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맹호연孟浩然 이른 추위에 장강 가에서 회포가 있어 早寒江上有懷

이른 추위에 장강 가에서 회포가 있어 早寒江上有懷/당唐 맹호연孟浩然

木落雁南度 나뭇잎 지고 기러기 남으로 오니
北風江上寒 북풍 불어오는 장강 가도 차구나
我家襄水曲 우리 집 양수의 물굽이에 있으나
遙隔楚雲端 멀리 초나라 구름에 막혀 있구나
鄉淚客中盡 향수의 눈물은 여행 중에 다하고
孤帆天際看 외로운 배는 하늘 저편에 보이네
迷津欲有問 길을 잃어 나루터를 묻고 싶으나
平海夕漫漫 바다 같은 저녁 강물만 출렁출렁

이 시는 맹호연(孟浩然 : 689~740)이 727년과 729~733년 2차에 걸쳐 장강 하류 지역을 만유(漫遊)하던 어느 가을에 지어진 것으로 보고 있으니, 대략 39~45세 시기에 해당한다. ‘외로운 배가 하늘가에 보인다’는 말은 83회에 소개한 이백의 시에 “멀리 떠가는 배 푸른 허공으로 사라지고, 장강 물결만이 저편 하늘가에 흘러갈 뿐. [孤帆遠影碧空盡, 唯見長江天際流]라는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이백의 시가 728년에 지어졌고 맹호연이 12살 선배인 것을 감안하면, 이백이 맹호연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렇다면 이 시는 727년에 지었을 가능성이 높다.

맹호연이 이렇게 강남 일대를 떠돌아다닌 것은 일종의 방황으로, 과거 시험과 은거 사이에서 갈등하던 시인의 마음이 반영되어 있다. 그가 강남을 떠돌아다닌 것이 과거 시험 실패 직후이기 때문이다. 이 시는 바로 이러한 심리 상태에서 가을을 맞이하여 떨어지는 나뭇잎과 돌아오는 기러기를 보고 고향 양양의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을 노래한 작품이다.

나뭇잎이 떨어지고 북쪽에 있던 기러기들이 전에 살던 남방으로 오는 것은 바로 계절의 회귀성을 드러내는 소재이다. 이런 소재로 향수를 떠올렸으니 이는 전통적인 흥(興)의 수법이라 할 수 있다.

양수(襄水)는 양양성(襄陽城)을 돌아가는 한수(漢水)를 말하는데 맹호연의 집이 바로 이 근처에 있다. 맹호연을 흔히 맹양양(孟襄陽)이라 하는 것도 고향을 이름에 연결한 표현이다. 초나라 구름의 일단에 막혀 있다는 것은 이곳이 멀고 또 안 보인다는 말인데 이 지역이 옛날 초나라 경내에 해당하기 때문에 초나라를 거론한 것이다.

향수로 촉발된 눈물이 객지에서 다한다는 말은 객지에서 향수의 눈물이 다 마를 정도로 많이 흘린다는 말이고, 외로운 배가 하늘가에 보인다는 말은 자신이 고향으로 가는 배를 타고 가고 싶으나 가지 못하여 그 배를 한없이 강가에서 쳐다본다는 말이다.

나루를 찾지 못하여 헤맨다는 말은 공자가 세상을 구제할 뜻을 품고 천하를 주유하다가 길을 잃어 제자 자로(子路)를 시켜 나루터를 묻게 하였다가 장저(長沮)와 걸닉(桀溺)이라는 농부에게 왜 은거하지 않느냐는 비판에 직면에 고사를 말한다. <<논어>> <미자(微子)>편에 나온다. 맹호연이 과거 시험을 과감히 그만두지도 않고 그렇다고 또 은거하지도 않은 어정쩡한 자신의 상태를 염두에 두고 한 말로 보인다.

본래 성공한 사람이나 객지에 있는 목적이 분명한 사람은 시골집에 자주 연락도 하고 필요할 경우 자신이 시골에 가면 되지만, 객지에서 성공도 하지 못하고 일도 잘 안 풀리는 사람은 고향에 가는 것도 싶지 않고 연락하는 것도 애매한 상태인데, 계절이 변하는 시기가 되면 향수는 더 무섭게 찾아오는 법이다. 맹호연이 향수의 눈물을 흘리고 고향으로 가는 배를 망연히 쳐다보고 나루를 묻고 싶지만, 선뜻 묻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런 심리의 반영일 것이다. ‘고범(孤帆)’을 ‘귀범(歸帆)’이라 쓴 판본은 그러한 심리를 더 분명하게 보여 준다.

마지막에 너른 바다라고 한 것은 맹호연이 지금 서 있는 강물을 비유한 말이다. 실제로 장강 앞에 서면 바다처럼 보인다.

맹호연이 장안에 갔을 때 왕유, 이백, 왕창령, 장구령 등 당대의 문인들을 두루 사귄 적이 있었다. 그런데 9살 연하인 왕창령이 마침 맹호연이 은거하는 양양 녹문산으로 놀러 온 적이 있다. 이때 맹호연은 등창을 앓다가 차도가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오래간만에 문우(文友)를 만난 반가움에 잔치를 벌여 마구 술을 마시고 회를 먹고 하다가 그만 병이 도져 죽고 말았다. 그의 나이 52세였다.

이런 일화를 보면 맹호연이 매우 자신의 감정을 중시하는 사람임을 짐작하게 한다. 이 시에서 고향이 그리워 눈물을 다한다든가, 고향으로 가는 배가 안 보이고 물결만 출렁이는 저녁때까지 강변에 우두커니 서 있는 시인의 마음이 과장이 아님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明 周臣 《長江萬里圖》, 출처 陰山工作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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