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운동은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코로나19도 멈추지 못한 홍콩의 시위

코로나19는 세계의 거의 모든 것을 멈춰놓았지만 홍콩의 시위는 계속되었다. 바이러스가 동아시아에서 가장 심각했던 시기에는 잠시 소강상태가 있었지만 상황이 안정되자 산발적으로 시위는 이어졌다. 심지어 홍콩인들은 코로나19의 격리기간 동안 오프라인에서 시위를 할 수 없게 되자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있었던 온라인 게임인 <동물의 숲>에서 게임 속 시위를 벌여 중국이 대륙 내에서 게임 판매를 중지하는 일이 벌어지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중국과 홍콩 정부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시위의 소강 국면에서 운동의 핵심인사들, 특히 노동운동을 이끌던 핵심인사들에 대한 탄압이 이어졌다. 2월 28일에도 불법 시위를 주동했다는 이유로 주요 민주 인사들에 대한 체포가 있었고 4월 18일에는 좌파정당인 사회민주연선의 핵심 리더인 장발 아저씨로 유명한 룅궉훙(梁國雄)과 홍콩 노동운동과 시민운동의 대부인 리척얀(李卓人) 등 14명의 민주파 인사들에 대한 연행이 있었다.

코로나19 국면이 비교적 안정기에 접어들고 확진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되자 5월 10일에는 홍콩 각지의 대형 쇼핑몰 등에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플래시몹이나 산발적인 시위들이 벌어졌고 경찰은 다시 폭력적으로 이들을 진압해 100명 넘는 시민들이 체포되는 일도 있었다. 게다가 21일 중국 당국이 우리로 치면 의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직접 홍콩의 국가보안법을 통과시키겠다는 것이 알려지자 긴장은 최고조로 달해있는 상황이다.

홍콩 국가보안법은 무엇을 노리는가?

홍콩에서 국가보안법의 입법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3년에 홍콩 정부가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했으나 홍콩 시민들은 50만 명이 넘는 대규모 가두시위로 이를 막아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홍콩 정부와 입법회가 제정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중국 대륙에서 법이 제정되어 다시 홍콩에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홍콩 시민들이 2003년과는 달리 직접 이를 막아낼 수 없기에 한편에서는 절망감을 또 한편에서는 강한 분노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정될 홍콩 국가보안법의 핵심 내용은 무엇인가? 법률 초안에는 “홍콩 내의 국가 분열, 정권 전복, 테러 활동, 해외 및 외부 세력이 홍콩 문제에 간섭하는 활동을 금지하고 처벌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중국 당국은 미국을 비롯한 서구 세력이 지속적으로 홍콩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막고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이 법을 제정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그렇게만 생각하는 이는 별로 없다. 작년에 문제가 되었던 “범죄인 송환법”은 범죄인 인도를 핑계로 홍콩에 거주하는 반체제 인사나 민주운동가들을 탄압하고 언론의 자유를 억압할 것이라고 봤기 때문에 홍콩 역사상 가장 큰 시위를 이끌어내었고 결국 폐기되었다. 이번 국가보안법은 그보다 더 포괄적인 억압과 통제를 가능케 하는 법안이기에 작년 못지않은 대규모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게다가 홍콩과 마주하고 있는 광동 지역에서 지난 몇 년 간 벌어졌던 노동NGO들에 대한 대규모 탄압을 떠올리면 이 법이 노리는 바가 무엇인지는 확실하다. 2015년 12월 중국 공안 당국은 판위(番禺) 노동자 센터의 책임자인 쩡페이양(曾飛洋)과 상근자인 주샤오메이(朱小梅), 포샨 난페이옌(南飛雁)의 사회복지서비스 센터 책임자인 허샤오보(何曉波), 그리고 노동인권활동가인 펑자용(彭家勇), 멍한(孟晗), 탕젠(湯建) 등 25명의 활동가들을 연행하고 4개의 노동운동 단체를 침탈했다. 이들을 잡아간 이유가 바로 해외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각종 파업을 유도하고 국내 안전에 커다란 해를 끼치고 사회불안을 조장했다는 것이었다. 2018년 비록 소규모지만 중국의 노학연대가 새롭게 형성되었던 제이식(Jasic Technology, 佳士科技股份有限公司) 투쟁에 대한 탄압도 마찬가지의 이유로 자행되었다. 특히 해외로부터의 지원이나 간섭을 계속해서 문제삼는 것은 어떠한 글로벌 연대의 활동도 탄압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륙에서의 일련의 이런 탄압을 고려한다면, 홍콩의 국가보안법은 친미 세력들뿐만 아니라 좌파 활동가들에게도 겨눠질 수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

광동 지역의 운동과 홍콩의 운동은 만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렇게 탄압받고 있는 중국 대륙, 특히 광동지역의 노동운동과 홍콩의 좌파 운동은 이 억압에 맞서서 연대할 수 있을까? 일단, 현재 광동 지역의 노동운동 단체들은 혹독한 겨울을 지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위에 언급했던 2015년 겨울부터 거의 모든 노동NGO의 활동에 큰 제약을 가하기 시작했다. 당시 당과 정부가 걸었던 죄목이 해외에서 자금을 지원받았다는 것이고 그게 바로 홍콩의 노동운동 지원 단체들이었다. 홍콩의 단체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많은 NGO들이 문을 닫게 될 정도로 강력한 탄압이 이어졌고 작년의 제이식 투쟁에서는 그와 직접 연관이 없는 단체와 활동가들, 예를 들어 선전의 노동운동 지원단체인 춘평(春風)을 이끄는 장즈루(張治儒)까지도 다 연결시켜 탄압하고 연행했다. 현재 노동자들의 저항이나 파업은 계속해서 산발적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아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노동운동 단체들의 활동이 가장 활발했던 2015년 하반기에 피크를 이뤘다가 그해 12월 노동NGO들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 이후 많이 줄어들었다. 이미 위축된 단체들의 활동과 국제연대의 상황으로 볼 때 이 침체는 일정 기간 지속될 확률이 높다. 위 언급된 노동NGO들의 활동을 담은 다큐멘터리인 <흉년지반>(凶年之畔: We the workers)를 연출한 황원하이 감독은 활동가들에게 “중국 노동운동의 영광스럽고 성공적인 시기는 이미 끝났다”는 비관적인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2011-2018년 중국의 파업 발생 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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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China Labour Bulletin. Strike map. 2019. Burak Gürel, Mina Kozluca.(2019: 211)에서 재인용

한편, 중국의 노동자들의 경우, 반(反)정부와 반(反)공산당의 정서는 비교적 약하다. 비인간적인 처우를 일삼는 해당 기업과 그것을 눈감아주는 지방정부들에는 큰 반감을 가지고 행동하지만, 베이징의 당 최고 지도부나 당 자체에 대해서는 생각이 좀 다르다. 오히려 위에 강력한 권력이 있어야 아래의 지방정부나 기업에 대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에 더해 민족주의나 애국주의의 정서를 여전히 강하게 가지고 있기에 홍콩에서의 시위에 그다지 동조하는 정서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마찬가지로 현재 홍콩의 시위는 노동운동가들이나 좌파 활동가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들도 열심히 목소리를 내고 영역을 넓혀가고 있으나 현재 국면의 다수 세력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도리어 젊은 세대의 학생들의 반중감정이 시위의 큰 동력이 되고 있기도 하다. 그렇기에 중국 광동의 노동자들과 홍콩의 노동자들이 어떤 큰 연대의식을 가지고 현재의 국면에서 함께 어깨를 걸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절망과 비관을 넘어 연대의 끈을 이어가야

물론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 두 지역의 연대의 흐름은 분명히 존재한다. 1925-26년 막 태동한 중국 공산당의 지도 하에 광저우와 홍콩의 노동자들은 제국주의에 맞서 함께 파업을 벌이고 투쟁했으며, 1967년 대륙에서 문화대혁명이 한창일 때 홍콩에서 크게 벌어졌던 반(反)영국시위도 문혁의 큰 자장 속에서 중국 공산당과 홍콩의 노동자들이 연결되어 반제국주의 운동을 벌였던 적이 있으며, 1989년 천안문 항쟁 당시에도 대륙의 운동에 가장 크게 연대했던 곳이 바로 홍콩이었다. 그리고 21세기 신자유주의 시대의 중국에서 가장 의미있는 사회적 투쟁을 이끌어낸 것은 바로 홍콩과 광동 지역의 여러 활동가들의 연대였고, 그를 통해 조금씩이나마 진전되었던 노동운동과 노동자들의 권리 찾기, 처우 개선, 기층에서의 민주주의의 회복 등에 중국의 진보적인 미래가 있음은 분명하다.

홍콩에서도 모든 것이 절망적인 것만은 아니다. 대규모 시위 국면에서, 그리고 국가보안법 입법 전후로 홍콩인들 사이에서 반중의 정서는 더욱더 강해지겠지만, 작년 시위 국면에서 노동조합의 성장 등도 나타났다. 사회민주연선(社會民主連線: 사회민주연대전선), 공당(工黨: 노동당), 등 노동운동 기반의 좌파 성향의 정치집단들이 작년 11월 치러진 지역 의회 선거에서 의미있는 약진을 했으며, 이와 연결된 민주노조인 홍콩직공맹(香港職工會聯盟)도 계속해서 활발한 가입활동을 벌이는 동시에 주요 국면에서 파업 등의 정치행동을 조직하고 있다. 이들의 분투가 더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지지하고 연대해야 한다.

<변혁정치> 107호

표지사진 REU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