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잠삼岑參 백설가. 귀경하는 무 판관을 송별하면서白雪歌送武判官歸京

백설가. 귀경하는 무 판관을 송별하면서白雪歌送武判官歸京/당唐 잠삼岑參

北風卷地白草折 북풍이 휘몰아쳐 흰 풀도 꺾이니
胡天八月即飛雪 호지의 날씨 팔월에 눈이 날리네
忽如一夜春風來 홀연 밤사이 봄바람이라도 불어와
千樹萬樹梨花開 천 그루 만 그루 배꽃 피어난 듯
散入珠簾濕羅幕 주렴으로 들어와 비단 장막 젖어
狐裘不暖錦衾薄 갖옷도 춥고 비단 이불도 얇네
將軍角弓不得控 장군은 손이 곱아 활을 못 당기고
都護鐵衣冷難著 도호는 철갑옷 차서 입지 못하네
瀚海闌干百丈冰 사막에는 백 길 얼음 퍼져 있고
愁雲慘淡萬里凝 참담한 먹구름 만 리에 뭉쳐있네
中軍置酒飲歸客 중군에 술자리 벌여 귀객과 마시니
胡琴琵琶與羌笛 호금과 비파에 강적으로 연주하네
紛紛暮雪下轅門 저녁 눈 펄펄 군영의 문에 내리고
風掣紅旗凍不翻 홍기에 바람 쳐도 얼어 꼼짝 않네
輪臺東門送君去 윤대의 동문 가는 그대 전송하니
去時雪滿天山路 갈 때는 천산의 길에 눈 가득하리
山回路轉不見君 산길 굽이돌아 그댄 보이지 않고
雪上空留馬行處 눈 위에는 말 발자국만 남아 있네

이 시의 제목은 우선 큰 제목을 쓴 뒤에 부제를 단 형식으로 되어 있다. 잠삼의 시에 보면 이처럼 노래 이름을 먼저 제시한 다음에 이 시를 짓는 구체적인 상황을 부제처럼 단 제목이 많이 있다. 그런데 뒤에 나온 말을 작게 쓰지는 않았으니 작가가 이를 부제로 쓰지는 않고 제목의 제목으로 같이 나열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눈이 오는 날 노래를 지어 전송하다.’라거나 ‘백설가를 지어서 전송하다.’ 등으로 이해하는 것은 시인의 뜻과 다르다.

이 시는 755년 8월에 윤대(輪臺)에서 지었다. 당시 잠삼(岑參, 717~769)은 39세로 지난해 여름에 북정(北庭)으로 부임하였는데 무 판관과 함께 모두 안서절도사 봉상청(封常淸)의 막부에 있었다. 지금 이 시의 무대는 바로 우루무치의 서쪽에 있는 윤대(輪臺)라는 곳으로 당시 북정의 관할지로 보인다. 이 지역은 오늘날 타클라마칸 사막에 해당하여, 당시 장안에서는 아주 먼 지역이다. 무 판관의 이름과 행적은 알려지지 않았다.

백초(白草)는 마르면 희게 되어 백초라 불리는 풀 이름으로 매우 질기다고 한다. 그런데 이 풀이 끊어질 정도이니 매우 강한 바람이 부는 것이다. 8월에 내리는 눈은 남방 사람에게는 매우 특이한 광경이다. 그래서 즉(卽) 자를 놓았다. 1986년에 우루무치에 음력 7월 28일에 큰 눈이 내렸다고 한다.

배꽃과 눈은 서로 상대를 비유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갑자기 내린 대설이 만들어 낸 풍경은 매우 경이로울 것이다. 그 때문에 천 그루, 만 그루로 언어를 중첩하여 표현하고 있다.

난간(闌干)은 다소 생소한 말인데 사방으로 퍼져 있다는 말이다. 일종의 의태어이다. 《신이경(神異經)》에 이 북방의 사막에는 백 길이나 되는 두꺼운 얼음이 만 리에 뻗어 있다고 한다. 수운(愁雲)은 먹구름을 말한다. 바라보면 사람이 시름에 잠기기 때문이다.

중군(中軍)은 주장이 있는 곳이니, 여기서는 절도사가 거처하는 군영을 말한다. 무 판관이 장안으로 돌아가므로 절도사가 송별연을 마련하였다. 그러기에 다음에 여러 악기를 연주하는 장면이 나오는 것이다. 악기들이 모두 중국 전통 악기가 아니라 주로 서역에서 나는 악기여서 이것만 봐도 이곳이 서역의 변방임을 알 수 있다.

군영의 원문에 눈은 펄펄 내리고 밖은 너무도 추워 깃발이 얼어붙어 바람이 세차게 불어도 이제 흔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산모퉁이를 돌아가면 가는 사람이 더이상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것이라곤 무 판관이 타고 간 말이 남긴 발자국뿐이다. 보통 평자들은 3, 4구가 제일 좋다고 하는데 나는 마지막 이 두 구가 가장 마음에 든다. 둘 다 모두 낭만적인 색채가 있다.

이 시는 18구의 장시로 운자를 여러 번 바꾸는 고시의 형식을 띠고 있는데 그 운자가 바뀌는 부분에서 내용도 따라 변한다. 앞에서 서리서리 쌓아온 축적된 정경이 이 마지막 부분에서 터져 나와 상당히 멋지게 되어 있다. 이런 점은 절구나 율시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서북 변경의 겨울 경치와 이별의 정, 거센 기개와 치밀한 관찰, 낭만과 현실이 시에 함께 잘 어울려 있어 잠삼 변새시의 한 수준을 느끼게 해준다.

신장위구르 자치구 룬타이현의 호양림(胡楊林) , 사진 윤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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