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부치는 시寄內寄內/당唐 백거이白居易
條桑初綠即爲別 뽕나무 가지 갓 파래질 무렵 이별하여
柿葉半紅猶未歸 감잎 반쯤 물들어가도 돌아오지 않네
不如村婦知時節 시골 아낙네 계절을 알아 농부를 위해
解爲田夫秋搗衣 가을에 옷 다듬질할 줄 아는 것만 못하네
이 시는 811년 백거이(白居易, 772~846)가 40세에 하규(下邽)에 있을 때 지은 시이다. 아마도 시 내용을 볼 때 아내와 한동안 떨어져 있으면서 아내를 위로하기 위해 보낸 시로 보인다.
남편과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걱정 반 그리움 반 심리적 불안감만 쌓이고,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없는 아내의 심정을 헤아려 그 마음을 위로하는 시인의 마음이 시 행간에 녹아 있다.
뽕나무를 이별할 때의 계절감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많은데 이 시처럼 감잎으로 만추의 계절을 드러낸 시는 흔치 않다. 오늘 하루종일 시골에서 감을 땄는데 마침 이 시를 소개하니 공교롭게 느껴진다. 김영랑 시인의 <오매 단풍 들겠네> 는 골 붉은 감잎과 전라도 사투리를 사용하여 진한 남도 가을의 서정을 전해주는 작품이다. 지금은 한 창 감을 딸 때라 감잎도 붉게 물들어가고 있다.
3구에 ‘지(知)’가 있고 4구에 다시 ‘해위(解爲)’가 있어 얼핏 중복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3구에서 시절을 안다는 것은 생활이 안정되어 있어 계절이 변하는 것을 느낀다는 말이다. 생각이 복잡하고 할 일이 많으면 언제 계절이 지나갔는지도 모르지 않던가? 그리고 4구에서 쓰인 ‘해위(解爲)’의 위(爲)는 뒤의 ‘전부(田夫)’를 목적어로 취하여 ‘농부를 위하여’라는 의미이고, ‘해(解)’는 농부, 즉 남편을 위해 옷을 지어주는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빨래를 하고 옷을 다듬는 일이 노동이긴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 옷을 입혀주기 위해 하는 행동이라 행복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입장을 바꾸어 농부가 아내와의 살림을 잘 꾸려 가기 위해 새벽에 들로 나가 밭을 갈고 소먹이를 해 오는 것이 힘들지만 즐겁기도 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불여(不如)’는 이 시의 마지막까지 의미가 이어진다. 이 3, 4구가 이 시의 서정을 이루는 중심으로, 명색은 사대부의 아내지만 시골 농부의 아낙보다도 못한 신세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물론 그 원인 제공자는 시인이며 지금 시인은 미안함과 위로하는 마음을 말의 이면에 담고 있다.
이 시를 보니 백거이의 새로운 면모를 보는 듯하다.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환기시키기도 하고 고금에 사람의 마음은 서로 비슷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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