설 판본들이 상대적으로 세련된 것이라는 인식을 기반으로 한다. 그런 책들은 화려한 삽화를 갖추고 본문 인쇄가 깔끔하게 되어 있어서 철학이나 역사, 그리고 문집과 같은 다른 분야의 책들보다 훌륭하다. 청대, 특히 건륭 연간(1736-1796년) 이후로 확장된 소설 구매층에는 사회 하층민들까지 포함되는데, 목판으로 엉성하고 단순하게 인쇄된 삽화가 실려 있는 더 작은 판형의 장편소설과 단편소설의 수량이 증가한 점을 그 증거로 들 수 있다. 비록 현재 접할 수 있는 자료들이 불충분하기 때문에 이러한 시장변화의 결정적인 요소들이 어떤 것인지, 또 새로운 시장 창출에서 인쇄업자들이 맡은 역할이 무엇인지를 더욱 정확하게 규명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손에 넣을 수 있는 데이터들은 좀 더 흥미로운 몇 가지 문제에 대한 일반적인 답안을 제시해준다. 그 문제들은 바로 누가 무엇을 읽었으며, 명청시기 중국에서 인쇄업자와 서상들이 어떻게 독자층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소설 독자

잠재적인 독자들을 정의하기 위해서는 명청 시기 중국에서 식자층의 범위와 구성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정보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학자들은 이론적인 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 카이윙 초우(Kai-wing Chow)는 17세기 초기에 과거준비생, 일반적인 도시민, 여성 등이 서로 중첩되기도 하면서 여러 독자층을 형성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과거시험을 위한 책들(경서, 팔고문 선집)의 수량으로 판단컨대, 그 중 과거준비생 집단이 상당히 큰, 아마도 가장 큰 규모였을 것이다. 동시대에 나온 소설 및 희곡 작품의 등장인물들 가운데는 과거 준비생들의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서상들이 등장한다. 그런 책들은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한편 상업 지침서와 지명(地名) 사전, 의서(醫書), 역서(曆書) 등은 전문가들과 이런 독자층 구분에 포함되지 않는 다른 사회 집단을 위해 출판된 듯하다. 게다가 여성들이 소설 독자층의 중요한 부분을 구성했다는 주장이 종종 제기되곤 했으나, 브로카우가 이 책의 서론에서(그리고 매클라렌이 이 책에 실린 논문에서) 여성들 사이의 문자 습득과 글쓰기 문제에 대해 논의했기 때문에 여기서는 다루지 않겠다. 그 대신 소설 독자층의 구매 습관에 대한 대략적인 윤곽을 그려보려고 노력했는데, 이 독자들은 아마 카이윙 초우가 ‘일반적인 도시 독자들’이라고 규정한 집단과 어느 정도 중첩될 것이다.

물론 이런 모든 접근법을 통해서 재구성할 수 있는 독자들은 어디까지나 가설적이다. 개별적인 구매자는 경우에 따라 다양한 범주와 폭넓은 가격대의 책을 구입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접근에 내재된 어쩔 수 없는 한계를 염두에 두고, 책의 상업적인 가치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여기서 말하는 책의 상업적 가치란 여기서 나는 우선 책을 편찬하는데 상대적으로 얼마 정도의 노력과 비용이 들었는지를 따진 것이다. 어쨌든 나는 책의 내용과 그 책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예술수준을 활용해서 대상 그 자체에서 도출해낼 수 있는 결론을 확정할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비교적 객관적인 정보를 통해서 잠재적인 구매자들을 하나의 전체로서 다룰 것이다.

꼼꼼하게 따져보지 않더라도 부유한 도서 구매자들은 당연하게도 자신들이 원하는 어떤 책이라도 살 만한 여유가 있었다. 그와 반대로 책과 같이 필수품이 아닌 물건을 살 수 만큼 사정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조금 싼 판본들(아니면 가격에 상관없이 아주 적은 수의 책만)을 사려고 했을 것이다. 그래서 비교적 부유한 도서 구매자들은 그들의 관심을 끄는 어떤 판본에 대해서도 실제적인 고객이 될 수 있었을 것이며, 출판된 모든 책에 대한 이론적인 구매자와 독자층에 포함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재정적으로 위축된 독자들은 책을 살 여유가 있더라도 대개 더 싼 판본들을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난한 도서 구매자들은 전체 도서 구매자 집단의 일부를 구성한다. 그들은 책을 소비하긴 했지만 책 그 자체의 가치만을 보고 수집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 책의 다섯 번째 논문에서 브로카우가 보여주듯이, 덜 부유하고 교육의 정도도 낮은 이 독자들은 비교적 궁벽한, 그리고 경제적으로도 덜 발전된 지역에서 발견된다. 빈부를 기준으로 한 이런 구분이 좀 엉성하긴 하지만, 그것은 책을 사는 독자층의 개념을 어느 정도 분명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소설 구매자

이전의 연구에서 나는 종이의 크기와 품질, 인쇄의 농도와 선명도, 그리고 삽화들의 복잡성과 예술적 세련도의 변화에 따라 명대 후기부터 청대까지 소설 인쇄의 품질에 나타난 일련의 쇠퇴 과정을 추적한 바 있다. 여기에는 명대 호응린(胡應麟: 1551-1602년)이 책값을 정하기 위해 정한 몇 가지 기준이 포함된다. 명대 중엽에서 청대 후기까지의 소설 판본들을 비교해보면, 물리적인 판형과 책의 외관에 나타난 이러한 품질 저하는 균질적이지도 않았고 지속적이지도 않았다.

청대의 인쇄업자들이 더 작은 종이에 더 많은 글자를 인쇄하는 경우가 많기는 했지만, 판형이 큰 옛날 판본을 다시 인쇄하는 경우도 잦았다. 이를테면 건륭 연간에는 이러한 재인쇄가 일반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비록 많은 인쇄물들의 출간 연도를 규정하기가 곤란하기는 하지만, 그런 책들의 숫자는 특히 청대에 백화소설 작품을 위한 커다란 규모의 활발한 시장이 있었음을 말해준다. 예를 들어서 오오츠카 히데다카(大塚秀高)의 매우 유용한 저작인 《증보중국통속소설서목(增補中國通俗小說書目)》과 한시둬(韓錫鐸), 왕칭위안(王淸原)의 《소설서방록(小說書坊錄)》에 수록된 목록을 슬쩍 훑어보기만 해도 백화소설이 얼마나 왕성하게 팔렸는지를 생생하게 알 수 있다.

책 자체의 외양을 통해서 명청시기 중국 소설의 판매 전략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끌어낼 수 있다.

1. 대중적인 상업출판의 초기 단계에서 나타나는 서상들의 전문화는 지역적 또는 개인적인 차원에 국한되지만, 기술자들, 판화예술가, 판목 등이 출판업체들, 심지어 여러 도시들을 옮겨 다니게 되면서 이런 차이들이 누그러졌다. 명대 후기와 청대 초기에 인쇄 문자와 페이지 윤곽, 삽화의 표준화가 점증함에 따라 특색 있는 인쇄소가 줄어들고 심지어 지방색 짙은 인쇄 양식 등이 점차 제거되었다. 시장 경쟁의 결과로, 여러 분야에서 어느 정도 구색을 맞추어 책을 출판해야 한다는 것이 적어도 상업적 출판업자들 사이에서는 불문율이 되었다.

2. 책 자체의 예술적 질이라는 측면에서 17세기는 아마 소설 출판의 절정기였을 것이다. 명말의 몇 십 년과 청초의 십년 동안 큰 판형(페이지의 크기가 대략 15×25㎝)과 호화본 소설 작품이 그 이전이나 이후에 비해 많이 출판되었다. 실력 있는 기능공에게 소요되는 임금은 책값이 더 높아짐을 의미하며, 이에 따라 소설 작품에 대해 비교적 후한 값을 지불할 수 있는 도서 구매자 계층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만력 연간(1573-1620년)에도 일반적인 표준과는 확연히 다르게 판각된 소설과 희곡 작품들이 출판되었다. 이렇게 된 것은 상업화에 그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출판물의 인쇄품질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이미 1600년대에 출판인들이 의식적으로 소비자의 경제적 수준에 따라 도서 구매자 계층을 상정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3. 청대의 출판인들은 소설을 많은 돈을 들여서 크고 세련된 품질의 판형으로 출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청대에 나온 큰 판형의 소설들은 (옛날의 목판을 이용하여) 다시 인쇄된 것이거나 (옛날의 인쇄본을 다시 판각하여) 다시 간행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1800년 무렵 이후에 새로 판각된 소설 판본들은 대부분 페이지 크기가 작고(예를 들어서 13×18㎝ 또는 그보다 작은 것), 루실 쟈의 표현대로 ‘딱지본(chapbook)’이어서 브로카우가 검토한 바 있는 푸졘(福建) 지역의 값싼 책들의 목록에 비견되는 것들이었다. 청대에 문인 독자층이 대대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소설 인쇄의 품질 변화는 아마 문화 엘리트들보다는 덜 부유한 이들을 포함하도록 구매층을 확장하려는 소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소설 인쇄 활동의 변화는 다양한 다른 역사적 요소들과 연관되어 있는 것 듯이 보인다. 정치적인 측면에서 명 왕조의 몰락은 많은 도시에서 상업적 투자의 붕괴를 초래했다. 출판업은 이런 현상과 무관하지 않았으며, 청대 초기의 몇 십 년 동안 느린 속도로 회복되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보수적인 유가(儒家) 학자들은 명대 후기에 상인들과 고위 관료 모두에 의해 예술을 포함한 상품들의 소비가 현저하게 나타나는 데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확실히 청대 초기에 보수적인 경향이 널리 퍼짐에 따라, ‘가치가 없음에도(frivolous)’ 가격만 비싼 책들은 마찬가지로 거부되었을 것이다. 문화적인 측면에서 볼 때, 특정 엘리트 집단 사이에서 백화소설에 대한 이런 경멸은 눈에 띠게 증가했는데, 19세기 말에는 유난히도 요란했던 공적인 멸시를 낳을 정도였다. 동시에 식자층이 확산됨에 따라 독서를 통해 미적 혹은 교육적인 성과를 얻기보다는 유희적인 즐거움을 추구하는 ‘일반적인’ 비학자 계층 부류의 독자층이 급속도로 증가했다. 이것은 명대에는 일반적이었던 큰 판형의 세련된, 그래서 비싼 값의 한정판들이 나올 수 있는 추진력이 청대에는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청대에는 더 싼 값에 팔릴 수 있도록 작은 판형에 많은 내용을 담은 거칠고 조야한 판본들이 양산될 만한 많은 이유가 있었다. 나는 청말 시기에 소설 인쇄의 질이 떨어진 데에는 리처드 루프라노(Richard John Lufrano)가 정의한 “18세기에 시작된 균질화(homogenization) 추세의 확장” 즉, 가격이 싸진 대신 예술적 수준은 낮아진 문화 상품에 대한 상업적 요구의 증가와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청대에 나온 값싼 상인 지침서의 독자층을 형성했던 중등급 상인들은 오락을 위해서도 그와 마찬가지로 비싸지 않은 소설 작품을 찾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