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세언型世言 제13회 1

제13회 권력가를 쳐서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고,
옥에 대신 갇힌 동생이 형을 난관에서 벗어나게 하다
擊豪强徒報師恩, 代成獄弟脫兄難

냉담한 눈초리로 인간세상을 비웃으니,
동기간에 싸움이 일어나네.
시험삼아 하늘에게 친척들(九族)을 다 규합할 수 있냐고 물어보니,
인륜가운데 몇 사람이나 있겠는가?
어머니의 회초리가 힘이 없다며 운 전진(田眞)이 있고,
살쪘다고 형 대신 매 맞겠다는 조례(趙禮)가 있네.
선현들의 전범이 남아 있으니, 역력히 그 고하를 비교할 수 있구나.
어찌하여 그리 안절부절 못하고 경망스럽게 행동하는가?
그러니 쉴 사이 없이 집안에서 말다툼이지.
못의 풀은 하릴없이 꿈에 사로잡혀 있고,
우뚝한 아가위나무 정말 의지할만 하구나.
원컨대 의지를 확고히 하여 개심하지 말며,
불시에 딴 사람의 말을 믿지 말기를 바라노라.

‘천하의 모든 사람은 형제이다(四海之內皆兄弟)’라는 말은 실로 포괄적인 말이다. 어린아이를 예로 들어보자. 어린아이를 데리고 갈때, 부드러운 기색을 띠고 차마 헤어지기 싫은 듯이 좋아하면 친동기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가운데 형제사이에 틈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대부분 부모의 애증에서 기인한 것이다. 무릇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의 깊고 얕음 때문에 마침내 형제사이가 점점 멀어지게 된다. 또 동서들간의 불화로 사이가 멀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는 이부자리속에서 한 말이 화근이 되어, 날로 비방하고 헐뜯다가 마침내는 동기간의 사이가 크게 어긋나게 된다. 또 친구들간의 이간질과 종들의 꼬임에 빠져 형제사이가 멀어지는 경우도 있다. 형제의 경우를 보면, 처음에는 서로 싫어하다 점점 틈이 생기면서 다투게 된다. 그리하여 소송을 벌이는 가 하면 심지어는 원수가 되어 해를 끼치는 경우도 생긴다. 이는 생면부지의 사람보다 못하게 되니 정말 기이한 일이다. 한 부모아래 태어나서 “얼음과 재처럼 함께 놓일 수 없는 사이”가 되었으니, 사람들에게 한번 물어보자. “이 형제가 정말 친동기간이 아닙니까? 같은 부모아래서 태어난 형제가 아닙니까? 어쩌다가 이 지경에 까지 이르렀습니까?” 그래서 나는 일찌기 이렇게 말했다: 태평시절의 형제는 북송의 사마광(司馬光)형제처럼 지내야 한다. 즉 늙어서도 온화한 기색으로 형의 끼니와 추위를 어린아이 보살피 듯 정성껏 돌봐야 한다. 그러나 환경이 바뀌면 조례(趙禮)형제처럼 해야 한다. 한(漢)나라 경시제(更始帝)때 가뭄이 들어 도적이 사방에서 일어났다. 도적이 그의 형을 잡아 죽이려 하자, 그는 급히 달려가서 말했다.

“형은 말랐고 제가 살 쪘으니, 저를 형대신 죽여 주십시요.”

도적 역시 그의 의로움을 가련히 여겨 형을 놓아주었다.<사람을 논하는 데 지나치다> 박태기나무가 시들때 쯤 느낀 바가 있어, 헤어졌다 다시 만난 전씨(田氏) 삼형제에게 나는 오히려 그들이 대장부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지만 딴 사람들도 감히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하필 초목이 필때만 그것을 느끼는가? 한순간의 성품에도 경우에 따라서는 그 어리석음을 알 수 있다. 형된 자는 우홍(牛弘)과 같이 행동해야 한다. 우홍은 동생이 자신이 타는 마차의 소를 활로 쏴 죽였으나 문제삼지 않았다. 동생된 자는 마땅히 손충아(孫蟲兒)처럼 행동해야 한다. 손충아는 형이 사람들을 미혹하게 하여도 그를 능멸하거나 원망하지 않았다. 그러나 왕상(王祥)ㆍ왕람(王覽)은 이복형제였다. 왕상은 한 겨울날 얼음을 깨고 잉어를 구해 어머니의 병을 낳게 한 대단한 효자로서 틀림없이 동생을 사랑할 수 있었다. 왕람은 어머니가 약을 구할 마음으로 왕상을 죽이려 했을 때, 자신이 독술을 빼앗아 마셨다. 이에 어머니는 까무라쳤다. 그러나 해결하기 어려운 일과 그가 한일은 모두를 위한 일이었다. 계모인 경우도 이와 같거늘 하물며 같은 부모아래서 태어난 형제들이야.<□□ 확실하게 깨닫을 수 있다> 명나라때 가장 중시할만한 효우(孝友)는 홍무(洪武)년간에 선행표창을 받은 포강현(浦江縣)의 정의문(鄭義門)이다. 정의문이 모(某) 사건에 연루되어 서울로 압송되었으나, 성지를 받들어 사건의 정황이 드러난 후 사면됨과 동시에 족장(族長) 정련(鄭璉)에게 발탁되어 복건성(福建省)의 참정관(參政官)이 되었다. 지금 적고자 하는 이야기는 일찌기 선행표창은 받지 못했지만, 친구에 대한 사랑이 특별한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절강성(浙江省) 태주부(臺州府) 태평현(太平縣) 선덕(宣德) 년간에 요씨(姚氏)형제가 살았는데, 장남은 거인(巨仁)이고, 차남은 이인(利仁)이다. 풍채가 수려하고 성품이 온아하며, 의지와 기개 또한 불같아 정의를 보면 용감하게 뛰어들었다. 두 사람은 성격도 같은 뿐만 아니라 생긴 모습도 꼭 같았다. 약관이 채 안되어 방방성(方方城)선생을 모셨다. 방선생은 아들 없이 처 마씨(馬氏)가 낳은 딸 혜낭(慧娘)을 데리고 가난하게 살았다. 그는 집에 호행고(胡行古)란 한 젊은이를 데리고 살았는데, 그는 자질이 총명하고 민첩하며 배움에도 열심이었다. 부이곡(富爾穀)이란 자가 있었는데, 그는 나이가 많고 집안 형편이 풍족하였던 터라 글 읽기에는 마음이 없었다. 또 최근에 새로 장가들어 아내의 치마폭에 싸인채 학교에는 올 생각도 않했다. 하학(夏學)이란 자는 일신의 간교함만을 배웠는지라 대단히 멍청하지만, 부이곡과는 뜻이 잘 맞았다. 방선생이 여러 차례 그들을 타일렀으나, 두사람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악인을 친구로 삼으면 평생 해를 입게 된다. 그러니 친구를 사귀는 것 역시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다섯사람은 비록 동문이기는 하지만, 그 뜻은 물과 불처럼 서로 용납될 수 없는 사이였다. 후에 요씨형제는 잇달아 부모상을 당하여 집안형편이 나빠지면서 글을 읽는둥 마는둥 하였고, 마침내는 호행고만이 진학하게 되었다. 하학은 일정한 직업없이 부이곡의 수족노릇을 하는 끄나풀이 되었다. 어느날 방방성 선생이 돌아가시자 문하생들은 함께 입관하러 갈것을 약속하였다. 요씨 형제와 호행고가 먼저 도착하고 부이곡과 하학이 뒤에 왔다. 부이곡은 본래 스승의 딸이 아름답게 생겼다고 생각하였는데, 오늘날 그녀가 장성한 것을 보고는 두눈을 효당(孝堂)에 고정시킨채 바라볼 뿐이었다. 딸은 집안에 사람이 없자 방안에서 꼼짝않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림자가 비치는 가 하면 머리끝이 보일락 말락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두 다리만 보였다. 그녀가 곡할때는 마치 꾀꼬리가 지저귀는 것처럼 들렸다.<붓끝마다 그 뜻을 다 드러내었다> 부이곡은 눈코 뜰 사이 없이 바빴고 속은 열불이 났다. 두 눈은 게처럼 똑바로 세우고 몸은 괄태충처럼 근질근질거렸다. 세 사람은 본래 그와 뜻이 맞지 않아 그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단지 하학만이 평소에 그와 더불어 억지로 친한 척 하였지만, 그 역시 그다지 이야기하지 않았다. 장사를 치런후 산주(散酒)하는데 하학이 부이곡의 어깨를 치면서 말했다.

“부형, 오늘 왜 그리 정신을 빼놓고 있소?”

부이곡이 말했다.

“당신에게만 내 속마음을 털어 놓겠소. 일찌기 내가 방선생의 딸을 처음 보았을 때는 머리를 틀어올리지 않았지만, 그 때 이미 나는 그녀에게 반했었소. 그때는 어렸는데, 지금 가만히 따져보니, 그녀 나이 이미 열 여섯살이 되지 않았겠소. 내 오늘 효당안에 있는 그녀의 두발을 보니 하얀 신발을 신고 있는데, 그 모양이 정말 죽순의 끝처럼 뾰족하구료. 다행히 바람이 불어 장막이 열리면서 비친 그녀의 그림자는 정말 하얀 선녀 같았소. 그녀가 내혼을 다 가져갔소! 하형, 어떤 꾀라도 써서 내손아귀에 들어오게만 한다면 그대는 정말 의사(義士)요!”

하학이 말했다.

“무슨 어려움이 있습니까? 당신이 날마다 가서 상을 도우면서 그녀의 향기만 맡으면 되지 않소!”

부이곡이 말했다.

“오늘만도 그녀의 향기에 취해 죽을 지경인데, 만약 다시 또 가면 육신마저 돌아오지 않을 것이오! 당신이 나를 위해 대책을 강구하여 혼사만 맺게 해주오.”

하학이 말했다.

“알았어요. 내가 또 당신 집에 왕래할려면 이런 일은 해야지요. 두번에 안되면 다른 방법을 써서 성사되게 해야지요.”

부이곡이 말했다.

“집사람은 대단히 현명한 사람이요.”

하학이 말했다.

“내가 매일 당신 집에 가서 ‘부공, 당신 얼굴이 왜 이렇게 상했소. 열이 이렇게 높은데도 어찌 열을 내리지 않았소?’”

부이곡이 하학을 치면서 말했다.

“이런 멍청한 사람 보게나! 부인들의 성깔을 억지로 죽이게 할 수는 없네. 만약 우리가 발끈하면 밖에서 알아서 풀테니 상관없고, 만약 그녀가 화를 표출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결국 속에 울화병이 생길 것이라네. 그러다 보면 계속 약을 사야하는데, 양보하겠나? 않하겠나? ”

하학이 말했다.

“옳다 마다요! 지금 첩 한 명 더 들여 북쪽으로 이사가서 종일토록 눈가리개를 하고 얼굴을 가리고 살면 되지요!”

두사람이 한바탕 웃고 나서 하학이 다시 말했다.

“그렇다면 이 일은 제가 하는 대로 한번 지켜보시다 다시 생각하기로 하지요.”

다음날, 하학은 상을 돕는다는 명목하에 방씨 집에 갔다. 사모가 나와 감사표시를 하자 하학이 말했다.

“선생님께서는 평생동안 훈장노릇만 하셔서 가난이 골수에 사무쳤는데, 다행히 사모께서 묵묵히 생활을 꾸려 나가셨으니, 역시 여장부이십니다.”

사모가 말했다.

“그래요. 지금은 잠시 참아낼 수 있겠지만, 뒤에 또 출상하고 장례를 치러야 하는데, 전혀 당해낼 재간이 없소.”

하학이 말했다.

“무엇이 걱정이십니까? 문하생들 가운데, 호행고 앞에서는 가난하다의 가자란 말도 꺼내기 어려우니 빼고, 요씨형제는 살만 하지만 인색하기 그지 없습니다. <먼저 사모를 찬양하고 나중에 이곡을 추천한 뒤 후처로 삼겠다는 의중을 드러냈으니, 근본적으로 장의의 설, 소진의 이다.> 유독 부이곡만이 돈을 물 뿌리듯이 잘 씁니다. 만약 사모께서 말씀만 하신다면 반드시 기꺼이 도울 것입니다.”

사모가 말했다.

“그는 평소에 선생님과 늘 뜻이 맞지 않았으니, 오지 않을 것이요.”

하학이 말했다.

“단지 선생님께서 융통성이 없어 그의 화통하고 호방한 성격과 맞지 않았던 것이지요. 뜻밖에도 그는 가난한 사람을 잘 도와주니, 그에게 여덟ㆍ 아홉 냥 정도 빌리셔도 그에게는 암소의 몸에서 털 하나 뽑는 정도 밖에 안됩니다. 지금 그는 아내가 병약하여 움직이지 못하고, 집을 돌 볼 사람이 없어 기꺼이 몇백금을 주고도 후처를 찾는 중이니, 어찌 돈을 딴 사람에게 내주지 않으려 하겠습니까? 사모께서 말씀하시기 어렵더라도 마음만 정하시면 제가 힘이 되어드리겠습니다.”

사모가 말했다.

“너댓 냥만 빌릴 수 있으면 좋은데.”

하학은 사모와 헤어지고 부이곡을 찾아가서 말했다.

“부형, 나 같은 노랭이가 어쩌다 아주 의로운 호협가가 되었군요! 그들 모녀를 고아와 과부라고 생각하니 가능하더군요. 하루 택일하여 은 오십 냥과 비단 몇필을 가지고 가서 빌려주는 것이라 하는게 좋겠어요. 그녀가 감사하게 느껴서 말 한마디 하면 좋고, 만약 그녀가 받으려 하지 않는다면 그녀를 잡고 스승의 은혜에 대한 답례품이라 하시오. 제 말만 믿고 제가 말할 때까지 기다리면 되오. 어떻소?”

부이곡이 말했다.

“스무 냥밖에 낼 수 없소.”

하학이 말했다.

“예물은 필요 없다 하더라도 제 말을 믿고 따라야 하기는 매 한가지요. 내 무슨 수라도 써서 이 결혼을 성사시켜 드릴 테니, 그 댓가로 은 오십 냥은 주셔야 합니다.”

부이곡은 하는 수 없이 하학의 말대로 은 오십 냥과 비단 두필, 그리고 깁 몇필을 그에게 주었다. 그는 은 열 냥을 챙기고 머슴을 시켜 문갑을 메게 한뒤 사모를 찾아가서 말했다.

“사모! 제가 말씀드렸지요. 그는 대단한 부자라고. 제가 찾아 갔을 때, 때마침 어떤 사람이 그에게 돈 사십 냥과 이자로 능라 네필을 돌려주고 있었던 터라 제가 말하자 곧장 모두를 저에게 주었어요. 제가 능라 네필은 그만두라고 말하자, 그는 ‘한번 가져가는 것인데 인색하게 쓸 필요 없지.’라 하면서 특별히 보낸 것이랍니다.”

사모가 말했다.

“나는 단지 너댓 냥이면 되니 나머지는 수고스럽겠지만 좀 돌려 주게나.”

하학이 말했다.

“스승께서는 평생동안 마음 고생만 하시다 돌아 가셨습니다. 그러니 사모께서는 그냥 굴러 들어온 물건이라 여기시고 마음대로 사용하셔도 되니 흔쾌히 받아들이시지요.”

이에 마씨가 머뭇거리면서 결정내리지 못하자 하학이 인사하고 곧장 문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혜낭이 말했다.

“어머니, 부씨가 여기서 글을 읽을 때는 대단히 인색하였는데,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렇게 많이 도와 줄까요? 차라리 가난하게 사는 것이 좋으니, 어머니께서는 반드시 그에게 돌려주는 것이 옳습니다.”<가난하지만 선견지명이 있다 할 수 있으니 딸이 정말 총명하구나>

마씨가 곧장 딴 사람을 보내 하학을 청하였으나, 하학이 오지 않았다. 마씨는 하는 수 없이 그대로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이윽고, 출상날이 되자 사람들이 다투어 제수용품을 나누었으나, 부이곡은 혼자 한편의 제문을 지어와서 제사지내며 말했다.

슬프도다, 선생님! 아니 장인어른, 반평생을 학생들을 가르치시느라 고생만 하셨으니, 아침 일찍 일어나시고 저녘 늦게 주무시며, 글을 읽고 경을 강하셨습니다. 거칠은 피부에 누더기 적삼, 수초와 같은 푸른 색 옷에 두건을 쓰셨습니다. 머리 숱은 많고 수염은 곧게 자라셨으며, 높은 성적으로 합격하진 않았지만 합격자 명단에 이름이 났습니다. 하루 아침에 병을 얻어 목숨을 잃으셨으니, 슬프도다! 저 자신 생각해 보건대 스승의 문하에 들어 온지도 꽤 오래되었는데, 오늘에 와서야 사위라 부르시고 진실로 친동기처럼 대해주시니, 눈물이 절로 줄줄 흐릅니다. 삼가 제수를 갖추어 저의 보잘 것 없는 정을 표합니다. 새, 돼지, 흰양을 은으로 대신합니다. 슬프도다! 상향(尙嚮)!

하학이 보고는 말했다.

“절묘하구나, 절묘해! 어찌 이리도 문맥이 잘 통하는고!”<식객의 역할이 그럴싸하다>

부이곡이 말했다.

“붓가는 대로 쓰고 협운(協韻)을 했을 따름이요.”

요거인이 말했다.

“어떻게 그가 선생님의 사위가 되었는지 알 수 없구나!”

요이인이 말했다.

“부형, 당신은 이미 오래전에 장가갔는데, 어찌 선생님의 딸을 첩으로 삼으려 하는가!”

하학이 말했다.

“요임금께서도 두딸을 순임금에게 보내어 한 명은 정실로 한 명은 첩으로 삼게 하셨는데, 뭐 어떤가?”

요거인이 말했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 이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안에서 마씨가 이 말을 듣고 급히 나와서 말했다.

“부이곡, 이놈! 선생님께서 돌아가신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감히 내 딸을 욕뵈려 하다니, 그만두어라! 선생님께서 임종직전에 이미 호행고를 사위로 인정하셨다. 지금은 상중이라 내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만은, 어찌 이리도 경박한가?”

요거인이 말했다.

“선생님의 딸을 욕되게 하고 또 친구의 아내를 빼앗으려 하다니,<중요 국면> 더 더욱 안되겠구나.”

부이곡이 말했다.

“요거인, 당신이 무슨 상관이요?”

요거인이 말했다.

“어떡하다 일이 이렇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어찌 분을 참고 들을 수가 있소?”

부이곡이 말했다.

“나 역시 선생님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답례품을 드리고 정혼했는데, 어떻게 강탈했다고 하는가?”

마씨가 말했다.

“점점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지껄이는구나, 누가 너의 예물을 받았느냐?”

하학이 말했다.

“다 까닭이 있습니다. 전날 제가 은 사십 냥과 능라 네필을 가져왔었는데, 사모께서는 그에게 빌린 것이라 말씀하셨지만, 그는 오히려 예물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씨가 말했다.

“이런 짐승같은 놈들, 이렇게 흉계를 꾸며 우리 모녀를 속이다니!”

사모는 곧장 안으로 들어가 은과 능라를 가져와서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부이곡은 “후회해도 이미 늦었어! 늦었다고”하면서 하학과 함께 벌떡 일어서서 나오다가 요거인에게 붙잡혀 얻어 터지고, 본래 몸이 마른 하학이 얻어맞고 곤두박칠치자, 요거인이 말했다.

“이 집안을 어찌 이리고 못살게 구는가? 모두 다 가져가게. 그리고 호형은 어서 혼례를 올리게나. 만약 본전을 다 가져 갈 수 없다면 여기에 있는 우리 모두가 은과 사모께서 사용하신 돈을 며칠내로 갚아 주겠네.”

하학은 상황이 좋지 않음을 보고 말했다.

“부형이 사실 잘못했소. 어디 첩 얻을 데가 없어 이런 못된 짓을 한단 말이오.”<거짓으로 부형을 탓하며 어디 첩 얻을 데가 없어 그런 짓을 하냐며 가벼운 원망을 하고 있다>

은과 능라를 하나하나 따져보니 처음 가져왔을때 보다 다섯 냥짜리 은화 한덩이가 모자랐다. 하학이 말했다.

“사모가 호형과 셈을 깨끗이 하려면 그 다섯 냥의 책임은 반드시 호형에게 물어야 할 것이요. 부이곡이 지금 무엇때문에 다섯 냥을 밑지려 하겠소!”

호행고가 수중에 가진 돈이 없어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요거인이 말했다.

“내가 대신 갚아 주겠소!”

하학이 말했다.

“그러면 자네가 돈을 모아 외상으로 하지 않토록 하게나.”

요거인이 말했다.

“어찌 이리도 답답한가? 오일이내에 내가 갚아주면 될 것이 아닌가?”

하학이 말했다.

“계약서라도 하나 써 주면 좋겠네.”

요거인이 말했다.

“말로 했으면 됐지.”

하학이 말했다.

“양심에 맡기네.”

요거인이 말했다.

“계약서를 써서 주면 되지 않나?”

하학이 중개인으로 글을 쓰고 난 뒤 서명하자, 부이곡은 그것을 모두 다 가져갔다. 모두들 각자 흩어져 집으로 돌아갔다. 하학은 돌아가던 중 화가 나서 부이곡에게 말했다.

“내가 천천히 추진할 때까지 기다리라 했더니, 왜 스스로 화를 불러 일으켜 일을 그르칩니까?”

부이곡이 말했다.

“그 덕택에 스승의 딸로 하여금 내가 재기가 있음을 알게 하였고, 또 이런 사실을 한번 다짐하려고 못 박지 않았나?”<□□□□□□□□중의 한 사람이니 □□한 사람은 부끄러워 반성할 것이다>

하학이 말했다.

“이젠 틀렸소! 이 일은 호행고와는 상관없이 모두가 요씨형제 때문에 망치게 되었으니, 반드시 이 분을 풀어야겠소. 요씨형제를 함정에 빠뜨리면 자연히 호형이 찾아와서 두손을 잡고 사정할꺼요.”

부이곡이 말했다.

“무엇이 어렵겠는가! 내일 하인들을 시켜 은을 요구하면서 시비를 걸게하면, 그가 끝내 참지 못하고 욕을 할걸세. 그러면 문을 잠그고 한차례 흠씬 두들겨 패서 화풀이를 하면 되지 않나!”

과연 그 다음날 하인을 시켜 은을 독촉하다가 우연히 요거인의 비위를 건드렸다. 거인이 말했다.

“원래 약속된 날짜가 닷새 시한이니, 오일날 다시 오게.”

하인이 말했다.

“자고로 옛날부터 ‘빚독촉은 시간을 다그쳐서 하루를 넘기지 말아야 한다’고 했거늘, 누가 당신더러 사내 대장부라 하겠소?”

거인이 말했다.

“하인주제에 왜 이리 무례한가!”

하인이 말했다.

“누가 당신 하인이요? 몰염치한 놈 주제에! 은을 빚진 사람이 도리어 욕하네!”

거인은 이 말을 듣자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 정면을 후려 갈기면서 말했다.

“네 이놈, 이것은 부이곡의 낯짝을 후려 갈긴 것이니, 그에게 오일내에 와서 은을 가져가라고 전해라!”

하인은 분하여 씩씩거리고 돌아갔다. 이 당시 거인형제는 이미 탈상을 치런 후라, 거인은 유씨(劉氏)에게 장가들어 한달남짓 집에서 지내고, 이인 역시 현의 여환(茹環)의 딸과 약혼하기로 날은 잡았지만 아직 장가는 들지 않은 상태였다. 유씨는 거인이 부이곡의 하인과 말다툼한 것을 듣고 말했다.

“나으리, 나으리께서 이미 빚처리를 하시겠다고 하셨으니, 제가 가지고 있는 장신구를 저당잡히고 그에게 돌려 주고 맙시다.”

거인이 말했다.

“반드시 오일이 되면 그에게 돌려주고, 그 집을 방문하여 한바탕 욕을 해주고 말테요!”

저녘에 이인이 돌아와서 전후상황을 다 듣고는 거인을 설득하였다.

“형수께서 기꺼이 이 일을 처리하겠다고 하시니 형도 돌려주고 그만두세요. 그런 바보같은 놈은 앞으로 상대도 맙시다.”

다음날, 유씨는 꼭두새벽부터 장신구를 이인에게 주면서 은을 담보잡게 했다. 그때마침 부씨집안의 종놈이 와서 욕을 해되자 거인은 격분하여 쫓아가서 때렸다. 하인이 달아나면서 욕을 하자 거인을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자 그 역시 멈춰서서 욕을 했다. 거인은 화가 치밀어 올라 곧장 쫓아 갔다. 한편 이인은 장신구를 저당잡히고 은을 바꾸어 돌아오던 중 형이 부씨집에 간것을 알고 그 역시 쫓아 갔으니, 부이곡의 꿍꿍이 속을 알리 없었다.

어제 하인이 돌아올 때 거인을 흉내 내어 수다를 떨며 거인이 어떻게 부이곡을 욕했는지, 또 그 대신 빰을 맞았다고 말했다. 부이곡은 곧장 하학과 상의하고 또 오랫동안 상부상조하고 지내는 장라(張羅)를 찾아가 그와 함께 계획을 세웠다. 부이곡이 말했다.

“내가 이곳 촌구석의 황제인데, 그에게 두번이나 모욕을 당했으니 어찌 사람도리를 할 수 있겠소. 반드시 혼쭐을 내줘야 겠소!”

장라가 말했다.

“일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를 지배하고 거꾸러 넘어 뜨릴 계획이 없잖소”

의논중에 때 마침 황씨(黃氏)성을 가진 종이 차를 들고 방에 들어왔다. 그는 오랜 병고끝에 일어났던 지라 대단히 힘들어하면서 차를 내려 놓던 터에 하학이 목판을 들고 정면으로 두번 때리자 기절하였다. 부이곡이 깜짝 놀라 말했다.

“그는 거의 반쯤 죽었다가 다시 살아 났는데, 왜 그를 때리는가?”

하학이 말했다.

“이 종은 거의 죽을 지경이 됐소, 맞아서 죽느니보다 내일 요씨집안에 가서 눌러 않는게 좋지 않겠소. 당신의 돈의 위력이 가공할만하니 그들 두사람은 몸을 빼낼 수가 없을 것이요!”

장라도 이어 말했다.

“지당한 말이요.”

부이곡이 이를 듣고 몇 차례 더 두들겨 패고 발길질을 하자 하인은금방 숨이 끓어졌다. 이 하인은 노비의 아들이었는데, 그 아버지 부재(富財)가 이 사실을 알고 들어가 대성통곡하였다. 하학이 말했다.

“여기 당신 아들의 병세가 이미 죽을 운수였는가 보오. 때마침 차를 가지고 왔다가 그것을 주인어른에게 엎질렀소. 이에 주인나으리가 화가 나 두어번 때렸더니, 뜻밖에도 죽었소. 주인이 하인을 때려 죽이는 일은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이오.”

부재가 말했다.

“차를 엎었다고 해서 사람을 때려 죽여야 합니까!”

장라가 말했다.

“일개인을 죽이면 보상해야지요.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대신 그대의 노비문서를 돌려주겠네.”

부이곡이 말했다.

“그가 내집 음식을 먹으면서 자랐는데, 내가 그를 죽였다고 해서 무슨 지장이 있는가! 계속해서 허튼소리하면 너도 때려 죽이겠다!”

부재는 감히 더 이상 아무 말도 못한채, 처자와 함께 남몰래 눈물만 흘릴뿐이었다. 세사람은 이미 계획을 다 짜고 다음날 요씨형제가 소동을 일으켜 그들의 꾀에 걸려들기만을 기다렸다. 뜻밖에 거인이 먼저 와서 큰 소리로 말했다.

“부이곡, 네이놈! 왜 사람을 시켜 나를 욕되게 하느냐?”

부이곡이 말했다.

“그대는 왜 나의 하인을 때렸는가?”

그들이 막 다투고 있을 때 이인이 쫓아와서 말했다.

“다툴 필요 없어요. 은을 여기 가져왔소!”

부이곡은 짜 놓은 각본대로 요거인을 붙잡아 하인을 시켜 때렸다. 그러자 요거인 역시 양보하지 않았다. 이인이 황급히 말린다고 해서 어찌 둘사이가 떨어지겠는가? 장라 역시 급히 달려와서 거짓으로 말리는 채 했으나, 한바탕 더 소란이 일어났다. 갑자기 한 하인이 죽은 시체를 메고 와 그것을 요거인에게 던지며 말했다.

“불상사가 일어났네. 그가 우리 노비를 때려 죽이다니!”

모두들 깜짝 놀라 보니 머리가 깨지고 파열된 시체 한구가 땅바닥에 뻣뻣하게 놓여 있었다. 부이곡이 말했다.

“그래! 좋다! 너희 요씨형제가 우리 하인을 왜 죽이느냐?”

거인이 말했다.

“맞붙어 싸우지도 않았는데, 왜 나를 모함하느냐?”

부이곡이 말했다.

“저절로 죽었단 말이냐?”

요거인이 말했다.

“하늘은 알거요”

장라가 말했다.

“하늘의 뜻, 하늘의 뜻 좋지. 관가에 가서 다시 따짐세!”

요씨 두 형제는 사정이 좋지 않음을 보고 급히 집으로 달아나려 했으나, 부이곡이 쫓아와서 구금하여 마을에서 이웃사람들을 불러다 현까지 함께 갔으니, 다음과 같은 시가 있다.

평탄한 길이 울퉁불통하게 변하고,
얕은 물이 홍수에 고생하네.
간교한 꾀는 천길이나 되고,
두마리 용은 그물 속에 잡혔네.

번역 이민숙(李 玟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