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의 삼국지 강의-유비의 멋진 말 3

유비의 멋진 말 3

내가 유비를 좋아하는 것은 부단한 자기 노력 때문이다. 예컨대 잘 알려진 “허벅지의 탄식”(髀肉之歎)이 그러하다.(제34회)

조조가 원소와 그 일당을 추격하던 200~207년은 형주에 있던 유비로서는 인생에서 가장 편안한 시절이었다.
한번은 유표와 술을 마시다가 측간에 다녀오는데, 허벅지에 살이 잔뜩 붙어 있는 걸 보고 저도모르게 눈물을 줄줄 흘렸다. 유표가 유비의 눈물 맺힌 얼굴을 보고 괴이하게 여겨 물었다. 이에 유비가 길게 탄식하며 대답하였다.

“저는 이전에 안장을 떠난 적이 없어(항상 말을 타서) 허벅지에 살이 붙을 여가가 없었습니다. 지금은 오랫동안 말을 안 타서 대퇴골에 살이 잔뜩 붙었습니다. 세월만 헛되이 보내고 늙음도 장차 다가오는데 공업을 이루지 못했기에 슬퍼서 그럽니다.”

유비는 그동안 여기저기를 전전하며 흙먼지를 마셔왔다. 차례로 유요, 공손찬, 도겸, 여포, 조조, 원소 아래를 거쳐 이제 유표 아래 있는 것이다. 그냥 큰 회사에서 월급 받으면 살면 될 것인데 그러하지 않았다. 자신이 사업을 차리려고 하였다. 스스로 차리려는 사람은 분발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들 아두도 낳고 편히 지내고 있으니 이러한 안일이 습관이 될까 두려웠다.

풍찬노숙, 즐풍목우를 잊어버린다면 매달 받게될 연금이 얼마일지 헤아리며 하루하루를 도일하게 될 것이다. 세상은 어지럽고 한실을 부흥시켜야 한다는 스스로 진 임무가 있는데, 그 임무를 저버리게 될 것이다. 남들은 꿀벅지라 좋아하지만 유비는 거기에서 자신의 나태와 안일을 보았다. 동시대 조조의 아들 조식(曹植)도 “열사는 비장한 마음이 가득하고, 소인은 스스로 안일을 탐한다”(烈士多悲心, 小人偸自閑.)고 했다. 해야할 일이 있는 자는 안일을 탐할 수 없다. 유비는 그런 자였다. 부단히 자신을 면려하고 자기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그런 자였다.

“세월만 헛되이 보내고 늙음도 장차 다가오는데 공업을 이루지 못했기에 슬퍼서 그럽니다.”
유비를 이처럼 잘 그려낸 말도 없을 것이다. 지극히 상식적이고 지극히 평범하지만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 나는 그러한 유비가 마음에 들었다. 신념도 상식도 없이 휩쓸려다니는 부박한 정치가가 많은 오늘날에서는 특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