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애승람》 후서(後序)

나는 어려서 《이역지(異域誌)》를 보고 드넓은 천하 강역(疆域)과 다른 풍속, 아름답고 추한 인물, 각종 사물의 출산지를 알고 놀랍고 기쁘고 사랑스럽고 경악스러워서 여전히 그것이 호사가가 쓴 것이라고 의심하며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마환과 곽숭례(郭崇禮: ?~?)가 여러 번국을 경험한 사실에 대해 기록한 것을 보고 비로소 《이역지》에 실린 적이 정말 거짓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곽숭례는 항주(杭州) 인화(仁和) 사람이고 마환은 월주(越州) 회계(會稽) 사람인데 모두 서역 천방국의 종교(=회교)를 믿는, 참으로 출중한 인사들이다.

余少時觀異域誌, 而知天下輿圖之廣, 風俗之殊, 人物之妍媸, 物類之出產, 可驚可喜, 可愛可愕, 尙疑好事者之爲, 而竊意其無是理也. 今觀馬君宗道郭君崇禮所記歷經諸番之事實, 始有以見夫異域誌之所載信不誣矣. 崇禮乃杭之仁和人, 宗道乃越之會稽人, 皆西域天方敎, 實奇邁之士也.

옛날 태종(太宗) 황제께서 칙령을 내리시어 태감 정화에게 보선을 통솔하고 서양의 여러 번국에 가서 조서를 낭독하고 노고를 치하하는 상을 내리게 하시니, 두 사람이 번국의 말을 잘 알기 때문에 이 일에 선발되어 세 차례나 행차를 따라가 만 리 이역을 돌아다녔다. 민(閩, 福建) 땅의 오호문(五虎門)에서 출발하여 먼저 참파 왕국에 들어가고 자바 왕국과 섬라 왕국을 거쳐서 다시 팔렘방 왕국과 아루 왕국, 수마트라 왕국, 람브리 왕국, 코친 왕국을 들렀으며 지극히 먼 곳으로 아덴 왕국과 메카 왕국까지 모두 스무 개가 넘는 왕국을 다녀왔다. 각 나라에서 머문 것이 하루에 그치지 않았으며 강역이 넓은 나라를 기록하여 원근을 구별했고, 풍속이 다른 것을 기록하여 잘잘못을 구별했으며, 인물의 미추를 기록하여 아름답고 추악한 것을 구별했으며, 토지에서 나는 것을 기록하여 경중을 구별했다. 그것들을 모두 글로 기록하고 나자 책으로 엮었으니 그 마음 씀씀이도 부지런했다.

昔太宗皇帝勅令太監鄭和統率寶船, 往西洋諸番開讀賞勞, 而二君善通譯番語, 遂膺斯選, 三隨軿軺, 跋涉萬里, 自閩之五虎發迹, 首入占城, 次爪哇暹羅, 又次舊港啞魯蘇門南浡錫蘭柯枝, 極而遠造夫阿丹天方, 凡二十餘國. 每國寄往非一日, 於輿圖之廣者, 紀之以別遠近, 風俗之殊者, 紀之以別得失, 與夫人物之妍媸者, 紀之以別美惡, 土地之出產者, 紀之以別重輕, 皆錄之於筆, 畢而成帙, 其用心亦勤矣.

두 사람은 일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오자 항상 (이 기록을) 꺼내어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모두들 이역의 일을 알고 또 성조(聖朝) 위엄과 은덕이 이처럼 멀리까지 미쳤음을 알 수 있게 하려고 했다. 곽숭례는 그래도 사람들이 모두 알게 해 줄 수 없음을 염려하여 책을 간행하여 널리 전하려 하면서 자신의 벗 육정용(陸廷用: ?~?)을 통해 나에게 서문을 써 달라고 하니, 그 개략적인 내용을 뒤에 기록하는 바이다.

二君旣事竣歸鄉里, 恆出以示人, 使人皆得以知異域之事, 亦有以見聖朝威德之所及若是其遠也. 崇禮尙慮不能使人之盡知, 鋟梓以廣其傳, 因其友陸廷用徵序於余, 遂錄其梗概於後云.

이 해에 감찰어사 고박(古朴) 극홍(劇弘) 씀

是歲監察御史古朴劇弘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