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즈카이豊子愷-도쿄에서 어느 저녁 있었던 일東京某晩的事

도쿄에서 어느 저녁 있었던 일

도쿄(東京)에서 어느 날 저녁에 조그만 일이 하나 있었다. 그런데 그 일을 영원히 잊을 수가 없다. 게다가 그 일은 늘 뭔가를 동경하게 하곤 한다.

어느 여름 저녁, 황혼이 깃들 무렵, 같은 집에서 하숙하던 중국인 너댓명이 짐보쵸(神保町)까지 산보하기로 했다. 도쿄의 여름 밤은 시원했다. 모두 유쾌한 기분으로 문을 나섰다. 일본 옷을 입은 몇몇의 소매가 바람에 더 한층 살랑거려서, 이리저리 거닐자니 너무나 편안하고 한가로운 분위기였다.

한담을 나누며 천천히 거닐며 교차로까지 다다랐을 때, 갑자기 모퉁이에서 한 구부정한 노파가 돌아나오고 있었다. 노파는 무언가 큰 물건을 두 손으로 옮기고 있었다. 아마도 바닥에 까는 자리였거나 아니면 종이창 틀이었던 것 같다. 마치 인사하듯 허리를 굽힌 채 대로로 돌아나오고 있었다. 노파는 우리와 같이 대로를 걷게 되었다. 걸음이 느려서, 우리 뒤를 따라오는 꼴이었다.

나는 맨 앞에서 가던 중이었다. 우리가 한담을 나누는 말투와는 다른 일본어 말투가 갑자기 뒤에서 들려왔다. 나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는 못했다. 고개를 돌려 보니, 우리 일행 중 맨 뒤에 있던 모군에게 노파가 무슨 말을 한 모양이었다. 모군은 노파를 쓱 보더니, 즉시 고개를 돌리고, 금니를 반짝반짝 드러내며, 고개를 저으며 웃으며 말했다.

“이야다, 이야다!”(싫어요, 싫어요!)

그리고 나서는 뭔가 뒤쫓아오는 것을 피하려는 듯 서로가 앞으로 밀치더니, 맨 앞에서 가던 나도 그들과 한 무리가 되어 걸음을 성큼성큼 서둘렀다. 조금 뒤에, 이제는 안전지대에 도달했다는 듯 모두 원래의 속도를 조금씩 회복해가고 있을 무렵, 나는 그제서야 방금 그게 어찌 된 일이었는지 캐물었다.

원래 그 노파는 그 물건을 옮기기가 너무 힘드니까 우리 중 누군가 잠깐 좀 도와서 들어줄 사람이 없겠냐고 모군에게 말한 것이었다. 그대로 옮기면 이랬다.

“여기 누가 이것 좀 들어줘!”

모군은 아마도 가볍고 유쾌한 기분으로 산보하는 중에 무거운 물건을 들어주기가 정말 싫었던 듯, 그래서 두 번이나 “싫어요”를 연발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대답을 하고 보니, 노파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며 노파가 고생하는 걸 차마 눈 뜨고 보기도 또한 민망했던 듯, 그래서 무언가 피하듯 걸음을 서둘러, 고생하는 노파의 모습이 자기 눈 앞에 보이지 않게 하려고 애썼던 것일 게다. 내가 그런 내막을 물을 때 쯤에는 우린 이미 그 노파로부터 10여 길 떨어져 있어서, 얼굴도 똑똑히 보이지 않았고,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모두의 걸음이 아직도 무언가 좀 서두르는 듯한 기색이라, 처음 문을 나서던 때처럼 여유롭지도 한가롭지도 못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너도나도 발걸음이 일치하는 것을 보면 모두 그런 느낌을 가졌음이 분명했다.

그 일을 떠올릴 때마다 무슨 의미를 느끼게 된다. 나는 지금껏 생면부지의 행인으로부터 그런 당돌한 요구를 받아본 적이 없다. 그 노파의 말은 길 가다 우연히 남에게 듣게 될 그런 말이 아니라 가정이나 학교에서 통하는 말일 게다. 작은 테두리 안에서 서로 아주 잘 알고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 사이에 할 수 있는 말이지, ‘사회’ 혹은 ‘세계’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이른바 ‘길가는 낯선 사람’ 사이에 쓰기에는 부적절한 말이다. 그 노파는 낯선 길을 가정으로 잘못 파악한 것이다.

노파는 그렇게 분위기를 깨고 당돌했다. 그러나 나는 상상해본다. 노파가 바란 것과 똑같은 세계가 정말로 있을 수 있다면? 천하가 한 집안같고 사람들이 모두 가족같아, 서로 사랑하고 아껴주고, 서로 돕고, 기쁨도 슬픔도 함께 하고…… 그럼 낯선 길은 가정으로 변할테니, 노파는 더 이상 분위기를 깬 것도 아니고 당돌한 것도 아니게 된다. 참으로 동경할 만한 세계가 아닌가!

(1927년 7월 10일 <소설월보> 제18권 제7호)

東京某晩的事

我在东京某晚遇见一件很小的事,然而这件事我永远不能忘记,并且常常使我憧憬。

  有一个夏夜,初黄昏时分,我们同住在一个“下宿”里的四五个中国人相约到神保町去散步。东京的夏夜很凉快。大家带着愉快的心情出门,穿和服的几个人更是风袂飘飘,倘徉徘徊,态度十分安闲。

  一面闲谈,一面踱步,踱到了十字路口的时候,忽然横路里转出一个伛偻的老太婆来。她两手搬着一块大东西,大概是铺在地上的席子,或者是纸窗的架子吧,鞠躬似地转出大路来。她和我们同走一条大路,因为走得慢,跟在我们后面。

  我走在最先。忽然听得后面起了一种与我们的闲谈调子不同的日本语声音,意思却听不清楚。我回头看时,原来是老太婆在向我们队里的最后的某君讲什么话。我只看见某君对那老太婆一看,立刻回转头来,露出一颗闪亮的金牙齿,一面摇头一面笑着说:

  “lyada,iyada!”(不高兴,不高兴!)

  似乎趋避后面的什么东西,大家向前挤挨一阵,走在最先的我被他们一推,跨了几脚紧步。不久,似乎已经到了安全地带,大家稍稍回复原来的速度的时候,我方才探问刚才所发生的事情。

  原来这老太婆对某君说话,是因为她搬那块大东西搬得很吃力,想我们中间哪一个帮她搬一会。她的话是:

  “你们哪一位替我搬一搬,好不好?”

  某君大概是因为带了轻松愉快的心情出来散步,实在不愿意替她搬运重物,所以回报她两个“不高兴”。然而说过之后,在她近旁徜徉,看她吃苦,心里大概又觉得过意不去,所以趋避似地快跑几步,务使吃苦的人不在自己眼睛面前。我探问情由的时候,我们已经离开那老太婆十来丈路,颜面已经看不清楚,声音也已听不到了。然而大家的脚步还是有些紧,不像初出门时那么从容安闲。虽然不说话,但各人一致的脚步,分明表示大家都有这样的感觉。

  我每次回想起这件事,总觉得很有意味。我从来不曾从素不相识的路人受到这样唐突的要求。那老太婆的话,似乎应该用在家庭里或学校里,决不是在路上可以听到的。这是关系深切而亲爱的小团体中的人们之间所有的话,不适用于“社会”或“世界”的大团体中的所谓“陌路人”之间。这老太婆误把陌路当作家庭了。

  这老太婆原是悖事的、唐突的。然而我却在想象,假如真能像这老太婆所希望,有这样的一个世界:天下如一家,人们如家族,互相亲爱,互相帮助,共乐其生活,那时陌路就变成家庭,这老太婆就并不悖事,并不唐突了。这是多么可憧憬的世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