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음부는 남편을 배반하여 죽임을 당하고,협객은 성은을 입어 사면을 받다
淫婦背夫遭誅, 俠士蒙恩得宥
두 사람은 서로를 탐하고 사랑하며 꼬박 두 시간을 놀았다.
등씨가 말했다.
“오빠! 오빠가 이렇게 길고 크고 단단한 물건을 가지고, 이렇게 지구력있는 정력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어. 그때 오빠에게 시집갔으면 몇년은 더 일찍 즐거웠겠지!” <지금도 늦지 않다> 우리 그 등신은 말로만 날 위해준다고 설치지만 오빠의 터럭만도 못해? 오빠 나 싫지 않으면 자주 놀러 와. 우리 그인 일찍 나갔다가 저녁 늦게 돌아오거든.“
두 사람이 심히 떨어지기 아쉬워하였다. 경식도 틈 나면 꼭 오겠다고 약속했다.
그후로 경식은 포교 일도 시큰둥해 하고 날마다 금의위에 한번 들렀다 곧장 동문의 집으로 왔다. 등씨는 종일 동문에게 돈을 달래 고기 사고, 닭丶과일丶술을 사 먹는다고 하고서는 가져다가 경식과 함께 먹었다. 경식도 자주 주인처럼 굴며 그녀더러 술과 안주를 남겼다가 동문에게 주라고 그러면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내버려 둬요, 남겨줄 게 있으면 개나 주지!” <죽여 마땅한 첫번째 이유이다>
하루는 밤늦게 문밖으로 경식을 배웅하려고 빗장을 여는데 동문이 노래를 부르며 돌아오는 것이었다.
경식이 말했다.
“어디 숨지?”
등씨가 말했다.
“걱정 말아요! 그냥 문 뒤에 서 계세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동문이 벌써 문을 두드린다.
등씨가 말했다.
“헛소리하네! 왜 이렇게 소리를 지르고 야단이야!”
문을 열자 동문이 손에 이전 주고 산 귤 모양 등롱을 들고 들어왔다. <공교롭도다, 공교롭도다>
등씨는 경식을 비출까 두려워 얼른 받아서 바닥에 내던지며 말했다.
“날마다 밤늦게 돌아오면서 이전씩이나 낭비해, 집에 뒀다 반찬 사면 어디가 덧나?”
다시 동문을 안으로 떠밀며 말했다.
“등 가져와요, 문 빗장 걸게 비추란 말야!”
술취한 동문은 떠밀려 얼굴을 부딪치고 발에 걸려 넘어졌다. 들어가 등을 가져오라고 소리쳤을 때 경식은 이미 문밖을 나선 뒤였고 등씨도 문에 빗장을 건 뒤였다. 경식은 처마 밑에 숨어 그녀가 이러쿵 저러쿵 욕지거리 하는 소리를 들었다.
“앞으로 거리에 눕든 골목에 쓰러지든 말든 밤에 날 깨우거나 문 잠그라고 하지 마.” <죽여 마땅한 두번째 이유이다>
동문이 말했다.
“여보, 나는 관가에 매인 몸이잖아, 틈 나면 꼭 일찍 돌아올께!”
천번 만번 잘못했다고 비는데도 욕이 끊이지 않는다.
이튿날 경식이 다시 찾아갔다. 등씨가 반갑게 맞아들이며 말했다.
“오빠 놀라지 않았어? 내 꾀가 어땠어?”
경식이 말했다.
“이봐, 그사람은 관가에 매인 사람이니 어쩔 수 없잖아, 참아.”
등씨가 말했다.
“그사람이 날 시중들지 않음 내가 그사람 시중을 들란 말예요? 술 잔뜩 퍼마시고 와선 죽은 사람처럼 옆에 누어 잠드니 지겨워서 보기만 해도 잠이 안와요. 아무튼 오빠하고 의논하는데 그사람 뿌리치고 오빠하고 다른 곳에 가서 살자!” <죽여 마땅한 세번째 이유이다>
경식이 말했다.
“관둬, 이봐, 어떻게 둥지를 버리고 다른 곳으로 간단 말야? 그사람이 우리를 간섭하는 것도 아닌데 함부로 대할 필요 없잖아.”
등씨가 말했다.
“간섭은 어림없는 얘기구요, 난 그저 그사람과 잠자리 함께 하는 걸 게을리 하겠다는 거지.”
그때부터 동문이 아무리 잘하고 위해 줘도 거들떠보지 않고 한술 더떠 고함을 지르고 욕지거리를 하였다.
하루는 경식과 술을 먹는데 애교를 떨며 와락 껴안으며 말했다.
“귀여운 오빠! 나 정말 자기가 좋아, 정말로 자기 따라서 오래오래 즐기고 싶다구. 그런데 칼 맞을 놈 땜에 걸리적거려서. 어떻게 꾀를 내서 그이를 해치우면 깨끗할 텐데.”
하며 경식더러 방법을 생각해보라고 윽박질렀다. 경식도 어리숙한 체하며 떠보았다.
“부인네가 뭘 모르는구먼, 혼자서 어떻게 그사람을 해치운단 말이야?”
그 여자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두 가지 계책을 내며 경식더러 실행에 옮기라고 보챘다.
“오빠, 어려울 거 뭐 있어요, 독약을 사다가 음식에 넣어 독살하면 되잖아요. 그사람은 친척도 없으니까 무슨 송사 같은 일은 없을 거예요. 그것도 아니면 오빠가 강도를 잡아서 그사람 이름을 불게 해서 하옥되면 어떡해서든 죽여버리는 거예요, 함께 깨끗하게 죽여 없애는 거라구요. 돈이 필요하면 내가 돈을 낼 수도 있어요. 그런 다음 난 동가에게서 벗어나 당신과 짝이 되는 거예요. 오빠! 그렇게 해요 네?”
그러나 경식은 속으로 분노가 솟구침을 느끼며 생각하였다.
“어떻게 그의 아내를 간음하고 그를 해치기까지 한단 말인가!”
불쾌한 빛을 띠며 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의롭도다, 의롭도다.>
그런데 이날따라 동문은 아문에 일이 없어 밖에서 술을 거나하게 먹고 일찍 돌아왔다.
등씨가 말했다.
“오빠, 오늘은 아직 오빠하고 놀지도 못했으니까 잠깐 통 속에 숨어 있어요.”
경식이 숨었다. 동문이 취하여 잡다 만 거위처럼 비틀거리며 말했다.
“여보, 저녁 먹었어?”
등씨가 말했다.
“백주 대낮에 밥은 무슨?”
동문이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 내가 당신한테 술 받아다 줄께.”
등씨가 말했다.
“안 먹어요,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욧!”
경식은 통 속에서 숨이 막혀 살짝 쌀통 뚜껑을 머리로 밀었다. 동문이 비록 취한 눈이지만 어느새 보고 말했다.
“거참 이상하다! 어떻게 쌀통 뚜껑이 이렇게 움직이지?”
하며 비틀거리며 다가가 열어보려 하였다. 경식이 듯고 간이 콩알만해졌다. 등씨도 당황해서 소리쳤다.
“눈이 뼜나베! 팔아온 쌀이 가득차서 바구미가 밀어올리는 거라구요, 술 처먹고 취했으면 죽은듯이 자빠져 자요! 여기서 그렇게 괴상한 소리나 지꺼려 날 속썩이지 말고!”
동문도 쌀통을 열어볼 생각을 단념하고 말했다.
“나 갈께, 갈께! 당신 비위를 거스를 순 없지.”
비틀거리며 방으로 들어가더니 <상황 묘사가 화가의 필치이다> 침대에 올라가자마자 우레같이 코를 골았다.
등씨는 얼른 쌀통 뚜껑을 벗기며 말했다.
“오빠, 숨막혀 죽을 뻔했지!”
경식이 말했다.
“얼마나 놀랐던지 죽는 줄 알았어!”
쌀통에서 나오자마자 가려고 하니 등씨가 말했다.
“오빠, 오빠하고 놀지도 못했는데 그냥 가면 어떻해!”
두 사람은 걸상에서 기룡점혈(騎龍點穴) 자세를 취하고, 꼬박 한 시간을 놀았다. 등씨는 살짝 문을 열어 그를 놓아주었다.
“오빠, 내일도 꼭 와야해!”
그러나 경식은 내키지 않았다.
“동문이 아무리 그래도 결발부부이고 고분고분 따르는데, 그까짓 술 두어 잔 마신 걸 가지고 그렇게 그를 박대할 수 있나? 내일은 내 가서 그녀를 잘 타일러서 부부가 화목하게 지내도록 해야지.” <의협심이다>
그래서 늘 그녀를 타이르면 등씨는 이렇게 말했다.
“오빠! 그이도 원래 별로 잘못한 거 없어요, 다만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아.”
하루는 경식이 찾아가니 등씨가 뛸듯이 좋아하며 말했다.
“내가 당신과 그렇게 오랫동안 왕래하면서 밤이 새도록 함께 실컷 자본 적이 없잖아요. 오늘 칼 맞을 놈이 그러는데 그이가 모시고 있는 윗분이 원외로 발령났다고 오경에 임지로 따라가야 한다지 뭐예요. 그래서 내가 밤에는 문 열기 귀찮으니 다른 곳에서 자라 그랬겠죠. 그를 내쫓았으니 우리 둘이 밤새 실컷 놀아봐요!”
두 사람은 술을 받아다가 방안에서 너 한 모금 나 한 모금 기분좋게 마셨다. 불을 켤 때 쯤 되었을 때 동문이 돌아와 문 열라는 소리가 들리니 두 사람은 황급히 술과 안주를 치웠다. 등씨가 문을 열러 나가며 소리쳤다.
“돌아오지 않겠다고 해서 문을 꼭꼭 잠그고 잠이나 실컷 잘렸더니 왜 또 돌아와서 좆같이 부르고 지랄이야!”
동문이 말했다.
“당신 혼자 자면 추울까봐 당신을 뫼시려구 돌아왔어.”
하면서 곧장 안으로 들어왔다. 경식이 소리를 들으며, 지난번 쌀통 속에 숨었다가 숨막혀 죽을 뻔했던 것을 떠올리고 침대 밑에 숨었다.
방으로 들어오니 등씨가 소리소리 질렀다.
“돌아오지 말라고 일렀는데 왜 기를 쓰고 돌아오는 거야! 이제 문은 내가 열었다지만 누가 당신 대신 그 추운 한밤중에 일어나 문을 닫는단 말야?”
동문이 말했다.
“여보, 난 당신을 생각해서야, 집에 돌아오는 건 좋은 일이라구. 밤 공기가 차니까 내가 문을 지둘러 놓고 갈께, 여보 화내지 마!”
등씨가 말했다.
“난 안 일어나!”
그러면서 침대 이불을 끌어당겨 몸을 휘감으며 말했다.
“당신 가서 자, 내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왔다 나갔다 해서 나 얼어 죽이지 말구!”
동문은 그녀의 발치에서 옷을 입은 채 혼자 잘 수밖에 없었는데도 잠이 들었다. 고통스러운 것은 등씨였다, 남자가 있어도 가까이 하지 못해 몸을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궁시렁거리며 <실로 고역이라> 남편에게 화를 냈다. 더욱 고통스러운 사람은 경식이었다. 한 사람은 침대 위에서 한 사람은 침대 밑에서 멀기가 하늘을 격해 있는 것 같았다. 침대 아래는 싸늘해지기 시작해 덜덜덜 떨렸지만, 위에서 눈치챌까봐 꼼짝도 못하고 끽소리도 못했다.
삼경까지 견디다가 등씨는 동문을 발로 두어번 차서 깨웠다.
“날 샜어, 어서 가!”
동문은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 난로에서 불을 가져다가 사기솥에 세숫물을 끓이고 밥을 짓고 반찬을 준비한 다음 세수를 하고 밥을 먹은 뒤 입을 열었다.
“여보, 나 갈께. 당신 먹을 아침밥 내가 다 해놨어, 일 없으니까 좀 늦게 일어나도 돼.”
등씨가 말했다.
“갈테면 빨리 가, 잔소리하지 말고, 자는 사람 잠 다 깨우고 자빠졌네!” <정말 자려는 것은 아니다>
동문은 살며시 방문을 닫고 이어 대문을 지둘르고 나갔다.
경식은 밤새 벌벌 떨다가 겨우 침대 밑에서 기어나오니 등씨가 말했다.
“오빠, 얼어 죽을 뻔했죠, 어서 제 따뜻한 이불로 싸세요!”
경식도 옷을 홀라당 벗고 침대 위로 뛰어 올라갔다. 그때 별안간 바깥에서 문을 밀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경식이 말했다.
“뭘 놓고 갔는지 다시 왔어!”
다시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갔다. 동문은 곧장 문을 열고 들어왔다.
등씨가 물었다.
“누구세요?”
동문이 말했다.
“나야, 당신한테 어깨 씌워주고 옷 덮어주고 휘장 내려놓는 걸 깜박했지 뭐야, 그래서 다시 왔어.”
등씨가 소리질렀다.
“좆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난 도둑인 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 칼맞을 놈!”
동문이 듣고 끽소리 못하고 아까처럼 문을 지둘르고 갔다.
뜻은 두터워 이불이 엷을까 염려하고
정은 깊어 말은 소중하다
누가 알았으랴 어질지 못한 여자
마음은 딴데 가 있는 것을!
한편 경식 쪽에서는 순간 분노가 치밀었다.
“이렇게 악독한 여편네가 있다니! 평소에 남편을 살해하려 해서 내가 몇번이고 안된다고 타일렀건만 아직까지도 뉘우칠 줄 모르다니. 더군다나 얼마나 은애하는 남편이란 말인가? 그런데 여자는 소리치고 욕지거리할 뿐이니 정말 의롭지 못한 음부이다, <중점은 여기에 있다> 그녀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평소 보아두었던 침대 위에 걸려 있는 칼을 손에 쥐고 등씨를 죽이려 하였다. 등씨는 이를 알지 못하고 이불을 젖히며 말했다.
“오빠 빨리 와, 추워 죽겠어요!”
경식은 그녀 말은 들은 척도 않고 칼로 그녀의 목을 그었다. 몇 번 비틀거리다가 쓰러지니 선혈이 낭자하게 흐른다. 가련하게도:
정이 식으니 원처는 정부를 사랑하고
사랑이 영원하리라 말함은 오류이라
남자를 유혹할 줄을 누가 알았으리
몸은 단칼을 맞으니 선혈이 낭자하다
앞에 가는 배가 뒷배의 거울이 된다고 한다면 그녀가 오늘 동문을 박정하게 대함은 훗날 경식을 박정하게 대할 징조이다. 다만 그녀와 왕래를 끊으면 그만일 것을 경식이 용감한 사내였기에 눈앞의 불의를 보고, 평소의 은정을 돌아보지 않고, 여인을 아끼는 정부에서 사람을 죽이고도 눈 하나 깜짝 않는 협객이 되었으니 부인을 칼로 찔러 불의를 제거하는 기개를 펴믈 아끼리오. 이때 경식은 부인이 숨이 끊어짐을 보고도 놀라 당황하거나 뒷걱정 하지도 않고 칼을 침대 옆 문지방 밑에 숨기고 곧장 문을 나왔는데 아무도 본 사람이 없었다.
재수 없는 사람은 백씨 노인이었다. 물을 한 짐 메고 문을 밀고 곧장 안으로 들어섰을 때 인기척이 없었다. 그는 물을 붓고 생각했다.
“동씨댁이 아직 안 일어났나? 불러도 응하지 않았으니 이따가 무슨 물건이라도 없어지면 이 노백이 성실하지 못하다고 할테니 확인하고 가는게 낫겠지!”
몇번이나 불러도 대답이 없어 다시 통 두 개를 멘 채 방문 앞에서 불렀으나 아뭇소리가 없어 <너무 착실해도 손해를 입는도다> 할수없이 물통을 내려놓았다. 방으로 들어가니 부인은 피투성이가 되어 침대 위에 죽어 있음을 보고 혼비백산하였다.
급히 문을 뛰쳐나오며 소리쳤다.
“동씨집에 살인 났어요!”
이웃 사람들이 일제히 달려와 물었다.
“누가 죽인 겁니까?”
백씨가 말했다.
“모릅니다, 난 물 길어 왔다가 불러도 대답이 없길래 보니까 글쎄 벌써 죽어 있었습니다!”
뭇 사람들이 말했다.
“그럴 리가 있나! 틀림없이 당신이 죽인 게야!”
백씨가 말했다.
“내가 그녀와 무슨 원수가 졌다고 그럽니까!”
사람들은 백씨를 붙잡아 두는 한편 동문을 부르러 갔다.
동문이 말했다.
“내가 오경에 나갔는데 누가 와서 그녀를 죽였단 말입니까? 이건 당신이 물 길어 들어왔다가 그녀가 혼자 있는 걸 알고서 강간하려 했거나 도둑질하려 한게 틀림없어, 그래서 사람을 죽였지?”
일제히 백씨를 에워싸고 말했다.
“그말이 일리가 있어, 일리가 있어! 관가로 끌고 가서 처리합시다.”
곧장 남성어사 아문으로 갔다. 소장을 올리고 이름 호명을 있은 뒤 섬돌 위에 꿇어 앉아 심리를 기다렸다.
어사가 말했다.
“원고는 동문이니 동문을 들라 하라! 너는 무슨 말을 하려느냐?”
동문이 말했다.
“소인은 호부 절강사 우나으리 아전이온데 집에는 부부 단 두 식구로 다른 사람이 없습니다. 오늘 새벽 오경에 우나으리를 모시고 임지에 갔었고, 소인의 아내 등씨는 침대에서 자고 있었습니다. 아침 때 별안간 소인의 물 길어주는 백대가 우리집에 물을 길어 와서는 이웃사람들에게 소인의 처가 피살됐다고 소리치더랍니다. 사람들 말로는 소인이 간 후에 집에 사람이 없고 백씨 뿐이었답니다. 이는 분명 백대가 소인의 처가 혼자 있는 것을 알고 문득 불량한 마음을 품은 것이 틀림없으나 어떻게 죽였는지는 알지 못하니 청천 하늘처럼 밝으신 나으리께서 살펴주십시오!”
어사는 곧 가까운 이웃을 불러 물었다.
“동문은 사람됨이 포악하냐? 부부가 평소에 화목하더냐?”
모든 사람들이 대답했다.
“동문은 지극히 분수를 아는 사람으로 부부가 무척 화목했습니다.”
어사가 다시 물었다.
“그의 처가 평소에 다른 사람과 정을 통한 일이 있더냐? 그의 집을 자주 드나드는 사람은 없었더냐?” <질문이 모두 훌륭하도다>
사람들이 대답했다.
“없었습니다.”
어사가 말했다.
“얼굴이 예쁘더냐?”
사람들이 말했다.
“지극히 예쁘더이다.”
어사가 소리쳤다.
“데려가라, 내가 직접 검시하겠노라!”
아닌게 아니라 교자를 타고 모든 사람들이 뒤를 따라 성 아래 가서 보니 과연 부인이 예쁘게 생겼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은 이불로 덮여 있었다. 상반신을 젖히니 목 밑에 칼자국이 보였다.
어사가 박대를 불렀다.
“너는 물을 어디에 길어다 놓느냐?”
백대가 대답했다.
“부엌 앞에 길어다 놓았사옵니다.”
어사는 아문으로 데려가 심리하도록 하였다.
아문에 이르자마자 동문을 불렀다.
“너는 등씨와 다투어 그녀를 살해하고 다른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는 것은 아니냐?”
동문이 대답했다.
“나으리! 소인은 처에게는 평소 욕 한마디도 못하는데 <공처가임을 인명 사건을 취조할 때 드러내도다> 어찌 감히 그녀를 죽이겠습니까? 정말이지 소인이 문을 나설 때만 해도 침대에서 잘 자고 있었는데 어떻게 금새 그녀를 살해했단 말입니까? 나으리 불쌍히 여기소서!”
어사가 말했다.
“네가 나갈 때 네가 문을 잠갔느냐 부인이 문을 잠갔느냐?”
동문이 대답했다.
“소인이 문을 지둘러 놓았습니다, 밀고 들어갈 수 있습지요.”
어사가 백대를 불렀다.
“네가 물 길어 갔을 때 문이 열렸더냐 닫혔더냐?”
백대가 대답했다.
“닫혀 있었습니다.”
어사가 말했다.
“네가 부엌으로 길어 갔을 때 방안에 사람이 살해당한 줄을 어찌 알았느냐?”
백대가 대답했다.
“소인이 여러번 불러도 대답이 없어서 가려다가 물건이라도 없어지면 소인을 의심할까 두려워 방문 앞에 이르러 사람을 찾아 문을 잠그라고 그럴려고 했는데 사람이 벌써 죽어 있었습니다. 소인이 어찌 감히 흉악한 짓을 하겠습니까!”
어사가 “흥!”하고 소리치며 말했다.
“허튼 소리! 집에 사람이 있건 없건 너와 무슨 상관이길래 너더러 찾으란 말이냐? 이는 분명 네가 평소 그녀의 미모를 탐하고 있다가 그날 그녀가 일어나지 않고 또 집에 아무도 없는 것을 틈 타 겁탈하려다 부인이 반항하니까 살해하게 된 것 아니더냐, 그런데도 교묘한 말로 잡아떼니, (저놈의) 주리를 틀도록 하여라!”
처음에 백씨는 불지 않았으나 연거푸 두 차례나 주리를 트니 허위자백할 수밖에 없었다.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쳐 살인하기에 이르렀도다.”하고 “강간살인”죄로 형부로 송치했다. 서사로 보내 진술하니 전과 같았다. 그에게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추궁하자 자기집에 있던 부엌칼로 죽였다고 해 가져다가 증거물로 채택하였다. 조서를 작성하니, 하였으되,
백대는 물을 파는 용인으로 여색을 탐하여 동문이 외출한 틈에 등씨가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을 엿보고 겁탈하려다 뜻을 이루지 못하자 흉악한 마음이 갑자기 일어나 젊은 여자로 하여금 백대의 칼을 맞게 하였다. 이웃을 놀라게 하고 죄를 전가하려 했으나 어찌 가능하겠는가? 한번 죽음으로 열녀에게 사죄함을 피할 수 없도다. 강간살인하였으니 어찌 사형을 면하랴! 옥에 가두고 처결을 기다립니다.
상부에 올려 주청하니 이내 성지를 받들어 처결하게 되었다. 감참관을 임명하고 범죄사유패를 써서 감옥에서 백씨를 끌어내 칭칭 얽어 매어 우르르 형장으로 압송하니 온 거리가 떠들썩하였다. 등씨가 정절을 지키다가 목숨을 잃은 것을 칭송하는 사람도 있었고 백대가 여색을 탐하다가 목숨을 잃게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로 분분하였다. 백대의 아내는 (형장을 따라가며) 내내 백대에게 말했다.
“당신은 집에서도 잘 안하면서 과분하게 남의 여자를 탐하려다가 이런 변을 당한단 말입니까!” <처까지도 이해해 주지 않으니 백씨에겐 또 하나의 억울함이라> 백대는 그저 눈물만 흘릴 뿐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경식만은 이날 백씨를 처형한다는 소식을 듣고 속으로 격분하였다.
“오늘 형장의 백대는 분명 이 경식의 대신이다. 우리 사나이 대장부로서 어찌 자기가 사람을 죽이고 다른 사람으로 목숨을 갚게 할 수 있단 말인가? 하물며 그날 일시적인 의분으로 부인을 죽인 것은 나인데 오늘 이 백씨를 처형함은 또 나를 대신하는 것이다. 나 한 사람 때문에 두 사람을 죽이는 구나. 오늘 이승에서는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저승에서는 용서받지 못하리라! 사나이 대장부 어찌 한낫 머리를 아껴 목을 움추리는 떳떳치 못한 일을 한단 말인가?” <의협의 성격이오 의협의 말이라>
하면서 형장으로 달려갔다. 마침 백씨가 압송되어 와 두 망나니가 붙잡고서 시각이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위는 병사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경식은 군중의 등 뒤로부터 다짜고짜 “억울하다”고 소리쳤다.
그러자 감참관이 잡아오라 하여 물으니 그가 대답했다.
“소인은 경식으로 전부터 동문의 처와 간통했사온데 그날 그녀의 집에 숨어 있다가 동문이 지극히 부인을 사랑함에도 등씨가 함부로 능욕하는 것을 보고 소인은 그녀의 불의에 격분하여 칼로 찔러 죽였습니다. 그 칼은 지금 동문의 방안에 침대 옆 문지방 밑에 숨겨 놓았습니다. 소인이 사람을 죽였으니 소인은 원컨대 죄를 자인하고 형을 받겠습니다. 소인이 스스로 목숨을 대신하겠습니다. 나으리께서는 백대를 풀어주십시오.”
감참관이 말했다.
“그것이 틀림없는 사실이라도 성지를 기다려 가부를 결정할 일이다.”
두 사람을 모두 재심 때까지 사형 집행을 연기하였다. 그날은 형장을 파하고 조서를 받은 다음 장계를 올렸다.
시시비비는 바꿔 논하지 않느니
형옥을 맡은 관리 억울함이 없다 함을 비웃으리
기꺼이 한번 죽어 여인의 목숨을 값흐리니
어찌 무고한 사람을 구원에서 흐느끼게 하리오.
이때 영락황제는 나라 다스리기에 힘써 장계에 이렇게 비답하였다.
“백대는 살인한 사실이 없으니 석방하고, 경식은 의롭지 못한 한 사람을 죽였으나 무고한 한 사람을 구했으니 또한 죽음을 사면하며, 맨처음 옥사를 심리한 관리는 제대로 살피지 못했으니 파면하라.” <성주의 역할이라>
그제서야 온 서울이 다 알게 되었다. 즉 백대는 성실한 사람으로 억울하게 옥사에 연루되었고 등씨는 형편없는 음부로서 죽어 마땅하며, 경식은 사나이 대장부라는 사실을 말이다. 만약 경식이 자수하지 않았다면 백대는 강간살인했다는 누명을 쓰고 아내조차 그를 믿지 않았을 것이고, 반면 등씨는 남편이 그녀의 정절을 믿을 뿐 아니라 온 서울 사람이 그녀의 정절을 믿었을 것이다. 다만 경식은 황제의 성은을 입어 죽음을 면했고 또 자신은 아내를 얻은 적이 없어 이렇게 말하였다.
“오늘날 나와 백씨의 일로 보건대 세상의 옳고 그름이 정해지지 않음이 이와 같을 따름이오, 인생의 삶과 죽음의 무상함도 이와 같을 따름이다. 이제 하루를 더 삶은 다 성은으로 내게 하루를 더 준 덕분일 것이니, 어찌 시비와 생사의 터에서 덧없이 보낼 것인가?”
하고는 머리를 깎고 중이 되었다. <망망 고해 깨달으면 극락인 것을> 그동안 모아두었던 재산이 백여 금 되었는데 절반을 동문에게 주어 새장가 들게 하고, 절반은 백대에게 주어 그간 곤욕을 치룬 것을 사죄하였다. 서산에서 출가하여 법명을 지과라 하였다.
그때 경성에는 풍류를 아는 환관들은 그에게 옷을 보내기도 하고, 양식을 도와주기도 하고, 정사를 지어주시도 하여, 그는 서산에서 삼년 동안 머물렀다. 나중에 말하길, “서울이 가까와 남의 공양을 받으니 수행자가 아니다.” 라며 오대산으로 들어갔다. 투박한 옷과 거친 음식으로 조석으로 념불하였다. 사람들과 불법을 이야기하며 깨다를 수 있었다. 여든 두 살에 갑자기 모든 절의 승려들과 헤어져 선상에 가부좌한 채 게를 읊었다.
평생 내게 수도를 물어 본다면
언제나 곧은 배짱이라 하리
무구한 영명을 닦으면
일찌기 서방정토에 들리라
말을 마친 후 합장하고 서거하니 이미 정과를 이루었다. 이르길,
검은 의롭지 못한 마음을 벌하니 얼마나 곧으며
재물은 은인에게 주니 욕심은 절로 가볍다
칼을 버리고 깨달음을 얻으니
어찌 굳이 념불하며 살지 않음을 생각하랴.
우후가 말했다.
“집의 닭을 버리고 들오리를 부러워하니 음부가 그러하다. 어떻게 경식 같은 사람을 얻어 불의를 저지르는 부녀를 다 없애리오, 음풍이 조금이나마 수그러 들기를 바라노라.”
소서(小敍)
사내와 환관은 경솔하고 거칠으니 대게 그들 가운데는 큰 학문이 없어 조금 사랑에 빠지면 다른 길로 빠지기 쉽다. 만약 경식이 애욕을 끊지 못했다면 애욕이 날로 깊어지고 몸은 감정에 휘둘려 음란을 베는 칼이 음란에 의해 쓰이지 않을 줄 어찌 알았으리오? 사람은 애욕을 끊진 못하나 반드시 벰은 인(忍)이요, 하옥되기 전에 자인하지 않고 하옥된 뒤에 자수한 것은 역시 비겁(怯)이다. 아! 어찌하여 그렇게 죄인은 끊이지 않는가.
박재연 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