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게나 세상의 존재들에게 떳떳하지 못한 일이나 행동을 함으로써 사람이 거리끼어 볼 낯이 없거나 매우 떳떳하지 못한 상태를 지칭하는 글자가 바로 愧(부끄러울 괴)이다. 이것은 기존의 글자에서 필요한 형태(形)와 소리(聲)를 적절히 결합하여 새로운 뜻을 만들어내는 형성자(形聲字)에 해당한다. 愧는 사람의 심장, 혹은 마음을 나타내는 心과 죽은 사람의 모양을 본떠서 만든 鬼가 결합하여 만들어졌다.
心은 사람의 마음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던 심장의 모양을 본떠서 만든 상형자(象形字)다. 사람의 몸 안에 있는 심장은 오행의 중앙에 속하는 土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중앙을 이루는 장기에 마음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했으니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중요하게 여겨졌는가를 알 수 있다. 중앙을 이루는 심장이 아프거나 혼란스러워지면 다른 모든 기관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정상적으로 보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것에 깃들어 있다고 생각되는 마음 역시 모든 것을 지배하고 총괄하는 것이어서 언제나 선량하면서도 공정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떳떳하지 못해서 얼굴을 들 수 없는 상태를 나타내는 부끄러움을 뜻하는 글자에 마음을 나타내는 忄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데, 여기에 별로 좋지 않은 뜻을 가지고 있는 鬼가 결합되어 있는 것은 흥미롭다. 鬼라는 글자는 몸은 사람의 모양인데, 머리는 크고 험상궂은 데다가 뿔이 나 있는 존재를 형상화해서 나타낸 글자이다. 이것은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데, 옛 성인들은 그 모습을 볼 수 있었으므로 이것을 모양으로 나타낸 것이 바로 머리가 크고, 뿔이 나 있는 이상한 모양의 얼굴 형태로 보여주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런 형상을 한 가면을 쓰고 신에게 제사를 지냈는데, 여기에서 鬼라는 글자가 유래되었다.
이 글자의 맨 위에 있는 丶(점 주)는 귀신의 머리 위에 튀어나와 있는 뿔을 나타내고, 바로 아래에 있는 田(번개 전, 밭 전)은 커다란 머리 모양을 의미하는 것이 이런 모양으로 변했다. 글자의 아래 왼쪽 부분을 이루고 있는 儿(사람 인)은 사람의 몸을 나타낸다. 그리고 아래 오른쪽에 있는 厶(사사로울 사)는 팔을 앞으로 당겨서 무엇이나 자기 것으로 하려는 모양을 나타낸 글자다. 원래의 鬼에는 厶가 없었으나 사람들에게 해를 끼친다는 뜻을 강조하기 위해 이것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옛날에는 모든 사람은 죽으면 흙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였고, 흙으로 돌아간 사람의 정신이 鬼로 된다고 믿었다. 鬼는 음기가 가득한 존재로 괴이한 형상을 하고 있으면서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것으로 생각했다. 鬼는 머리는 크고, 몸은 작은 괴이한 모습인 데다가 무엇이나 자기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살아있는 사람의 삶에 좋지 않거나 아주 나쁜 영향을 미치는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떳떳하지 못한 일이나 행동을 하여 양심의 거리낌을 가진 상태를 지칭하여 愧라고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은 언제나 맑고 안정되어 있어야 떳떳하게 일을 처리하고 올바른 행동을 하는데, 그것이 鬼처럼 되어 있는 상태가 바로 부끄러운 상태로 된다는 것이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어야 하며, 땅을 내려다보아 사람에게 부끄러움이 없어(仰不愧於天, 俯不愧於人)야 하는 것이 지식인(君子)의 가장 큰 즐거움이면서 최고의 덕목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우리 모두는 이런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개인적인 집착이나 욕심 때문에 스스로는 부끄러우면서도 그것을 내려놓지 못해 무엇인가에 매달리는 사람이 있다면 한시라도 빨리 그 자리에서 내려올 것이며, 지식인이라는 이름을 버리거나 내려놓는 것이 합당하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