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맹호연孟浩然 가을 밤 달빛 아래에서秋宵月下有懷

가을 밤 달빛 아래에서 秋宵月下有懷/당唐 맹호연孟浩然

秋空明月懸 가을 창공에 밝은 달 떠 있으니
光彩露沾濕 이슬에 달빛 비쳐 광채가 나네
驚鵲棲未定 놀란 까치는 잠잘 곳 못 정하고
飛螢卷簾入 반딧불은 걷힌 주렴으로 들어오네
庭槐寒影疏 뜰의 회나무는 찬 그림자 성기고
鄰杵夜聲急 이웃의 다듬질 밤에 소리 급하네
佳期曠何許 만날 기약 언제인지 알 수 없는데
望望空佇立 멀리 바라보며 부질없이 서 있네

이 시는 언제 지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우수어린 시풍을 참작하면 맹호연(689~740)이 젊은 시절 고향을 떠나 있을 때 가족들을 생각하며 지은 시로 짐작 된다.

2구는 실제로는 달빛이 이슬에 비쳐 반짝거리며 빛나는 것을 의미하는데 시인은 광채가 나는 달빛에 이슬이 점점 스며든다고 표현하고 있다. 가령 강아지풀에 달빛이 비치고 있는데 거기 이슬이 밤이 깊어감에 따라 점차 많아지는 것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이렇게 표현한 것은 운자를 맞추면서도 신선한 표현을 얻기 위해서이다.

3, 4구에서는 맑은 가을밤에 교교한 달빛이 빛나고 있어 까치나 반딧불도 다소 흥분하여 배회하는 정경을 묘사하였다. 이런 묘사 속에는 시인 역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뜰로 나와 창공의 달과 초목의 이슬 등을 보면서 배회하고 있는 것을 알려준다.

뜰의 회나무는 어느새 꽃도 지고 무성한 모습도 다소 가시어 져서 그 그림자도 성긴 모습을 드러낸다. 이웃집에서 들리는 다듬이질하는 소리는 밤이 깊어 갈수록 더 빨라진다. 성긴 나무 그림자와 다듬이질 소리는 달밤에 마음이 움직여 배회하는 시인에게 향수를 더 자극한다.

묘사를 이어오던 시인은 마침내 고향에 가서 사람들을 만날 날이 언제인지 기약도 없다며 탄식한다. 탄식하는 시인은 뜰에 부질없이 서서 맑고 고독한 가을밤의 정취를 온 몸으로 느끼고 있다.

이 시는 가을밤 특유의 고독하고 맑은 정취를 향수에 어린 시인의 눈으로 잘 그려내고 있다.

南宋 馬遠 《對月圖》, 台北故宮博物院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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