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의 멋진 말 8
유비의 멋진 말 여덟 번째는 잘 알려진 일화에서 뽑았다. 진정인지 교활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예전에는 일종의 교활한 일면으로 보았지만 지금은 조직과 부하를 사랑하는 진정이 아니었나 싶다.
“이 얘 때문에 장수 하나 잃을 뻔했구먼!”(제42회)
적벽대전의 전초전이랄 수 있는 당양 전투에서 조조군이 유비군을 덮칠 때 일어난 일이다. 당양 전투에서는 두 장수의 활약이 컸다. 곧 장비와 조자룡이다. 이중 유비의 두 부인과 아들 아두를 호송하기로 임무를 맡은 조자룡, 미부인은 우물에 빠져 자결하고 아두를 가슴에 띠로 묶고 창을 휘두르며 조조의 백만 대군을 휘젓고 나왔다. 우리말 속담에도 “조자룡 헌 창 쓰듯”이란 말이 있는데 일을 능숙하게 처리한다는 뜻으로 여기에서 유래했다.
조자룡이 유비에게 와 보고를 하다 보니 그동안 울어대던 아두가 조용했다. 순간 조자룡이 큰일이나 난 줄 알고 황급히 아두의 포대기를 열어본다.
그리하여 포대기를 풀어서 보니 원래 아두가 한참 자고 있었다. 조자룡이 기뻐하며 말했다. “다행이 공자께서 무탈하십니다.” 두 손으로 아두를 유비에게 건넸다. 유비가 건네받고는 땅에 내던지며 말했다. “이 얘 때문에 장수 하나 잃을 뻔했구먼!” 조자룡이 황급히 땅바닥에서 아두를 안아올리며 울며 말했다. “저의 간과 뇌가 진흙에 짓이겨져도 주공의 은혜는 보답할 길이 없겠습니다!”
遂解視之. 原來阿斗正睡著未醒. 雲喜曰: “幸得公子無恙!” 雙手遞與玄德. 玄德接過, 擲之於地曰: “爲汝這孺子, 幾損我一員大將!” 趙雲忙向地下抱起阿斗, 泣拜曰: “雲雖肝腦塗地, 不能報也!”
적진에서 피칠갑을 하고 아두를 안고온 조자룡에게 다른 말이 필요 없었다.
“이 얘 때문에 장수 하나 잃을 뻔했구먼!”(爲汝這孺子, 幾損我一員大將!)
소설에서는 마치 아두를 땅에 내던진 것으로 나오지만, 드라마에서는 조자룡 쪽으로 내던지는 것으로 나와 조자룡이 받아낸다.
유비가 한 마디 말로 장수의 마음을 샀으니, 오늘날의 각도에서 보면 일종의 연기가 아니겠느냐는 의구심이 든다.
그러나 유비가 부하 장수를 극진히 사랑하고 제몸처럼 여긴 사례는 종종 있다. 1) 서주에서 장비가 성을 빼앗꼈을 때도 “형제는 몸과 같고 처자는 옷과 같다”며 장비를 용서해주었다. 2) 당양 전투가 일어날 때 위급해지니까 두 부인과 아두를 버리고 달아났다. 3) 관우의 죽음에 복수하기 위해 제위에 오른 두 달 후 많은 사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촉의 전군을 동원하여 동오를 치러 갔다.
이렇게 보면 유비란 사람은 조직을 사랑하고 부하나 동료를 자신처럼 아끼고 돌보았나보다. 조자룡이 다시 한번 충성을 다짐하는 걸 보면 그의 눈에도 진심으로 보였으니까.
그러나 부하를 아끼더라도 굳이 아이를 땅바닥에 내던지면서까지 그럴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도 생긴다. 이것은 일종의 소설 기법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처자보다 조직을 사랑하는 유비의 일면을 강조하기 위해 극단적인 비유를 동원한 것이다. 고대의 효자나 열녀 이야기에서, 집안에 식량이 떨어지자 늙은 부모를 살리기 위해 아이를 땅에 파묻는다거나, 집안에 불이 나자 제 아이보다는 시댁 아이를 먼저 구한다는 사례도 이와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