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에 이상이 생겨 말과 행동이 보통 사람과 다르게 된 상태로 미친 것을 지칭하는 狂의 어원은 아주 흥미롭다. 원래 뜻은 ‘미쳐 날뛰는 개’라는 의미를 가졌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 중에 정신이 이상해진 상태를 지칭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개념이 확장되었다. 이 글자는 개를 나타내는 犬(개 견)과 풀과 나무가 제멋대로 무성하게 나서 자라는 것을 가리키는 㞷(무성할 왕)이 합쳐진 것으로 추상적인 개념을 나타내는 형성자(形聲字)에 속한다. 犬은 늑대과에 속하는 동물의 옆모습을 본떠서 만든 상형자(象形字)이다. 늑대과에 속하는 동물은 집단으로 생활하면서 뚜렷한 위계질서를 지닌 사회를 형성하는 것이 핵심적인 특징이다. 이들이 위계질서에 의해 성립된 사회체계를 가지고 우두머리의 지휘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 두려울 것이 없을 정도로 그 위력이 대단하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글자는 사람과 연결될 수 있는 성향, 혹은 가능성을 매우 크게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늑대과에 속하는 동물의 위력을 잘 알았던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이에 주목했던 것으로 보인다. 옛 문헌에 의하면, 사람이 달리는 것은 走(달릴 주)라 하고, 말이 달리는 것은 馳(말 달릴 치)라 하며, 개가 달리는 것을 狂(미칠 광)이라고 했다. 개와 같이 일정한 질서 아래 군집 생활을 하는 존재가 맹목적으로 목표물만을 보고 한 곳을 향해 달리는 것은 정상의 범위를 벗어난 미친 것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살펴보면, 여러 사람이 함께 달리는 것은 奔(달릴 분)이라 하고. 여러 말이 함께 달리는 것은 驟(말 달릴 취)라고 했으며, 여러 마리의 개가 한꺼번에 달리는 것은 飇(폭풍 표)라고 했다. 언제나 개와 관련된 것이 가장 강한 느낌을 준다.
狂의 오른쪽에 있는 王은 산이나 들판에 풀과 나무가 무질서하게 마구 자라나는 것(妄生)을 가리키는 㞷(무성할 왕)이 변형된 글자이다. 풀이나 나무가 무질서하게 제멋대로 나서 자라게 되면 그 땅은 쓸모없는 황무지가 되어 버린다. 그와 마찬가지로 동물이나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도 제 멋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상태가 되면 엉망진창으로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㞷, 혹은 王은 일정한 질서 아래 집단적 생활을 하는 동물들이 그 사회의 내부에서 권력을 빼앗기 위해 서로 피 터지게 싸우는 것을 가리키게 되었다.
사람의 생각이나 말, 행동 등이 어느 한 방향으로 치우치거나, 한 가지 상념에 매몰되어 그것 밖에 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행동하게 되는 것이 바로 미치다는 뜻을 가지는 狂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 모두는 네 편, 내 편을 가르기보다 무엇이 합리적이고, 공정한가를 늘 생각하면서 판단하고, 행동하고 말할 수 있도록 노력함으로써 狂의 상태가 되지 않도록 유의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특히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집단적으로 드러나는 생각의 쏠림현상은 더욱 경계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